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제품 공개 영상에 출연한 팀쿡 애플 CEO / 사진 = 유튜브 캡쳐
애플 신제품 공개 영상에 출연한 팀쿡 애플 CEO / 사진 = 유튜브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을 막진 못했다. 지난 2분기 애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597억달러(약 7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나온 '아이폰11'은 여전히 잘 나갔고, 올해 타이밍 좋게 내놓은 보급형 '아이폰 SE' 2세대 제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환경 변화로 아이패드, 애플워치까지 고공 행진했다. 남들에게 위기인 코로나19가 애플에겐 오히려 기회였다.


실속 챙기기 시작한 애플


아이폰으로 전 IT 업계를 '혁신병'에 시달리게 하고 고가 전략으로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을 싹쓸이하던 애플은 정작 본인들은 코로나19 이후 슬쩍 노선을 갈아타고 있다. 올 상반기 고가 전략을 내세웠던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0'이 고전하는 동안 애플은 실속을 챙기는 전략으로 선회 중이다.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SE' / 사진 = 애플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SE' / 사진 = 애플

아이폰 SE 2세대는 2017년 나온 아이폰8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만 슬쩍 바꾼 제품이다. 대신 AP는 최신 제품에 탑재된 'A13 바이오닉'으로 힘을 줬다. 가격은 55만원. 아이폰을 손에 쥐기에 전례없이 낮은 가격이었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틈을 타 아이폰 SE는 한국에서도 지난 2분기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에 등극했다. 애플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1% 증가한 19%로, 13%를 차지한 3위 LG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하드웨어는 기본, 서비스 기업으로 선회


애플은 코로나19 사태를 미리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지난해부터 하드웨어 판매에서 구독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옮겨가고 있었다. 하드웨어는 가성비를 높여 애플 생태계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구독 서비스를 통해 본격적인 수익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아이패드 에어 / 사진 = 애플
아이패드 에어 / 사진 = 애플

최근 열린 가을 이벤트는 코로나19 여파로 판매가 지연되고 있는 신제품 '아이폰12' 없이 열렸지만, 애플의 이런 전략적 흐름은 살펴 볼 수 있었다.

애플은 코로나19 이후 판매에 날개를 단 '아이패드'와 '애플워치'로 아이폰의 부재를 매웠다. 새로 공개한 차세대 '아이패드 에어'는 최고가 제품인 '아이패드 프로'를 꼭 닮았지만 가격은 한급 아래다. '애플워치6'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건강에 대한 관심을 타겟으로 삼아 '피트니스+'란 구독 서비스와 함께 등장했다. 여기에 저가형인 '애플워치 SE'까지 나왔다.

애플은 한 술 더 떠 애플TV+, 애플 뮤직, 애플 아케이드 등 자사 구독 서비스를 한 데 묶은 '애플 원'이란 요금제를 선보였다. 이제 더 이상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선 애플을 이길 수 없게 됐다.


늦어도 역시, 아이폰12 


지금까지 예측된 아이폰12의 스펙을 두고 보면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모습이다. 5G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엔 적은 배터리 용량에 여전히 답답한 노치형 디스플레이를 고수하고 있고, 120Hz 주사율 도입에도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폰12 예상 렌더링 이미지 / 사진 = EverythingApplePro 트위터
아이폰12 예상 렌더링 이미지 / 사진 = EverythingApplePro 트위터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아이폰12의 성공을 예상하고 있다. 첫 5G 아이폰이 4G에서 5G 통신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소비자 수요를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를 올해 말까지 최소 7500만대, 최대 8000만대를 출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금도 제일 잘 팔리는 아이폰11 보다도 최대 700만대를 늘린 수치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애플의 더 강력해진 생태계다. 스마트워치도, 태블릿PC도, 무선이어폰도 애플이 절대 강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한 데 묶어 더 저렴해진 구독 서비스로 콘텐츠 시장마저 장악한다면 아이폰 시리즈에 락인(Lock-in) 된 소비자를 다시 끌어내기란 바늘 구멍 찾기가 될 지 모른다.

더 이상 '프리미엄' 허세 만을 고집하지 않는 애플의 창은 전보다 더 매섭게 변하고 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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