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된 내 정보 분산 저장하는 DID 

#모바일 결제에서 모바일 방문증, 출입증... 그리고 신분증?

#금융 디지털 실명증 나올까 


'현장에서 QR코드 스캐닝으로 출입하세요'

지난 2월 국내 블록체인 기업 아이콘루프의 사내 라운지에서 열린 비공개 행사에서 만난 문구다. 보통 행사장 출입을 위해서는 '명함'을 제출하거나 이름과 소속을 방문록에 적는다. 하지만 이곳은 미리 앱에서 신원을 인증하고 받은 '모바일 방문증'을 통해 비대면 출입이 가능토록 했다. 종이 명함을 제출하지 않아도 '나=출입 가능한 사람' 임을 '디지털'화 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는 DID가 그리는 미래 모습 중 하나다. DID는 'Decentralized Identity' 준말로, 데이터 위변조나 해킹 방지에 강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신원(ID)를 확인해 주는 인증 기술이다. 쉽게 말해 내가 DID 발급받기 위해, 최초 한번 개인 정보를 제공하면 이 정보는 암호화돼 블록체인 상에 분산 저장된다. 이 DID를 기반으로 회원가입이 가능한 사이트가 있다면, 사이트는 지금처럼 나에게 개인정보 기입과 휴대폰 인증 등을 요구하지 않고 사이트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검증한다. 

DID 기본 구조도 / 사진=금융결제원
DID 기본 구조도 / 사진=금융결제원

현재 DID 관련 크게 세 협의체가 구성돼 있다. ▲이동통신 3사 주축으로 한 '이니셜 DID 연합' ▲라온시큐어와 금융결제원 등이 속한 'DID 얼라이언스' ▲아이콘루프의 '마이아이디' 등이다. 최근 위 주도사들의 DID 도입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생활 속 '모바일 OO증' 늘어난다 


지난 2월 이니셜 DID 연합사 중 하나인 NH농협은행은 모바일 사원증을 선보였다. 이는 동일 연합 소속 SK텔레콤과 함께 DID 기술을 구현해 상용화한 것이다. 농협은행 임직원은 모바일로 사원증을 신청해 발급받아, 이 사원증으로 출입인증과 출퇴근을 관리한다. 앞으로는 방문 예약이나 간편 결제 등의 기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오는 22일에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갤럭시A퀀텀'을 공식 내놓는데, DID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전자증명 서비스 '이니셜'도 선탑재된다. 지난 3월 출시된 이니셜은 현재 모바일 가입증명과 함께 현재 PS&마케팅 출입권한 증명과 삼성서비스센터의 수리비 영수증 및 내역서 발급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이니셜'에서 사용 가능한 증명서를 늘려 나갈 예정이다.

경상남도 디지털 공공서비스 플랫폼 연계 서비스 개념도 / 사진=라온시큐어 
경상남도 디지털 공공서비스 플랫폼 연계 서비스 개념도 / 사진=라온시큐어 

라온시큐어는 DID 플랫폼 관련, 올해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경상남도에서 DID 기반 모바일 도민카드, 스마트학생증을 통해 신원 확인 및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는 라온시큐어의 자체 DID 플랫폼 '옴니원'을 통해 구현된다. 

예를 들어 '모바일 도민카드'를 발급받으면 제휴 서비스 이용을 위해 별도의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모바일 도민카드를 갖고 있으면 경남대표도서관을 이용하고자 할 때,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정회원에 가입하고 전자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경남대표도서관은 회원이 애초에 모바일 도민카드를 발급받을 당시 블록체인 상에 저장된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라온시큐어는 향후 모바일 신분증, 모바일 운전면허증, 시험 검사, 채용, 제증명 등 투명성과 신뢰성이 강조되는 분야에 DID 기반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아이콘루프 '마이아이디' 곧 나온다... 금융실명증 기대↑ 


아이콘루프는 앞서 사례에서 언급됐던 DID 기술을 활용한 방문 자격 인증 서비스 '비짓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DID 기술을 활용해 방문자의 신원을 미리 증명한 뒤 현장에서 비대면 체크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아이콘루프가 무상 지원한 비대면 서비스 중 하나였다. 이와 함께 아이콘루프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증명서 발급 서비스인 '브루프'도 무상 지원 제공한 바 있다. 

마이아이디 기반 금융, 커머스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 / 사진=아이콘루프 제공 
마이아이디 기반 금융, 커머스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 / 사진=아이콘루프 제공 

내달이면 아이콘루프의 자체 DID '마이아이디'도 모습을 드러낸다. 자체 별도 앱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어떤 서비스부터 도입될지가 관심이다. 특히 지난해 6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DID를 통해 비대면 계좌 개설시 '실명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아이콘루프의 서비스가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기존 아이콘루프가 지원하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탑재되는 것 뿐만 아니라 금융 서비스에도 DID가 활용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아이콘루프 관계자는 "최초 비대면 계좌 개설 시 기존 단계를 밟아 마이아이디에 데이터를 담으면, 그 다음부터는 이보다 대폭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다음 계좌를 개설하거나 금융상품을 가입할 수 있다"며 "이는 마치 '금융실명증'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이를 별도 앱으로 구현이 될지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콘루프의 마이아이디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 출범한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에는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의 금융 기관들이 속해있다.  

아이콘루프 관계자는 "마이아이디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동된 사이트 가입 시, 지금처럼 여러 가지 개인 정보들을 기입할 필요 없이 현재 이용하는 본인인증 앱 PASS처럼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가입과 로그인을 간편하게 해줄 것이고, 결제 등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파트너사가 보유한 빅데이터에 DID에 축적된 데이터가 모이면 초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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