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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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 조개껍질 또는 잘해야 상품권"(모 라디오 방송에 출현한 차현진 한국은행 국장의 말)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가상자산 시장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시즌 2가 끝났다"며 희롱 섞인 말과 함께 손절을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개당 8000만원을 호가하던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제 4000만원선도 위태로운 상황. 무엇보다 투심을 건드리는 뉴스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 단기조정은 불가피한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과 다른점은 분명하다.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산업군이 꽃을 피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럴수록 옥석가리기가 중요한 만큼, 충분한 공부와 투자자 본인의 믿음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을 사모으라는 말은 아니다. 시세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단순히 금과 같은 '자산'의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금융이 핵심이다. 화폐의 의미는 사라지고 자산만 남는다면 현재의 가격을 지탱할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강화된 규제+유동성 감소...시험대 오른 비트코인

개당 8000만원을 넘나들던 비트코인이 불과 한달새 반토막이 난 이유는 크게 두가지 원인으로 분석된다. 먼저 시가총액 2000조원을 향하던 가상자산에 대해 각국 정부가 위험 신호를 울렸다는 것이다. 

탈중앙을 기치로 성장한 가상자산은 애초부터 코로나19에 대항하는 '큰 정부'를 이길 수 없었다. 실제 글로벌 통용자산인 금의 시가총액을 위협하자, 미국과 중국 등 전세계 주요 국가 모두 동시에 규제책을 쏟아냈다. 

5월 하락장의 신호탄은 중국에서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부총리급이 직접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와 채굴을 금지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부 핵심 인사가 직접 발표했다는 점에서 확연히 과거와는 다른 스탠스다. 중앙 정부가 다룰 수 없는 비트코인 시장을 내버려두면 외화유출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행보다. 

미국 또한 1만달러 이상 규모의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는 연일 고강도 규제를 시사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 또한 규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 또한 시장 규제 의지를 보이며 전세계 선진국가 대부분 더이상 가상자산을 회색지대에 두지 않겠다는 의지다.   

문제는 각국 정부의 울타리안으로 들어가게되면서 이전처럼 큰 돈을 벌 수 없게 됐다는 인식과 함께 지속 상승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는 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꿈을 먹고 성장하는 유동성이 급격히 힘을 잃고 있다. 전세계를 뒤흔들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빠르게 약화되며 유동성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가 커졌고, 결과적으로 성장주 전반이 조정국면에 들어선 것. 테슬라를 비롯해 LG화학 등 국내외 주요 성장주 거품이 급격히 빠지고 있는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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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매입부터 CBDC까지...2018년과 분명히 다르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또한 최근 인터뷰를 통해 "가상자산의 시세에는 '거품'이 끼어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더리움 생태계에 몰리는 자금과 인재풀은 3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과거 기술주 버블 속에 대부분의 기업이 망하고 구글이 탄생한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 국내 대표 가상자산 투자사 해시드를 운영하는 김서준 대표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온체인 거래량은 꾸준히 상승중이며, 온체인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더욱 거대한 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인프라로서의 역할이 더 많은 이들에게 증명되고 있으며 ▲채굴자들에게 많은 수수료를 발생시킴으로서 네트워크의 안정성 역시 높아지고 ▲프로토콜 코인의 내재가치 역시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량 및 거래량 또한 꾸준히 상승중"이라며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이 많아지는 것은 분산금융(디파이)이 전통 금융을 집어삼킬 역량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명확한 시그널"이라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기반의 서비스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고,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어 내재가치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2018년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각국 정부 또한 가상자산으로 흐르는 유동성을 경계하면서도 블록체인 기반의 화폐 시스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은 가장 먼저 디지털화폐(CBDC) 연구에 돌입, 지난해 4월부터 선전, 쑤저우, 청두, 슝안신구 등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을 실시해왔다. 올해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디지털 위안화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미국 또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CBDC 연구를 공식화했고 한국은행 역시 테스트 준비가 한창이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CBDC를 새로운 인프라 사업으로 삼고 '제3세계' 진출을 꿈꾸고 있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신산업은 기하급수 팽창하는 모습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NFT' 역시 새로운 황금알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를 제외하면 각국 정부의 규제는 무조건적인 금지가 아니라 중앙 정부의 울타리안으로 들어오라는 것이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중앙집권형 국가에서 가상자산은 화폐의 의미가 퇴색되고 자산 내지는 애플리케이션 사이에서 통용되는 포인트로 자리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그 속에서 피어날 새로운 가치와 그 규모는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지금은 투자자 개인의 '열공'과 '인내', '믿음'이 필요한 시기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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