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가득한 통신사 OPMD

#데이터 쉐어링 이게 최선이에요?

#이러니 5G로 못 넘어가지


중견건설사 홍보팀에서 근무 중인 황모씨는 최근 아이패드 프로 셀룰러 버전을 구입했다. 와이파이를 찾아다니는 대신 데이터 쉐어링 유심을 장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쓰기 위함이었다.

데이터 쉐어링 유심 구입을 위해 휴대폰 대리점을 방문한 황씨는 황당한 대답을 들어야했다. 현재 쓰는 요금제보다 비싼 무제한 요금제를 쓰거나 월 1만1000원짜리 부가서비스에 가입해야 태블릿 사용을 위한 데이터 쉐어링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대리점의 말대로 황씨는 정말 추가 요금을 내야 할까.


상담사도 모르는 데이터 쉐어링 제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휴대폰 대리점의 거짓말이거나 착각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3사는 일정 요금 이상을 내는 LTE 가입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추가요금 없이 스마트 기기 2회선까지 데이터 쉐어링을 허용하고 있다. 

데이터 쉐어링이란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잠시 끌어와 쓰는 테더링과는 다른 개념으로 별도의 유심과 번호를 부여받아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기능이다. 문제는 대리점 직원이나 통신사 상담사들조차 이 데이터 쉐어링 제도에 관해 정확하게 몰라 잘못 안내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데이터 쉐어링 관련 업무는 본사 직영점이나 고객센터의 일이라며 떠넘기는 일도 부지기수다.

하나의 요금제 안에서 다양한 기기를 활용하는 OPMD(One Person Multi Device) 제도는 통신사 입장에서 전혀 돈이 되는 서비스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요금 체계를 매우 복잡하게 꼬아 놓는다. 막상 공식 홈페이지를 접속해봐도 데이터 쉐어링 제도에 관해 속 시원히 안내해 놓지 않아 개별 요금제 밑에 주석처럼 붙은 안내문을 꼼꼼하게 확인해야만 한다.

통신3사의 데이터 쉐어링 안내 페이지. 마치 돈을 내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스마트폰 요금제를 쓰고 있다면 2회선까지는 무료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통신3사의 데이터 쉐어링 안내 페이지. 마치 돈을 내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스마트폰 요금제를 쓰고 있다면 2회선까지는 무료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앞서의 황씨는 "뒤늦게 인터넷 카페에서 확인해보니 태블릿을 구입했다면 대리점에 절대 가지 말고 직영점이나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가야 된다고 하더라"며 "유심비만 내면 공짜로 쓸 수 있는 데이터 쉐어링을 부가서비스처럼 돈을 주고 쓰는 사람들이 꽤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KT가 그나마 '혜자'네요


현재 국내 통신3사 가운데 별도의 스마트 기기 사용까지 데이터 사용을 무제한으로 열어준 곳은 없다.

그래서 찾아봤다. 그나마 OPMD에 긍정적인 통신사는 어디일까? 통신3사 주요 LTE 무제한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쉐어링 제공량을 산점도로 비교해 봤다. 

주황색 점이 SK텔레콤, 빨간색은 KT, 분홍색은 LG유플러스 /자료=각사 취합
주황색 점이 SK텔레콤, 빨간색은 KT, 분홍색은 LG유플러스 /자료=각사 취합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쌀수록 데이터 쉐어링 제공량이 많아지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도드라지는 빨간 점이 있다. KT의 월 6만9000원 데이터ON비디오 요금제다. 이는 데이터 쉐어링 별도 제공이 아닌 주어진 100GB 내에서 나눠쓰는 방식이다. 태블릿 사용자라면 가격 대비 가장 만족도가 높을 만한 요금제이지만, 평소 휴대폰 데이터 사용량이 많다면 반드시 좋은 선택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10만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해야 데이터 쉐어링 100GB를 별도 제공한다. SK텔레콤은 10만원 이상 요금제를 사용해도 데이터 쉐어링을 40GB 한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5G 쓴다면 추가 지출 불가피


5G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데이터 쉐어링은 더욱 인색하다. LTE 요금제 가입자는 일단 기기 2대까지는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5G 요금제 가입자의 경우 비싼 요금제를 쓰지 않는 이상 스마트 기기 사용에 따른 월 추가 요금을 각오해야 한다. 태블릿 사용자 입장에서는 5G로 넘어가는 것이 금전적으로 큰 손해인 셈이다.

통신사별로 살펴보면 SK텔레콤은 월 12만5000원인 5GX플래티넘 요금제 2회선, 8만9000원 5GX프라임 가입자에게만 1회선까지 무료로 데이터 쉐어링(SK텔레콤에서는 데이터 함께쓰기라 부른다)을 허용한다.

월 7만5000원 5GX스탠다드 가입자는 월 5000원 5G함께쓰기 부가서비스에 가입해야 20GB 한도 내에서 데이터 쉐어링이 가능하다.

KT는 월 13만원 슈퍼플랜프리미엄Plus, 11만원 슈퍼플랜스페셜Plus 등 고가 요금제에서 1회선까지 데이터 쉐어링이 무료다. 월 8만원 슈퍼플랜베이직의 경우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월 5000원 부가서비스에 가입해야 데이터 쉐어링을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5G 가입자의 스마트 기기 무료 데이터 쉐어링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고가 요금제를 쓸 경우 태블릿 요금제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을 쓴다. '5G태블릿4GB+데이터나눠쓰기'의 경우 월 2만2000원, '5G태블릿500MB+데이터나눠쓰기'는 월 1만1000원 수준이다.


통신사+알뜰폰도 있지만… 


스마트 워치나 태블릿 사용을 위해 꼭 통신3사의 데이터 쉐어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데이터쉐어링 서비스를 시작한 알뜰폰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KT 엠모바일 데이터 쉐어링 가능 요금제(위)와 태블릿 요금 감면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 리브모바일(아래) /사진=각사 제공
KT 엠모바일 데이터 쉐어링 가능 요금제(위)와 태블릿 요금 감면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 리브모바일(아래) /사진=각사 제공

KT 알뜰폰 자회사인 엠모바일의 경우 100GB+5Mbps로 데이터 쉐어링이 가능한 데이터맘껏ON비디오 요금제를 3만9700원(프로모션)으로 이용할 수 있다. KB리브모바일은 8월말까지 스마트폰 요금제 가입자에게 태블릿 요금을 6개월간 감면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고가의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OPMD에 소극적인 통신사들로 인해 알뜰폰 업체를 추가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불황에서도 장밋빛 2분기 실적을 예고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욱 그렇다.

 

김임수 기자 imsu@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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