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구체화 작업이 관건, 전통 금융사업자 참여 여부 관심

 

 

#드디어 가상자산 제도권으로 #이제는 시행령이 고비 #은행 증권사도 들어올까 

암호화폐, 가상화폐, 암호화자산 등 여러 용어들이 혼재하고, 사건 사고가 많았던 암호화폐 시장이 이제 '가상자산'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 첫걸음을 뗐다. 

'암호화폐(가상자산) 제도화 법안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시행령이 갖춰지고 앞으로 1년 뒤인 2021년 3월, 개정안이 시행된다. 개정안 주요 내용이 시행령에 위임돼 있는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시행령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 어디까지 적용될까 

법 적용 대상 '가상자산' 범위와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 대상인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부터 시행령에서 구체화돼야 한다. 개정안은 가상자산에 대해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가치의 전자적 증표'라고 정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환성이 없는 전자적 증표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 결과물(게임 아이템)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 등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전자화폐는 기존 특정 사업자가 제한적인 쓰임으로 내놓는 일반 포인트나 카드사 마일리지 등이 포함된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과 관련해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등이 가상자산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는 어떤 블록체인 기업들이 포함될까. 개정안에는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가상자산을 보관 또는 관리하는 행위 ▲가상자산 매도 매수 또는 가상자산 간 교환 행위를 중개 알선 대행하는 행위 등의 영업을 하는 곳이라고 명시돼 있다.

위 기준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와 가상자산 보관 및 관리하는 기업들부터, 가상자산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한 이른바 'ICO'를 했던 기업들, 가상자산으로 투자를 진행했던 벤처캐피탈(VC) 및 엑셀러레이터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상자산을 활용하는데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가상자산 사업자로 분류되는가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헥슬란트는 '가상자산 규제와 특금법 분석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탈중앙화거래소들은 거래 중개행위를 하고, 중개행위에 대한 대가를 받는 구조로 보여 가상자산업에 해당될 것"이라면서도 "탈중앙화 거래소 중 거래 솔루션만 서비스하는 구조, 즉 P2P(개인 간 거래)를 위한 웹서비스와 스마트 컨트랙트 솔루션을 통한 중개행위를 하지만 그에 따른 중개 수수료를 수취하지 않는 경우는 가상자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행령에 웃고 운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해당하는 업체들은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호 및 대표자의 성명 등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특히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거나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신고 수리가 안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번 시행령이 중요하다. 시행령을 통해 앞으로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개시하는 조건과 절차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빗썸과 업비트, 코빗, 코인원 4곳뿐이다. 이들은 6개월 단위로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이번 특금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됨에 따라 법인계좌 운영을 지속하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은행으로부터 계좌 정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앞으로 나올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보수적인 관점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헥슬란트 보고서는 "이번 특금법 개정안에서도 금융기관의 적절한 KYC와 실명확인계좌 발급 기준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는 않고, 자율적 판단에 맡겨 금융기관의 '보수적'인 태도가 지속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은행에서 가상자산 거래를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득 증빙이 어려울 경우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계좌개설 및 실명확인도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갖추지 못한 곳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기존 ISMS 인증을 획득한 대형 거래소의 경우, 사전 준비에만 수천만원~1억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했다. 사전 준비부터 최종 인증까지 약 1년의 시간도 필요하다. 

최지혜 헥슬란트 리서치팀장은 "특금법이 최종 통과돼도 1년 뒤 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그동안 관련 기업들은 불확실성의 연속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사업을 지속 운영하기 위해 제도권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을 갖출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금융 들어올까 

가상자산 관련 규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가상자산 사업에 본격 뛰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부터 국내 은행들이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기술 개발에 본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헥슬란트,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 등과 함께 블록체인 키관리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KB국민은행 또한 커스터디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한 가상자산 업체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커스터디에 뛰어들거나 준비해 온 은행들이 있었고, 특히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커스터디 사업이야말로 은행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가상자산 사업 분야"라며 "B2C보다는 B2B 중심 커스터디 서비스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예를 들어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자산을 보관하는 제휴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권사들도 가상자산 금융 상품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2년 전 국내 한 증권사에서 가상자산 관련 파생상품을 내놓으려 했지만, 제도 미비로 관계당국으로부터 허가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국내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국내 중소 증권사에서는 동남아 등 해외에서 비트코인 거래소 라이선스를 받으려 준비하는 곳이 있다"며 "이미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가능하고, 국내도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내후년 정도에는 국내 증권사에서 가상자산 관련 상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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