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광고도 못 참는 내 인생이 레전드"

어서 와, 돈 내고 유튜브 쓰는 건 처음이지?/사진=Rachit Tank on Unsplash
어서 와, 돈 내고 유튜브 쓰는 건 처음이지?/사진=Rachit Tank on Unsplash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유튜브를 만들었나?

#마성의 백그라운드 재생, 현대판 봉이 김선달 인정 

#유튜브 뮤직 가사 지원, 국내 스트리밍 완벽 대체


유튜브는 지난 2015년 10월,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를 내놨다. 처음에는 '유튜브 레드'라는 이름이었으나 2018년 개편 이후 프리미엄으로 이름을 바꿨다. 나는 '유튜브 레드'가 출시됐을 때 무료체험을 거쳐 드문드문 이용하다 반년 전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에 완전 정착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다. "5초 있다 스킵(Skip)하면 되는데, 뭐하러 다달이 1만원씩이나 주면서 유튜브를 쓰냐"고. 이런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에어팟 쓰다가 선 있는 이어폰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5G 쓰다가 3G 네트워크 쓸 수 있냐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은 문명의 결정체야."

내가 빠져 나올 수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매력을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1. 유튜브 광고는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는 사실 특별한 게 없다. 영상에 붙는 광고를 없애고 백그라운드 재생을 가능하게 한다.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지만 넷플릭스, 웨이브, 애플에 비하면 구색 맞추기 수준이다. 초창기 유튜브를 사용할 때만 해도 국내외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나 IT 채널 리뷰를 챙겨보는 정도였기에 프리미엄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생태계가 급격히 커진 것은 2016년 겨울, 아프리카 TV 갑질 사태 이후로 기억한다. 당시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로 대거 넘어오면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구글은 네이버 블로그와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할 때보다 더 큰 수익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콘텐츠 선수들을 끌어들였고, 지금은 누구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시대를 만들었다. 

유튜브가 돈 버는 플랫폼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광고도 많아졌다. 지난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했다가 깜짝 놀랐다. 광고가 이렇게 많이 붙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어떤 영상은 시작 전에 광고가 2개나 붙는다. 내용도 문제였다. '5초 스킵(Skip)' 막기 위한 자극적인 콘셉트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듯한 독특한 광고들은 이미 아재의 반열에 오른 내가 감당하기 벅찬 것들이었다.

크리에이터들이 돈을 벌기 위해 삽입하는 중간 광고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TV를 꺼버리며 농락하는 기분이었다. 하여간, 요즘 유튜브 광고가 너무 많아졌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광고 없는 유료 서비스를 만든다면 사용할 것 같다.


2. 백그라운드 재생으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단순히 광고만 없애주는 것이라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진 않을 것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백미는 백그라운드 재생에 있다. 유튜브는 앱을 닫으면 동영상이 멈추지만 유튜브 프리미엄은 계속 재생되기 때문에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꼭 영상을 보지 않더라도 음성만 청취 가능하고, 이로 인해 멀티태스킹도 가능해졌다.

유튜브 영상이 백그라운드에서 재생되고 있다/사진=김임수 기자
유튜브 영상이 백그라운드에서 재생되고 있다/사진=김임수 기자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공항에 내려 현지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벌일 때, 쿡방 유튜버 '수빙수'가 줄무늬전갱이 내장을 빼내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구글 맵이나 네이버로 검색이 가능하다. 무료한 사무실을 스타벅스 카페로 바꾸고 싶으면 '스타벅스 매장음악'을, 잠이 오지 않을 땐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나 '수면 ASMR' 관련 영상을 백그라운드로 재생해 이용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판다는 점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이야말로 IT계의 봉이 김선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24시간 멈추지 않는 추천 알고리즘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월 8690원이다.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 무제한 듣기 이용권과 비슷한 가격이라곤 하나 실제 국내 서비스는 제휴 할인이나 통신사 결합으로 훨씬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다. 기자 역시 현재 바이브(Vibe)를 1100원에 쓰고 있는데, 할인 기간이 끝나면 과감하게 해지할 예정이다. 언젠가 유튜브가 지겨워져 다시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을 때 멜론, 지니, 플로, 바이브 중 분명 할인 특가를 제공하는 곳이 한곳은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는 별도의 유튜브 뮤직 앱을 음악 스트리밍을 이용할 수 있다.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나 재생목록을 바탕으로 24시간 내내 추천음악이 뜬다. 구글의 알고리즘은 너무 강력하다. 아마도 사후세계에서도 죽은 뒤 보면 좋을 콘텐츠를 추천해 줄지도 모르겠다.

유튜브 뮤직 앱은 주로 좋아하는 음악 하나를 선택한 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곡들을 이어듣는 편이다. 국내 서비스와 비교해 얼마나 정교할까. 현재 쓰고 있는 바이브와 유튜브 뮤직 앱에 태연의 'Why'를 지정하고 추천 리스트를 비교해 봤다.

유튜브 뮤직(좌)과 네이버 바이브(우) 추천재생목록/사진=김임수 기자
유튜브 뮤직(좌)과 네이버 바이브(우) 추천재생목록/사진=김임수 기자

추천곡들이 상당 부분 유사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네이버의 추천 알고리즘이 좀 더 정교하다. 태연 노래에 아이유 노래를 추천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선택이며, 지코의 아무노래를 띄운 것에는 아무런 맥락이 전해지지 않는다. 반면 네이버는 악동뮤지션이나 볼빨간사춘기 등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음악을 추천해 준다는 생각이다. 바이브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방송 순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놓치기 아쉽다.유튜브 뮤직은 상대적으로 팝음악 추천 알고리즘이 훨씬 정교하고 풍성한 편이다.


4. 최근 가사 지원을 시작했다. 게임 끝!


최근 유튜브 뮤직은 가사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스트리밍 이용자들이 완전히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은 가사를 따로 찾아봐야 한다는 것인데, 이 장벽마저도 무너졌다. 아직 국내 음악들은 없는 가사가 더 많고 실시간 스크리닝도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가사를 못 봐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지 못하는 상황은 점차 없어질 것이다.

사실 유튜브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큐레이션 해주는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음악 추천 채널 '떼껄룩(Take a look)'이 고른 음악을 들으며 주접댓글을 보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면, DJ 'J.E.B'가 Hands-up에 전국노래자랑 송해 선생님 음성을 매쉬업(Mesh-up, 여러 음악을 섞어 하나로 만드는 것)한 음악 콘텐츠를 접하게 된다면, 다음달 자동 결제가 절대 아쉽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지니뮤직도 유튜브 채널에서 별도로 음악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유튜브 뮤직이 최근 가사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사진=김임수 기자
유튜브 뮤직이 최근 가사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사진=김임수 기자

마지막으로 아이폰 사용자라면 정말 중요한 사실이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할 때 앱스토어가 아닌 유튜브 홈페이지에서 구독해야 한다. 앱스토에서 결제하면 수수료가 더해져 1만1500원이 빠져나간다. 반드시, 진짜 정말로 홈페이지에 직접 가입해야 매달 2850원을 덜 낸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왜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고 묻지는 마시라. 그냥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만 잊지말자. 


김임수 기자 imsu@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