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까지 민간 IT 업계 전문가들이 대거 정부 요직에 임명되며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해 'AI 3대 강국'을 향한 국가 AI 생태계의 밑그림을 그리고 정부 정책과 산업 현장의 괴리감을 좁혀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AI 100조 투자, 데이터 고속도로 건설,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확보 등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들이 궤도에 오른 가운데,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울산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민간 투자에도 불이 붙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인선을 통해 소버린(주권) AI 전략과 한국형 AI 모델 개발, 중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등 AI 강국 실현의 마중물이 될 다양한 정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한 가지 더 바라는 바가 있다면, AI 시대 강력한 사이버보안 체계를 구축할 '보안 리더'의 존재다. AI 칩이나 모델, 데이터센터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수 인프라가 사이버보안 역량이다. 강력한 보안 없는 AI 주권 확보와 '모두의 AI' 실현은 모래성 위에 쌓은 탑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미 시민들은 유심 교체를 위해 대리점 앞에 줄을 서며 사이버보안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 사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예스24는 며칠간 서비스가 마비되며 이용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고, 한국연구재단은 개인정보 12만 건을 유출했다. 통신 인프라와 인터넷 서비스는 물론, 심지어 공공 분야까지 연일 사이버공격에 시달리는 가운데, 과연 AI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을지 불안이 크다.

최근 잇따른 보안 사고에 대해 유명 화이트해커 출신인 박세준 티오리 대표는 "다양한 보안 컨설팅, 모의해킹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사회·국가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제로데이 취약점을 수없이 발견한다"며 "북한이나 다른 적대 세력이 취약점들을 알고 활용한다면 은행 시스템 마비, 통신 두절, 전력망 차단 등 순식간에 국내 인프라가 붕괴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앞으로 AI는 산업과 경제, 사회, 안보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커들이 이런 AI 시스템에 침투해 내부 데이터를 갈취한다면, 혹은 AI를 악용해 사회 전반에 더 광범위한 공격을 펼친다면 그 피해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재앙' 수준이 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AI 전문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역할을 맡을 보안 전문가의 중용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