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들 적극적 참여 아쉬워
데이터 개방 강조한 네이버 행보에 관심 집중

#참여기업 늘긴 느는 금융데이터거래소 

#데이터거래소 참여 저조한 테크핀

#네이버파이낸셜 참여했지만 등록 데이터는 없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금융을 혁신하겠다는 테크기업들이 정작 금융데이터거래소에는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이나 카드사 등 전통 금융권은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나,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반 테크핀 기업들은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출범 당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핀테크, 빅테크(테크핀) 기업들이 데이터 유통 결합 사업화라는 디지털 혁신성장 모범 사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크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거래소에 참여해 금융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 사진=금융데이터거래소
/ 사진=금융데이터거래소

 


은행-카드사 그나마 활발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데이터거래소 출범과 동시에 전통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다. 금융데이터거래소를 통해 기업은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가공해 금융데이터거래소를 통해 판매할 수 있으며, 구매자 요구에 따라 결합 데이터 상품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 주도로 만들어졌으며 금융보안원이 운영하고 있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참여기업은 74곳, 등록된 데이터 상품은 384건이다. 누적 거래량은 231건. 출범 당시 등록된 데이터 상품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연내 500개 데이터가 등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통 금융권에서는 빅데이터 관련 사업에 미래 가능성을 보고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 4월 신한은행은 금융위원회에 빅데이터 판매 및 자문 부수 업무를 신고하고, 일주일 뒤부터 해당 업무를 시작했다. 뒤이어 참여한 KB국민은행은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포함해 22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삼성카드도 적극 데이터 상품을 올려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일반 카드 소비 데이터뿐만 아니라 생활밀착형 데이터도 등재돼 있다. KB국민카드는 생활 데이터를 등록해 판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배달 앱을 이용한 고객 및 음식점 연계 카드 매출 데이터와 한강공원 내 배달음식 이용 트렌드가 대표적 상품이다. 


'데이터 댐'이라는 플랫폼사는 왜 안보일까 


전통 금융권들의 행보와 달리 통신사나 인터넷 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통신사 중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참여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아직 두곳 모두 등록한 데이터 상품은 없다.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상당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기업들의 참여도 저조하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데이터거래소에 참여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대형 포털의 계열사가 참여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데이터거래소에 참여했다. / 사진=금융데이터거래소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데이터거래소에 참여했다. / 사진=금융데이터거래소

이 같은 행보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데이터 개방 관련 발언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한성숙 대표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모여진 데이터를 잘 활용해 우리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할 수 있을 때 '데이터 댐'의 가치가 빛난다고 생각한다"며 "AI로 분석 가공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하겠다. 이 데이터가 AI연구와 산업에 자유롭게 활용돼 4차 산업혁명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참여하는 만큼, 네이버페이 결제나 선불전자충전금 등에 대한 수치나 트렌드 등의 가공 데이터가 상품으로 판매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다. 다만 아직 등록된 데이터 상품은 없다.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이 어떤 데이터를 등록해 판매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금융데이터거래소가 데이터 상품을 '금융'으로 한정하지는 않았는데도 네이버가 아닌 네이버파이낸셜이 거래소에 참여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포털 네이버 이용자 관련 데이터를 개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양대 인터넷 기업으로 불리는 카카오는 아직 데이터거래소 관련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테크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빅데이터 유통 생태계 협의회'를 운영되고 있다. 다만 거래소 운영사인 금융보안원은 거래소 참여 및 상품 등록 등을 유도할 수 있겠지만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인터넷 기업들이 입을 모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데이터 거래소에는 많이 참여하지 않고 있어 아쉽다"며 "정부도 데이터 댐을 언급하며 데이터 관련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테크기업들도 거래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혁신적인 금융상품 발굴에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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