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정무위 등 다른 상임위에서 김범수를 증인으로 채택했는데, 과방위에서 채택하지 않으면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느냐"(9월27일 과방위 전체회의)

"정무위에도 채택된 김범수와 이해진을 주무부처인 과방위에서 채택하지 않는 건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10월1일 과방위 과기정통부 국감)

이달 국회 국정감사 시즌에 돌입하면서 의원들 '체면' 살리기에 기업 오너들이 국감장을 들락거리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업계에선 국회의 '본분'이 기업인을 데려다 면박주고 사과받는 것이냐며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박대준 쿠팡 대표를 비롯한 6명의 증인 추가 채택 건을 의결했다.

최근 플랫폼 독과점 이슈의 중심에 선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세번째로 국감장에 불려가게 됐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정무위, 7일에는 산자위 국감에 각각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이미 카카오 및 계열사의 골목상권 침해와 수수료 논란 등에 대해 사과하고 빠르게 개선안을 시행하겠다고 수시간 동안 반복한 바 있다.

하지만 과방위 야당 간사 김성중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은 김 의장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일 과기정통부 국감 당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이 한 차례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김 의원은 "고용 사장을 소환해서는 의미가 없다"며 김 의장 출석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국감장에서 "민주당이 이해진의 증인채택을 끝까지 막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선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는데, 왜 21대에선 채택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최근 각 상임위에서 기업인 면박주기를 위한 불필요한 증인 채택을 지양하는 분위기인 가운데, 여전히 관습적인 출석 요구를 요구를 고집하고 있는 것.

이와 더불어 김 의원은 국감장에서 "네이버 출신 과방위 위원이 비호하면서 증인채택을 막는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같은 과방위 소속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방하기도 했다. 이런 증인 채택과 관련한 정치 공세에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과를 요구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같이 기업 총수를 불러 수시간 대기시키고 증인석에 세워 면박을 주는 국감장의 구태한 관행은 계속된 지적에도 반복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IT기업 때리기는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재벌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는 최근 4년 간 국감장에 출석한 적이 없는 반면, 인터넷 기업 창업자들은 특별한 이슈 없이도 매년 증인으로 채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감 전 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이슈가 되자 각 상임위에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인터넷 기업 대표들을 불렀다. 카카오 및 계열회사는 무려 7개 상임위에 출석하거나 출석이 예정돼 있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네이버 역시 환노위, 산자위, 농해수위, 문체위 등 4개 상임위에 한성숙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한 대표는 국감장에 5년 연속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 쿠팡 역시 과방위, 행안위, 정무위, 국토위 증인으로 출석했다.

업계에선 최근 강대국의 기술패권 다툼으로 혁신기업들의 생존과 국내 IT 기업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긴 커녕 선거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기업인 면박주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기업인을 여러 상임위에서 불러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답변을 반복하게 하는 건 기업 망신주기이자 공공기관 감사하는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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