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라이프 플랫폼 컨퍼런스 조직위원장 인터뷰

이동규 비욘드엑스 라이프 플랫폼 컨퍼런스 조직위원장(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
이동규 비욘드엑스 라이프 플랫폼 컨퍼런스 조직위원장(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

온라인 쇼핑 플랫폼 '쿠팡'이 음식을 배달하고, 음식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편의점 상품을 배송하며 배달 플랫폼 '띵동'은 음식 주문과 모빌리티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면서 유통, 물류, 모빌리티 같은 전통적인 분류로는 더 이상 이들을 설명하기 어렵게 됐다. 기술이나 업종 구분을 넘어 고객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려는 이들을 '라이프 플랫폼' 기업이라 부른다.

3일 부산 해운대구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비욘드엑스 라이프 플랫폼 컨퍼런스 2020' 행사 현장에서 이번 행사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동규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을 만났다. 그는 왜 지금 '라이프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을까.


라이프 플랫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이동규 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본인도 한 수 배웠다고 했다. 이미 대표적인 플랫폼 산업인 모빌리티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시야를 넓혀 주변의 국내외 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훨씬 더 큰 변화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강조하거나 '공유경제' 등의 서비스 모델이 기업의 혁신성을 대표해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앞으로 이런 내재화 된 기술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어떤 형태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이나 우버 같은 플랫폼 기업들을 보면 하나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연관 분야로 진출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가져가고 있다"며 "이제는 고객들의 일상 생활에 직접적으로 어떤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하는 지가 라이프 플랫폼의 정체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부산 해운대구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비욘드엑스 라이프 플랫폼 콘퍼런스 2020' 행사 현장에서 이동규 조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 테크M
3일 부산 해운대구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비욘드엑스 라이프 플랫폼 콘퍼런스 2020' 행사 현장에서 이동규 조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 테크M

이 위원장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플랫폼 기업들의 급속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 공유경제 모델로 전세계 호텔 산업을 제쳤던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이제 여행 인파로 북적이던 관광지를 벗어나 바이러스를 피해 안전하게 휴식하길 원하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는 "과거에 모빌리티 서비스가 오프라인의 접점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어떻게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지, 비대면 서비스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한발 더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강요된 형태처럼 보이지만 결국 속도가 빨라졌을 뿐 결국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덮친 모빌리티 산업 치열한 변화 모색


이 위원장이 속한 모빌리티 산업은 라이프 플랫폼 트렌드에 맞춰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코로나19는 모빌리티 산업에도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이동이 줄었고 이동 형태도 많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방향으로 서비스들의 강점들을 이어나갈 것인지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행 등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개인화 된 이동 수단을 선호하게 되면서 다시 차량을 소유하는 형태로 회귀하고 있다"며 "업계에선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형태로 접근해 이동을 지금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모빌리티 서비스는 정부의 규제적 성격이 강한 분야다 보니 이와 보조도 맞춰야 하고 철도와 버스 등 공공 분야와 협력도 필요하다"며 "정부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다른 기업들과 협력이 되면 좋은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 위원장은 MaaS 활성화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 활용도 의제로 제안하고 있다. 그는 "이동을 끊임없이 연결지어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여러 서비스들 간의 결합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이동과 결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블록체인 기술이 밀접하게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물류-모빌리티는 모두 '이동'이 본질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선 유통과 물류의 분류가 흐려지고 있다. 쿠팡이나 마켓컬리는 차별화된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한 유통기업이다. 이런 이종 서비스간 결합은 앞으로 더 폭넓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이동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의 이동은 모빌리티, 물건의 이동은 물류지만 아래에 흐르는 속성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물류의 편리함이 유통을 파고들어 더 많은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했듯이 사람과 물건이 함께 이동하는 시대도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모빌리티 업계는 물류에, 물류 업계는 모빌리티 업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서로의 장점을 자신들의 경쟁력에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아직 없지만 택시도 일정 규모 소화물을 이동시킬 수 있고 실제 택배, 용달, 신선배송 등 다양한 물류를 동일인이 담당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들이 퍼스널 모빌리티를 쓰거나 대리기사 역할을 함께 하는 등 다양한 예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독점화 우려 아직 이르다


플랫폼은 산업 간 경계를 무너뜨리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이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일각에선 독점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용자들나 입점 사업체들의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이런 독점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추진 중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이 성사되면 배달앱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이동규 위원장은 "플랫폼의 독점화 경향이 얼마나 심화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한꺼번에 받고 싶어하는 고객의 니즈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한 플랫폼이 모든 걸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미래 재단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플랫폼이 경쟁을 통해 많은 서비스를 수렴해 가는 걸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며 "다만 투자와 자본을 통해 독점이 이뤄진 사례와 생태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쟁과는 시각을 달리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급속한 플랫폼 전환에 따라 일자리 감소 등 피해가 예상되는 기존 전통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산업이 플랫폼화 하는 과정에 사업자들이 선택을 강요받는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특히 기술 혁신에 올라타기 영세한 기업들을 어떻게 같이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을 수용할 수 있는 기업과 수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나뉘게 될텐데, 연착륙이 필요하다"며 "너무 빠른 시간에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건 적절하지 않아 시간을 두고 가는게 맞다"고 덧붙였다.


부산=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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