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둘러싼 논의가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연내 법안 통과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디지털자산 기본법)'이 국회 소위 논의 안건에서 제외된 데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업계간 의견 충돌이 이어지며 법제화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26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제1소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조항이 담긴 정부안의 심사를 한 차례 미뤘다.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해온 법안임에도, 관계기관 간 조율이 진척되지 않아 사실상 국회 논의 자체가 중단된 셈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기관 간 입장 차이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화폐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들어 발행사의 지분 51% 이상을 은행 컨소시엄이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화 안정성, 금산분리 원칙 유지, 외환·자금세탁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서는 은행 중심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금융위와 국회는 핀테크·빅테크 등 민간 참여를 배제할 경우 시장 혁신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발행사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5억원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 등 '규제 기반의 개방형 모델'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업계 역시 은행 주도 모델로 확정될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특유의 혁신성이 떨어질 거라고 우려한다.
감독 권한 배분 문제도 난제다. 금융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와 감독을 당국이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은은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안정성 관점에서 공동검사권 및 인가 단계 개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금융당국은 "한은과 기획재정부의 긴급조치명령 또는 거래 지원 종료·중단 명령 요청권은 입법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난색을 보였다. 또 한은과 기재부가 금융위의 당연직 위원인 만큼 관련 사안은 금융위 내부 논의로도 충분히 조율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별도로 '가치안정형 가상자산 발행 및 이용자 보호법'(가칭) 제정을 추진하며 국회발 입법이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현실적으로 연내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준비 중인 법안은 은행·핀테크 기업에 발행 자격을 부여하고, 발행액 규모에 따라 자기자본 요건을 차등 적용하는 구조가 골자다. 특히 100% 지급준비자산 외에 발행액의 3% 이상을 비상 적립금으로 쌓도록 하는 등 글로벌 기준을 웃도는 엄격한 준비금 요건을 포함하고 있다.
테더와 써클 등 해외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규제 체계에 편입하고, 발행 인프라로 퍼블릭 블록체인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과 민병덕, 안도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태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 주체·감독 권한 등 핵심 골격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올해 안에 법안이 완성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외환 정책과 직결된 만큼 기재부, 한국은행 등 정부 부처 간 조율이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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