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승현 님 /캐리커쳐=디미닛
민승현 님 /캐리커쳐=디미닛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회사란 당연히 주식회사를 의미할 정도로 한국의 주식회사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따라서 스타트업 대표가 '제가 이번에 유한회사를 설립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유한회사가 도대체 뭔가요?'라는 질문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2020년 국세청 법인세 신고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 회사 형태 중 주식회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95%에 달한다. 반면, 독일에서는 물적회사의 90% 가량이 유한회사다. 미국소기업연합회의 2017년 리포트에 따르더라도 미국 소기업 중 가장 많은 비중(35%)을 차지하는 회사 형태가 유한회사(LLC, 유한책임회사)라고 한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유한회사가 매우 드문 회사 형태지만, 유한회사만의 장점을 인식한 창업자들은 여전히 유한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유한회사는 설립자인 사원이 개인사업자와는 달리 출자금의 한도에서만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주식회사와 유사하다. 그러나 주식회사와 달리 이사의 수나 임기에 관한 제한이 없고, 감사도 불필요하며, 재무상태표를 공시할 의무도 없는 등 설립과 운영이 간편하다. 따라서 유한회사는 폐쇄적인 소규모 운영에 적합한 회사 형태로 볼 수 있다.

반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각종 주식이나 사채발행에 관한 주식회사의 제도는 유한회사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유한회사를 설립했거나 설립할 예정인 스타트업들은 유한회사가 외부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유한회사의 할증 출자

그렇다면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처럼 투자를 받아 출자금을 늘릴 수 없을까? 예컨대, 주식회사인 스타트업이 1주당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10만원으로 평가해 벤처캐피탈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처럼, 유한회사인 스타트업도 1좌당 발행가격이 액면가를 초과하는 방식의 할증 출자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밝힌다면 가능하다.

사실 상법상 유한회사의 할증 출자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할증 출자란 회사에 대한 가치평가의 문제다. 따라서 회사와 출자인수인 사이에 회사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를 부정할 이유가 없다.

즉, 상법상 할증 출자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면 본래부터 당연히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

'할증 발행 불가론'은 출자 1좌의 금액은 100원 이상으로 균일하게 하여야 한다는 상법 규정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법은 주식회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조항은 유한회사의 출자 1좌의 액면가를 모두 동일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주식회사와 같은 '무액면주식' 제도가 유한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

'할증 발행 불가론'에 대한 마지막 반론은, 상법이 실제로는 유한회사에 대한 할증 발행이 가능함을 전제로 하는 규정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상법은 자본거래로 발생한 잉여금을 회계기준에 따라 자본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의 회계기준은 주식회사인 스타트업의 주식 발행금액이 액면금액보다 큰 경우 그 차액을 자본잉여금의 하나인 주식발행초과금으로 회계처리를 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상법은 이러한 회계기준을 유한회사에도 주식회사와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상업등기 실무가 유한회사의 할증 출자를 허용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점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한회사의 사채발행

유한회사의 할증 출자가 가능하다면, 자연스럽게 사채발행도 가능한지 묻게 된다. 예컨대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전환사채, 상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까?

상법이 주식회사에 대해 위와 같은 제도를 둔 이유는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유한회사는 본래 폐쇄적인 인적 구성을 전제로 한 회사 형태이다. 따라서 상법은 유한회사에 대해 주식회사의 사채 제도를 두지 않았던 것이다.

상법이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유사한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은 기업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즉, 유한회사도 회사 운영의 필요에 따라 외부로부터 자금을 차용할 수 있고, 앞서 살펴본 대로 할증 출자 등을 통해 출자금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유한회사도 계약 내용을 구성하기에 따라서는 투자자와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통해 투자자에게 상환권을 부여하거나, 조건부 출자 인수계약 등을 통해 차용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회사와 사원, 신규 출자자 사이에서 사채발행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계약을 구성하면 된다. 다만, 사원들의 의결 정족수는 주식회사보다 강화되어 있으며, 공모 방식의 사채발행이나 그에 관한 등기도 불가능하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논의는 여전히 법적 논란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유한회사에 대한 출자 할증 발행이 이미 실무상 이뤄지고 있는 이상, 학문적 논증보다 투자 실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령상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법률적으로 문제없이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법률분야 종사자의 역할이라 믿는다.

산업계는 빠르게 진화하나, 관계 법령의 정비 속도는 느리고 불확실하다. 유한회사에 대한 투자 방식에 관해서는 물론이고, 다른 산업계의 변화 속도에도 법조계가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민승현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민승현 님은?
한국프롭테크포럼 특별회원인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이며, 팁스(TIPS) 프로그램 투자적절성 검증위원이다. 전기전자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특허청 심사관, 공군사관학교 전임강사를 거쳐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IT기업 및 스타트업에 관련한 특허 등 법률 실무를 거쳤고, 사내변호사로서 부동산 개발 및 건설사에서 근무했으며, 블록체인과 융합된 부동산 디지털 자산화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