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부터)와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 캐리커쳐 = 디미닛
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부터)와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 캐리커쳐 = 디미닛

 

#메신저·포털 넘어 기업용 솔루션 사업자로 진화

#두번째 데이터센터·B2B 전담 자회사로 속도전

#외산 서비스 대신 토종인터넷 기업에 주목하자 


국내 인터넷 양강 네이버와 카카오가 일반 이용자(B2C) 대상의 인터넷 서비스 중심에서 기업 시장(B2B)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1위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외부로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위기 상황에 발빠른 대처가 가능한 자국 IT 인프라와 플랫폼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두 기업의 B2B 사업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로 기반 다진 네이버, 올해 두번째 데이터센터로 B2B 확장


네이버 기업서비스의 핵심은 클라우드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자체 데이터센터를 바탕으로 IT 인프라 및 솔루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 B2B 사업의 최전선을 맡고 있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지난해 매출액은 49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부문은 무려 85% 성장했다. 이밖에도 경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아이앤에스의 지난해 매출액 또한 전년동기대비 10% 가까이 성장한 17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네이버는 오는 2022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세종시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자율주행,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 산업의 인프라로 활용될 제2 데이터센터(IDC)를 짓고 있어 기업용 솔루션 매출 비중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구글 등 외국계 거대 IT기업들을 상대로 '데이터 주권'을 지켜온 네이버가 B2B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션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에 뺏긴 클라우드 시장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 사진 = 네이버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 사진 = 네이버

클라우드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IT 인프라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코로나 알리미', '공적 마스크 알리미'부터 초·중·고 온라인 개학에 이르기까지 긴급 상황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AWS를 비롯한 외국계 사업자의 비중이 70%에 달한다. 네이버는 아직 한자릿수에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네이버는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실시하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인증을 모두 획득하는 등 엄격한 공공기관 심의 요건을 충족하며 신뢰도를 쌓고 있다.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 국내 인증 조건이 자사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대응에서 정부의 파트너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향후 전자정부 클라우드 전환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국내 사업자 중 최다인 14개의 보안인증을 통해 인지도를 확보한 만큼 공공과 금융 등 B2G, B2B 영업망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네이버…美·日 시장에서도 활약


네이버는 클라우드 인프라와 함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B2B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한글과컴퓨터와 손을 잡고 웨일 브라우저에 '한글 뷰어'를 기본 탑재하는 사업제휴를도 체결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확장자가 'hwp'로 끝나는 한글 문서 파일은 웨일 브라우저에서 별도의 뷰어 프로그램없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학교와 정부기관 등 한글문서의 사용이 많은 단체에서 웨일 브라우저와 한글 뷰어의 사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용 협업툴 라인웍스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달 9일 기준, 라인웍스를 활용한 국내 화상회의는 1월 대비 약 20배 이상 급증했다. 3월 기준, 라인웍스를 도입한 국내 기업수도 전년동기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사진 = 네이버
사진 = 네이버

네이버 B2B 서비스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하고 있다.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주자 밴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반 사용자는 물론 기업용 협업 툴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북미 내 밴드 월간 순이용자는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1월 이후 매달 두자릿 수 이상 이용자가 몰려들며 이제는 줌과 페이스북, 구글 등 북미 인터넷 터줏대감과도 직접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운영자가 대화명 출입을 제한하는 폐쇄형 운영방식으로 인해 보안 리크스에 휩싸인 '줌'을 밀어내고 북미 현지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구가하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는 일본 내 1위 메신저인 라인을 활용, 라인웍스의 일본 시장 침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라인웍스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일본 내 무료 버전 가입자 수가 지난 2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메시지 대화수도 470% 증가했고, 영상통화 또한 64% 늘었다. 앞서 지난 3월 네이버는 약 420억원 투입, 웍스모바일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일본 협업툴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카카오, B2B 사업 전담 자회사 출범…"카카오표 'DT 혁신' 보여주마"


일반 이용자 중심의 생활 서비스 창출에 집중하던 카카오 역시 최근 B2B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의 B2B 사업 최전선은 지난해 12월 사내 독립 기업(CIC) 'AI랩'을 분사시킨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카카오의 AI 플랫폼 '카카오i'와 카카오톡 기반의 운영 노하우를 들고 기업용 IT 시장에 뛰어 들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주목 받고 있는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 이제는 업종을 불문하고 데이터를 얼마나 잘 모으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 경쟁력이 좌우될 전망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데 능통한 플랫폼 사업자의 노하우를 다양한 분야의 외부 기업으로 확산하는 게 카카오의 B2B 사업 모델이다. 올해 들어 특허청, NH투자증권, LG전자, 삼성물산 등 다양한 기업들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을 잡고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의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 워크' /사진 =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카카오i 플랫폼은 카카오 공동체가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음성 시각 대화 번역 음악 등의 엔진 기술을 챗봇, 보이스봇 등과 결합해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손쉽게 스마트홈, 스마트 오피스 등을 구축하거나 자동차, 가전 등에 AI 기능을 접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올 하반기 기업 환경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에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해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AI로 분석한 자료를 직원들에게 기업용 메신저로 곧바로 공유하는 식의 '디지털 전환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는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카카오톡 사용환경을 바탕으로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한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 워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카카오워크는 사내 주요 시스템을 연동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고, 기업 환경에 필요한 다양한 관리 기능과 강력한 보안 환경을 제공한다. 국내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카카오톡의 사용성을 가져온 만큼, '슬랙' 등 외산 솔루션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메일의 실패는 이제 없다…카톡 '@kakao.com' 메일 승부수


카카오는 최근 자체 이메일서비스인 카카오메일 서비스도 내놨다. 카카오메일 PC버전 베타서비스는 서비스 플랫폼을 확장해 이용자들의 활용성 및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기존 모바일 버전에 없었던 ▲메일함 생성 ▲스팸 차단 상세 설정 ▲메일 목록 화면 보기 옵션 등의 개인별 맞춤 설정과 ▲주소록 가져오기·내보내기 ▲외부메일 가져오기 기능을 추가로 지원한다. 지난 20일부터는 챗봇 기능과 함께 메일 본문 내용 일부를 확인하고 간단히 답장도 보낼 수 있는 기능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진=카카오 제공
/사진=카카오 제공

이를 통해 카카오톡을 통한 이메일 업무 처리가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메일로 받은 첨부파일을 카카오톡으로 확인하고, 카카오톡에 연동된 도구형 서비스 '내 서랍'에 저장하거나, 이메일로 확인한 미팅 날짜를 '캘린더'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구글이 캘린더와 구글독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동해 플랫폼 '락인'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전략이다.

특히 카카오메일은 사용자 인증 등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는 물론 외부 서비스도 카카오메일로 인증을 받아 가입하게 된다면 카카오톡 서비스의 플랫폼 지배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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