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총괄(GIO)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캐리커쳐=디미닛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총괄(GIO)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캐리커쳐=디미닛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내부 비용 통제에 돌입한다.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 역성장을 기록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를 주지만, 두 회사의 방향성은 엇갈린다. 네이버는 경영 안정에, 카카오는 신사업 추진에 방점을 찍고 이사회를 정비한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22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 카카오는 28일 제주 스페이스닷원에서 각각 주총을 열고 비용 통제 관련 안건을 통과시길 전망이다. 양사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줄이는 안건을 공통으로 상정한다.

네이버는 이사에게 지급할 보수의 최고 한도를 1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카카오는 12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내린다. 양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년 만에 역성장하면서 긴축경영을 예고한 상태다. 경력 채용 중단까지 통보하며 보수적 채용에 나섰고, 임직원 성과급도 40% 가량 내린 바 있다.


네이버 이사회 '안정'...M&A통 경영진에 힘 실어

네이버는 올해 이사진 진용에 큰 변화 없이 주총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이사회는 변대규 의장 체제를 9년간 지속할 전망이다. 현재 변 의장은 네이버 이사회 내에서 리더십‧보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ESG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남선 네이버 CFO(왼쪽부터)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김남선 네이버 CFO(왼쪽부터)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이 같은 조치는 취임 1년을 맞은 최수연 최고경영자(CEO)·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경영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하버드 출신의 법률가로, 인수합병(M&A)과 투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뽐내며 '글로벌 네이버' 비전 실현에 박차를 가해왔다.

실제 지난 1년간 최수연·김남선 체제의 네이버는 발빠른 M&A와 더불어 글로벌 투자에 적극 나섰다. 네이버 본체에서 사업을 육성·관리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선회한 것으로, 확장 기조를 본격화하겠다는 신호였다. 커머스·콘텐츠 등 주력 사업 분야에 여러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씨앗을 뿌렸다.

커머스(상거래) 분야에서 3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 및 M&A에 쏟은 게 대표적이다. 키워드는 개인간거래(C2C)로 모아졌다. 북미 최대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하고, 유럽의 C2C 플랫폼 '왈라팝'에 투자, 손자회사 '크림'도 육성했다. 네이버웹툰에 4000억원을 출자하며 콘텐츠 키우기도 나섰다.


카카오 이사회 '변화'...투자전문가와 신사업 발굴

카카오는 이사회에 큰 변화가 생긴다. 7명의 이사회 멤버 중 3명을 신규 이사로 채운다. 특히 투자 관련 전문가 2명을 이사회에 전진배치한 만큼, 카카오가 미래 10년 키워드로 내건 '비욘드 코리아'에 걸맞는 글로벌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를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왼쪽)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사진=카카오 제공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왼쪽)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사진=카카오 제공

 

사내이사 후보로는 카카오의 자금 조달·투자 집행을 이끌어온 배재현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CIO)가 지명됐다. 카카오는 추천 이유에 대해 "자본유치와 투자 측면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카카오의 글로벌 시장 진출 및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등 기업 가치 성장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카카오는 불황을 타개할 신사업 발굴을 위해 고삐를 쥐고 있다.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해외매출이 성장의 '핵심키'가 되면서, 관련 분야의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것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등 선행 기술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것 등이다.

이에 따라 그룹의 곳간지기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배 대표의 선임으로 보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기타비상무이사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또한 투자 전략 수립과 IT 스타트업 투자 발굴에 기여한 인물인 만큼, 관련 자문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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