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마켓, 개발사도 엮인 문제...보상범위 설정 등도 논의 필요

#20220917, 게임회사-게이머 '관계 재설정'의 시작

#무제한 간담회로 마주선 게이머와 운영진

#환불 즉답 없다고 오늘의 간담회가 폄훼되지 않았으면

 


2004년에 있었던 리니지2의 '바츠해방전쟁'이 게임 역사에 기록된 것처럼, 어쩌면 2022년 9월17일은 게임업계 역사에 기록될 날일지 모릅니다. 게이머들이 게이머로서 게임사에게 당당히 설명을 요구하고, 게임사가 이를 받아들여 간담회가 열린 날이기 때문입니다.

몇년이 지난후, 게임업계의 서비스 개선 시작이 언제냐고 물으면 누군가 '우마무스메 간담회부터 아니야?'라고 답할지도 모릅니다. 게임 서비스 기업과 게이머간의 '관계'가 기존과 다르게 설정된 첫 날이 오늘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를 바라보는 시점에 끝난 무제한 간담회. 유튜브로 생중계됐기 때문에 우마무스메 게이머들은 물론 여러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이 간담회를 지켜봤을 것입니다.


놀라웠던 우마무스메 간담회...진짜 소통이 시작됐다

간담회는 보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동안 게이머를 대신해서 게임회사에 질문한다는 기자들의 질문해도 '계약상 비밀'이라고 답할 것만 같은 수많은 질문에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들이 게이머 대표단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 간담회/ 사진=카카오게임즈 유튜브 갈무리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 간담회/ 사진=카카오게임즈 유튜브 갈무리

사실 간담회가 열린다고 했을때, 별로 기대를 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어차피 이용자들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할 것이고, 게임회사는 답변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카카오게임즈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동안 몰랐던 것과 이제 알았으니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할 수 없었지만 이용자를 위해서 할 수 있게 바꿔야 하는 것 들을 조목조목 얘기하더군요.

게이머분들은 속시원하지 않았을수도 있지만, 저는 '저런 것 까지 얘기한다고?'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습니다. 정말 달라진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게이머로 수백만, 수천만원씩 썼던 시절을 생각해보니 정말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불만이고,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속시원히 얘기해주지 않습니다.

모 웹툰작가가 '도도새'가 운영해도 이것보다 잘하겠다고 했을 만큼, 저 역시 이전부터 게임 운영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도 내 앞에 운영진이 있었다면, 게임 내 아주 작은 불만이라도 모두 토해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불만에 카카오게임즈가 답변하는 모습이 사실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게 정말 소통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불 이슈에 즉답을 할 수 없는 이유

그런데, 그 긴 시간의 간담회가 끝난 뒤, 카카오게임즈와 우마무스메 게이머간의 소통의 시간이 보상안과 환불안 마련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나마나한 간담회'로 치부됐습니다. 너무 아쉬웠습니다.

간담회 말미에 게이머 대표단은 환불이나 보상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족할만한 보상이 나오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습니다. 할 수 없는 것을 계속 하라고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환불을 하겠다고 얘기하더라도, 피해 범주를 국한하면 또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환불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결제 취소 및 환불은 앱 마켓 서비스 약관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죠. 앱 마켓 사업자와 협의, 그리고 사이게임즈와의 협의도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죠.


의미 없는 간담회로 폄훼하지 않았으면...

즉 저 요구는 간담회 자리에서 카카오게임즈가 즉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즉답을 했다가는 권한도 없이 말로만 얘기한 회사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다른 담당자들과 얘기가 필요하다"는 답이 최선의 답일수밖에 없는 것이죠. 논의 후 나오는 답을 기다려봐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그동안에는 기다릴 이유가 없었겠지만, 이번 감담회에 임한 카카오게임즈의 진심을 이해한다면 기다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지 '즉답하지 않았다'고 이번 간담회를 폄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게임회사와 게이머들의 소통과 게임회사의 운영은, 이번 간담회 이전과 이후로 나뉠겁니다. 이런 간담회가 열릴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게임회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증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에 참여한 (마차 시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했는지도 모르지만) 카카오게임즈의 달라지려는 노력 역시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2022년 9월17일이 게임업계 역사에 남을 날이 되길 바랍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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