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두나무 대표 /캐리커쳐=디미닛
이석우 두나무 대표 /캐리커쳐=디미닛

지난 2년6개월간 신규 실명인증 입출금 계좌를 받지 못했던 업비트가 기업은행 대신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손을 잡으면서 가상자산 신규투자자들의 '업비트 빗장'도 함께 풀리게 됐다. 

그렇다면 지난 2년6개월간 업비트는 왜 기업은행을 통해 신규 실명인증 입출금 계좌를 받지 못했을까. 사실 그 이유는 업비트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었던 비트코인 광풍에 있었다. 


비트코인 광풍이 두려웠던 정부... 거래소+은행 모두 정지! 


업비트는 지난 2017년 10월 출시된 이후, 비트코인 광풍의 최대 수혜주로 거듭나며 일간거래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업체로 발돋움했다. 간편한 사용자환경(UI)과 빠른 앱서비스, 다양한 가상자산을 유치하며 빗썸과 코인원 등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특히 당시 해킹 등 부정이슈가 적지 않았던 가상자산 거래시장에서 국내 대표 인터넷서비스인 카카오의 관계사 두나무가 직접 업비트를 내놨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업비트의 성장세와는 반대로 정부 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2017년 12월 비트코인이 개당 2000만원을 돌파하며, 전국민적인 가상자산 투기광풍이 일면서 정부는 강력한 규제책을 연이어 내놓게 된다.

당시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부인하는 입장자료를 연이어 내놓는 동시에, 가상자산 거래업체 폐쇄 등을 언급하며 투기광풍 잠재우기에 안감힘을 쏟았다. 그리고 지난 2018년 1월부터 가상자산의 투기근절, 시장 투명성을 위해 실명확인을 거친 계좌만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가상자산 거래실명제'를 전격 도입했다. 

이로인해 가상자산 거래업체는 반드시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했고,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업체는 6개월마다 실명계좌 이용계약을 통해 정부로부터 관리를 받아야했다. 

이같은 분위기 탓에 농협과 신한은행을 제외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 모두 가상자산 거래 계좌 발급을 중단했다. 100여개에 달하던 국내 가상자산 거래업체도 자연스럽게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과 코빗 등 시중은행의 관리를 받는 일부 대형업체로 재편됐다.  

공지글 = 업비트
공지글 = 업비트

 


거래실명제 지켰는데... 정부 압박에 발목 잡힌 업비트+시중은행


사실 업비트는 기업은행을 통해 정부의 거래실명제를 관리받는 사업자로서 합법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사업을 영위해왔다. 문제는 업비트에 실명인증 입출금 계좌를 지급하던 기업은행이 2018년 1월을 기점으로 업비트에게까지 신규투자자를 위한 계좌발급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관련업계에선 업비트 기존 투자자는 그대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되, 신규투자자 진입은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투자자가 계속 몰려 가상자산이 급등하는 상황은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비트는 당시 업계 1위 사업자였던 만큼 신규투자자가 몰릴 경우 가상자산 광풍이 다시 일 것을 정부가 몹시 우려했을 것"이라며 "기업은행과 계약을 종료해도, 타 은행과 제휴를 맺는 것도 불가능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업비트가 기업은행과 반쪽 파트너십을 깨지 못하고 2년6개월을 허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가상자산 거래업체는 보통 보관비 명목 또는 예치자산의 이자활용을 통한 이윤 등을 제공하며 막대한 수익을 시중은행에 제공해왔다. 실제 지난 2018년 1월,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계좌 수 및 예치 잔액'에 따르면 2017년 12월12일 기준 NH농협은행의 가상자산 거래잔고는 7865억원에 달했다. 기업은행(4920억원)과 국민은행(3879억원) 등을 통해서도 적잖은 거래액이 몰렸다. 

그러나 정부의 고강도 압박으로 시중은행들도 이같은 수익을 포기하고 지난 2년여간 가상자산 거래업체에게 등을 돌렸다.

하지만 최근들어 비트코인 시세가 1000만원선까지 급락,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압박이 느슨해진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2년여간 억눌려있던 가상자산 거래시장에도 숨통이 틔이는 모습이다. 특히 투기수요가 급감하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자산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업계 전반의 의구심도 많이 해소된 분위기다.

가상자산 거래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시스템으로 충분히 이상거래와 투기방지, 부정거래 등을 잡아낼 수 있는데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서비스 구현이 잇따르고 있어 업비트아 케이뱅크 제휴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