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 내정자(왼쪽)와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 /그래픽=디미닛

 

코로나19가 촉발한 유동성 국면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오로지 꿈으로 기업가치를 불렸던 성장주 또한 일제히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성장주 대표주자로 불렸던 네이버와 카카오 또한 마찬가지다. 양사 나란히 고점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주가가 빠진 상태다. 그러나 양사는 올 들어 빠르게 모멘텀을 추가하며 여타의 나스닥 성장주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매도 물량을 쏟아내던 외인들까지 호응하며 투심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거래일대비 1% 가량 빠진 주당 28만7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말 주당 50만원에 육박했던 주가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그런데 5월말 들어 수급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내내 네이버를 팔아치우던 외인들이 매수로 전환한 것. 실제 지난달 26일 이후, 외인들의 네이버 순매수량은 40만주에 이른다. 1300억원에 이르는 외인 자금이 6월 미국 '빅스텝'을 앞두고 네이버 매수에 가담한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이후, 카카오를 담은 외인들의 순매수량은 50만주에 달한다.  

사실 양사는 외인 매도세 탓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주가 약세를 보여왔다. 구글과 메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인터넷 대형주들이 일제히 주가가 붕괴, PER이 힘을 잃으며 양사 역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것. 구글의 2022년 기준, 추정 PER은 17배, 메타는 14배에 불과하다. 여전히 30배를 상회하는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선, PER 자체로 보면 추가 하락도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양사가 타 성장주와 달리 성장 엔진을 갈아끼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양사는 유일하게 남은 고성장 영역이라 볼 수 있는 콘텐츠에서 올해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네이버는 일본 이북재팬 인수에 따른 웹툰-웹소설 1위 사업자 탈환, 카카오는 픽코마와 게임사업의 성장세 덕에 글로벌 스토리를 전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두 기업에서의 경쟁 승자가 곧 태동하고 있는 글로벌 웹툰-웹소설 산업의 1위를 의미한다"며 "초기 성장 산업의 글로벌 1위 업체에게 고밸류를 부과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멀티플 부여가 가능한 콘텐츠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네이버-카카오에게 보다 높은 PER을 부여해야한다는 얘기다.

실제 양사는 일본에서 라인망가와 픽코마로 대표되는 웹툰-웹소설 사업자로 일본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인수한 이북재팬을 앞세워 거래액을 1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카카오 픽코마 또한 카도카와 등의 관계사를 앞세워 일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일본 영상화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규모는 25조원 규모로 네이버는 만화의 영상화 등을 앞세워 애니메이션, 드라마 포함 작품 10개 영상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일본 현지 코인 거래소 SEBC를 인수, 픽코마 내 웹 3.0 생태계 구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충한다는 포석이다. 

허지수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올해 커머스나 타 사업부 대비 콘텐츠 부문의 외형성장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해외 SNS 업체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무난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양사 주가 부진의 주 원인으로 작용한 이커머스 영역의 부진한 성장률 또한 과도한 우려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 네이버쇼핑의 올해 추정 거래액은 38.3조원으로 1년전과 비교해 18% 가량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성장 축이 C2C 개인판매자 중심에서 B2C 브랜드스토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네이버의 수익률은 더욱 배가되는 모습이다. 카카오 또한 올해 톡비즈 광고 매출은 1.1조원(+28% YoY)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메시지광고가 전년대비 45% 성장하며 전반적인 성장세를 견인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소비자 데이터 활용에 제동이 걸린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은 데이터 3법 개정안 등 제도적 개선에 힘입어 오히려 빅데이터 마케팅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인터넷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영업환경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 하락 리스크는 이제 제한적"이라며 "과거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 하락 원인이 영업이익 성장률 하락과 밸류에이션 부담이었다면, 양사의 현 주가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히 줄었고, 영업이익 성장률도 올해를 기점으로 상승 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여 비중을 확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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