펄어비스 오디오실 류휘만 음악감독·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 인터뷰
"섀도우 아레나 사운드 '캐릭터' 개성 살리고 '디테일'로 게임성 높여"

섀도우 아레나 사운드 작업을 담당한 펄어비스 오디오실 류휘만 음악감독(왼쪽)과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 / 사진 = 펄어비스
섀도우 아레나 사운드 작업을 담당한 펄어비스 오디오실 류휘만 음악감독(왼쪽)과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 / 사진 = 펄어비스

#'CROOVE' 류휘만 음악감독의 신나는 음악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의 '디테일' 한 음향

#'액션 본능' 일깨우는 섀도우 아레나 사운드


액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타격감'이다. 아무리 그래픽이 좋아도 공격이 들어가는 순간 찰진 리액션이 없으면 영 심심하고 뻣뻣한 게임이 된다. 타격감을 표현하기 위해선 모션이나 이펙드도 중요하지만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게 바로 '사운드'다.

'타격감 맛집' 펄어비스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신작 PC 게임 '섀도우 아레나'는 화려한 볼거리, 짜릿한 손맛과 함께 '귀'까지 만족시키는 액션 게임이 되기 위해 막판 담금질이 한창이다.

지난 13일 경기 안양시 펄어비스 본사에서 섀도우 아레나 오디오 작업을 담당한 류휘만 음악감독과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를 만났다. 이들은 "스피커를 켜고 해야 게임이 더 재밌을 것"이라며 결과물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테이지마다 웅장하게 펼쳐질 섀도우 아레나 게임 음악은 이용자들의 '전투 본능'을 일깨울 것으로 기대된다. 섀도우 아레나의 오디오 작업을 이끈 류휘만 감독은 'EZ2DJ'와 'DJMAX' 시리즈의 음악을 제작한 닉네임 'CROOVE'로 더 유명한 국내 대표 게임 음악 작곡가다.

"게임이 좋아 게임 음악을 작곡한다"는 류 감독은 이번 섀도우 아레나에서도 액션 게임의 본질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곡을 작업했다. 그는 "에픽하고 심포닉한 음악이 전반적으로 들릴 것"이라며 "격투 게임을 할 때처럼 신나고 피가 끓어오르는 분위기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검이 떨리는 소리까지...남다른 디테일


오는 21일 사전 출시를 앞둔 섀도우 아레나는 펄어비스의 간판 게임 '검은사막'의 세계관을 활용한 액션 배틀로얄 게임이다. 검은사막 엔진으로 빚어낸 화려한 그래픽과 다양한 캐릭터들의 개성 있는 액션으로 테스트 기간부터 벌써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섀도우 아레나는 펄어비스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작 PC 게임인 만큼 사운드에도 힘을 줬다. 공공장소에서 즐기는 경우도 많아 소리에 집중하기 어려운 모바일 게임과 다르게 PC 게임은 주로 집이나 PC방에서 즐기는 만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사운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류휘만 음악감독 / 사진 = 펄어비스
류휘만 음악감독 / 사진 = 펄어비스

섀도우 아레나 오디오의 핵심은 '디테일'과 '캐릭터'다. 최후의 생존자가 되기 위해 상대의 발자국 소리까지 세심하게 들어가며 전투에 임해야 하는 배틀로얄 장르의 특성에 맞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과 거리까지 치밀하게 계산해 사운드를 배치했다.

액션에 있어서도 각 캐릭터가 가진 무기의 특성까지 고려해 섬세하게 사운드를 입혔다. 예를 들어 '연화'가 휘두르는 장도는 날카로운 잔음을 남기고, '고엔'의 대검은 보다 묵직한 소리를 낸다. 특히 검과 도끼, 마법이 부딪히는 난전이 펼쳐져도 내 캐릭터가 낸 소리를 구별해 들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


목소리만 들어도 성격 나오네


섀도우 아레나가 다른 배틀로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개성이 뚜렷한 다양한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운드는 이런 캐릭터들의 성격을 설명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 / 사진 = 펄어비스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 / 사진 = 펄어비스

'데스스트랜딩' '위처3' '갓오브워' 등 트리플A급 콘솔 게임의 사운드를 맡은 영국의 유명 스튜디오와 협업한 성우 음성은 목소리만 들어도 캐릭터의 성격이 연상되도록 공들여 녹음했다. 게임 안에서 무기를 휘두르거나 스킬을 시전하며 내는 기합까지도 캐릭터 성격을 고려했다. 힘을 앞세운 '게하르트 슐츠'는 짐승처럼 기합을 내뱉고, 화려함을 강조한 '황금의바달'은 직접 기술 이름을 부르며 스킬을 펼친다.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는 "캐릭터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성격이고 왜 이렇게 얘기하는지 그려지도록 음성을 녹음했다"며 "전투할 때도 필요한 소리만 최대한 잘 들을 수 있도록 사운드를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도 못 막은 펄어비스식 장인정신


섀도우 아레나가 사운드에 공을 들일 수 있었던 건 펄어비스 특유의 투철한 장인정신 덕분이다. 펄어비스는 사내에 오디오실을 직접 구축하고 게임 음악을 자체 제작하는 국내 손꼽히는 게임회사다. 현재 10여 명이 근무 중인 펄어비스 오디오실은 게임 속 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리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앞서 검은사막 리마스터에서는 컴퓨터 미디 음악으로 제작하던 기존 방식 대신 직접 오케스트라 연주를 삽입했다. 특히 대륙별로 배경음악을 다르게 적용해 독일 국립할레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교향악단과 함께 작업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 받아 검은사막 모바일은 2018년 11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사운드 부문 기술창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펄어비스 본사 오디오실 / 사진 = 펄어비스

이번 섀도우 아레나 오디오 작업 과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애를 먹으면서도 끝까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영국에서 음성 녹음을 할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감독, 엔지니어, 성우가 각자 작업실에서 화상 회의를 하며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런 퀄리티에 대한 욕심 덕에 향후 나올 게임에선 더 실감나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펄어비스 오디오실에는 효과음을 사람이 직접 몸짓이나 사물을 이용해 만드는 '폴리(Foley) 레코딩 스튜디오'를 구축 중이다. 향후 이곳에서 작업한 결과물이 적용될 차기작에선 더 사실적인 효과음을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류 감독은 "차기작 개발의 경우 콘솔 게임이 기본이기 때문에 사운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운드가 게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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