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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스펙과 가격

#몹시 불리한 대진운

#디자인으로 용서 받기엔...


출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LG전자의 새 스마트폰 'LG벨벳'이 드디어 시장에 나왔다. 오랜만에 주목을 받은 LG폰이지만 그 열기가 판매량까지 연결될 수 있을 지 솔직히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LG벨벳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G', 'V' 라인업을 정리하고 개성있는 제품으로 '초콜릿폰'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이다. '물방울 카메라'로 렌더링 공개부터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고, 제품 공개를 패션쇼 형식으로 꾸몄을 만큼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 이어 스펙과 가격이 공개되면서 오랜만에 LG 스마트폰의 선전을 기대하던 분위기는 점차 흐려졌다. 89만9000원이란 가격과 프리미엄폰에 비해 여러모로 '빠지는' 스펙이 실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LG전자 MC사업부의 마지막 몸부림, LG벨벳 /사진 = LG전자
LG전자 MC사업부의 마지막 몸부림, LG벨벳 /사진 = LG전자

예쁘긴 한데... 똑똑하진 않네


LG벨벳의 강점은 누가 뭐래도 디자인이다. 문제는 디자인이 가격이나 성능을 덮을 만큼 스마트폰 소비에 결정적인 구매 요건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LG벨벳의 '두뇌'인 칩셋(AP)은 퀄컴 '스냅드래곤 765 5G'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주로 장착되는 '스냅드래곤 865'에 비해 한 급 아래 성능을 지녔다.

당장 스마트폰을 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업데이트 등을 고려할 때 부족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특히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아이폰에 비해 업데이트 중단이 빠르다는 점에서 최근 2년을 넘긴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광학식손떨림방지(OIS)와 고음질 오디오칩 '쿼드덱(DAC)'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DAC 기능의 경우 LG 스마트폰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어 기존 사용자들에게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단지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덮을 수 있을지, 아쉽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매스프리미엄인데... 비싸고 성능 낮아보여


LG전자의 스마트폰 LG 벨벳 / 사진 = LG전자
LG전자의 스마트폰 LG 벨벳 / 사진 = LG전자

LG벨벳의 제품 성능이 약간 기대에 못 미쳐도 가격에서 타협이 가능하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격 역시 아쉬운 점 중 하나로 꼽힌다. LG벨벳은 출고가가 90만원에서 1000원 빠진 80만원대라는 게 알려지면서 심지어 LG 직원들 사이에서도 '비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실망을 안겨줬다.

LG전자의 노림수는 최근 100만원을 훌쩍 넘으며 가격 저항이 생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대체할 '매스프리미엄'폰인데, 대진표가 엉뚱하게 중저가폰과 맞붙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닫혀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이달 삼성전자, 애플 등 경쟁사들이 앞다퉈 중저가폰을 대거 내놨고, 덩달아 벨벳도 이 경쟁에 휘말렸다.

LG벨벳은 '저렴한 프리미엄'을 지향했는데 중저가폰과 계속 비교가 되면서 '비싼 보급형'으로 각인돼버렸다. 특히 애플이 비슷한 시기 내놓은 '아이폰SE'의 등장이 뼈아프다. 아이폰이 55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최상위 칩셋인 'A13 바이오닉'을 달고 나오는 바람에 LG벨벳의 AP가 더 초라해졌다. 더구나 최상급 스펙을 지닌 '갤럭시 S20'이 보조금을 대거 풀면서 프리미엄폰에 대한 LG벨벳의 가격적 매리트마저 사라져 버렸다.


반값에 사면 2년 뒤에 또 LG폰?


LG전자는 LG벨벳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2년 간 사용후 제품을 반납하고 다시 LG전자의 프리미엄 단말기를 재구매하면 출고가의 최대 50%를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제시했다. 하지만 LG 스스로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을 정리하고 나온 마당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가늠조차 안되는 2년 후 제품을 두고 흔쾌히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의문스럽다.

아이폰이라면 올해 아이폰12, 내년엔 13, 2년 뒤엔 14가 나올 것이란 예측을 어느정도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인업 역시 마찬가지다. 동시대 최고 스펙의 제품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에 2년 후를 기약할 수 있다. 하지만 LG폰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폴더블을 포기하고 내놓은 V50 씽큐의 듀얼스크린 / 사진 = LG전자
폴더블을 포기하고 내놓은 V50 씽큐의 듀얼스크린 / 사진 = LG전자

지난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으로 폼팩터 혁신을 시도했을 때 LG전자는 듀얼스크린을 내놨다. 정면승부를 포기하고 적당한 기술로 승부를 보려 한 결과는 뻔했다.

LG전자가 올해 후속 모델로 디스플레이가 가로로 돌아가는 일명 '가로본능'폰이나 디스플레이를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폰'을 내놓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LG전자가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해볼 수 있으나, 과거 '모듈폰'이란 혁신을 시도했으나 철저히 실패한 'G5' 사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혁신도 좋지만 완성도와 연속성이 없다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면승부를 피해 온 현재의 LG전자에겐 그만한 신뢰가 없다.


향수병은 이제 그만, 앞을 보고 가자


LG벨벳은 여러모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LG전자를 되살릴 제품으론 보기엔 아쉬움이 크다. 제품 자체도, 시장 전략도, 마케팅도, 심지어 대진운마저 '한끗'씩 부족한 모습이다.

최근 LG전자는 연예인 '하하'를 주인공으로 한 웹드라마를 공개했다. 과거 LG전자를 대표했던 초콜릿폰, 아이스크림폰 등을 보여주며 LG벨벳으로 연결하는 내용이다. LG전자 입장에선 과거 피처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겠지만, 현재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는 초콜릿폰이 아니라 초콜릿폰과 LG벨벳 사이에 LG전자가 보여준 모습이다. 

직면한 현실을 돌파하지 못하고 자꾸 뒤를 돌아보면 계속 제자리다. LG전자의 향수병은 LG벨벳에서 끝나길 바란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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