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쿠팡
사진 = 쿠팡

#맛집배달 이어 콘텐츠-금융까지 노리는 쿠팡

#확장 비결은 오픈마켓 전환... 광고까지 눈독

#이제 쿠팡은 네이버-카카오의 최대 경쟁사 


빠른 배송을 키워드로 성장한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이젠 인터넷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의 핵심 키워드인 쇼핑을 손에 쥐게 된 만큼,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본격적인 외형성장을 노리는 모습이다.

네이버-카카오 뿐만 아니라 배달의민족, 넷플릭스, 우리은행까지 이제 모두 쿠팡의 경쟁자다. 


시나리오 1. 맛집배달 이어 콘텐츠 더해 '쿠팡 생태계' 확장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싱가포르 동영상 서비스(OTT) 훅(Hooq)의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회사의 계획이나 루머에 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도 이같은 인수합병(M&A)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훅은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 싱텔과 소니픽처스텔레비전, 워너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15년 합작해 설립한 OTT 업체다. 싱가포르와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꾸준히 영상 사업을 영위해왔다. 

다만 글로벌 OTT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플레이어로 보긴 어렵다. 이로인해 관련업계에선 쿠팡이 OTT 사업 확대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쿠팡은 지난 4월 인터넷 콘텐츠사업을 영위하는 하이엔티비라는 곳을 인수한 후, 이를 더해 오는 8월 자회사 쿠팡페이를 출범하는 형식을 택했다.

쿠팡페이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사업목적으로 본업인 전자금융업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업과 사이버 출판업 등이 담겨있다. 사실상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직접 영위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기존 포털업계의 전략과도 매우 닮아있다. 지난달 네이버는 쇼핑 적립과 네이버 내 콘텐츠 서비스를 더한 멤버십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꺼내들었다. 카카오 또한 이와 유사한 멤버십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산업이 비대면(언택트) 플랫폼으로 진입하면서 더이상 쇼핑과 콘텐츠는 다른 영역으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은 이미 유료 멤버십 쿠팡와우 클럽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맛집 배달서비스인 쿠팡이츠를 서울 전 지역으로 확장한 상태다. 쿠팡와우 회원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미끼상품이 꾸준히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 = 인터넷등기소
사진 = 인터넷등기소

 


시나리오 2. 오픈마켓 형태로 전환, 쇼핑 벨류체인 '확장' 


쿠팡은 올해 들어 기존 풀필먼트(배송) 운영비 낮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풀밀먼트 센터(물류센터)가 168개에 이를 정도로 이미 확장을 마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가 마무리된 상태다. 쉽게 말해 빠른 배송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마친 만큼, 이제는 직매입 대신 셀러가 입점해 수수료 및 광고료를 지불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증권가에선 올해 쿠팡이 직매입 대신 오픈마켓 매출을 대거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쿠팡 오픈마켓 거래액만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미 쿠팡은 올초들어 식음료와 공산품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전문몰까지 대거 빨아드리고 있다. 특히 쿠팡은 재고 관리가 어려운 패션 분야까지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쿠팡은 온라인 패션 편집샵 C.에비뉴를 론칭했다. 현재 150여개 브랜드가 입점한 상황.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고마진이지만 동시에 배송이 용이한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쿠팡이 패션 카테고리를 강화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인한 쿠팡의 광고수익 또한 나날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쿠팡은 이미 클릭이 일어날 때 비용이 발생하는 CPC 형태의 광고 수종을 운영 중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 성장으로 쿠팡은 판매수수료 뿐만 아니라 광고수익까지 얻어낼 것"이라며 "쿠팡의 마켓플레이스 수수료율은 향후 7~11%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사실 이같은 사례는 이미 아마존을 통해 입증됐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빠른 배송을 키워드로 시장에 등장한 아마존은 전체 거래액 대비 오픈마켓 비중을 크게 늘리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달성해냈다.

표 = SK증권
표 = SK증권

 


시나리오 3. 대세는 인터넷 금융! 쿠팡페이 분사에 주목  


이처럼 온라인 유통시장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쿠팡이 새롭게 겨냥하고 있는 영역은 바로 금융이다. 당장 쿠팡은 오는 8월 핀테크 사업을 영위할 자회사 쿠팡페이를 출범한다. 이를 위한 인력 구축도 마무리된 상황이다.

콘텐츠 서비스업체 하이엔티비를 인수한 후, 해당 법인을 얹어 새롭게 출범하는 쿠팡페이는 쿠팡 내 쇼핑에서 활용되는 간편결제 외에도 향후 네이버와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금융서비스로 진출할 공산이 크다.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가맹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 또는 라이선스 취득을 통해 사업자용 중금리 대출 또는 쇼핑서비스와 연계된 B2C 금융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출시된 로켓제휴 역시 쿠팡페이의 확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로켓제휴는 고객의 수요에 따라 운영되는 온-디맨드(On-demand) 모델로, 오픈마켓 입점사가 쿠팡 로켓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면 쿠팡이 매입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후 쿠팡은 상품보관부터 로켓배송, CS 응대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쿠팡의 알고리즘이 필요한 재고를 예측, 판매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 이 과정에서 필요한 로켓제휴 입점사의 금융비용 및 사업비용을 쿠팡페이가 대출해주는 방식도 상상해볼 수 있다. 아울러 올 하반기 인터넷 금융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또한 쿠팡페이가 놓칠 수 없는 영역이다. 


결론. 네이버-카카오의 경쟁자는 대형마트나 시중은행이 아닌 쿠팡!


향후 쿠팡은 오픈마켓의 지속적인 강화를 꾀하는 동시에 광고 수익 확보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 플랫폼 업계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선은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쿠팡이 공을 들이고 있는 콘텐츠 뿐만 아니라 금융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 쿠팡페이를 통해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당면한 현실이며, 단순히 결제나 소액대출을 뛰어넘어 토스나 카카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전통 금융업까지 팔을 뻗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폐기율이 높은 신선식품 영역의 경쟁 구도에 대해선 이견이 적지 않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 내 경쟁력이 높은 오프라인 할인점과의 경쟁은 단기적으로 과열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플랫폼 비즈니스 강화 전략은 오픈마켓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