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제품 공개 영상에 출연한 팀쿡 애플 CEO / 사진 = 유튜브 캡쳐
애플 신제품 공개 영상에 출연한 팀쿡 애플 CEO / 사진 = 유튜브 캡쳐

# 화상 회의, 온라인 수업은 아이패드로

# '집콕 라이프' 건강 관리는 애플워치로

#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난 '워치'와 '패드'


15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폰' 없이 '아이패드 에어'와 '애플워치6'로 가을 이벤트 행사를 열었습니다. 앙꼬 없는 붕어빵 찐빵 아니냐구요? 아닙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침체에 빠진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는 오히려 더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거든요.

애플이 이런 기회를 놓칠리 없죠. 이번 신제품 공개 행사는 그동안 아이폰의 조연 역할을 하던 아이패드와 애플워치가 주연으로 부상한 순간이었습니다. 애플은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상황을 영민하게 활용해 신제품과 서비스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냈습니다.


아이폰 보다 먼저 'A14' 단 아이패드


아이패드 에어 / 사진 = 애플
아이패드 에어 / 사진 = 애플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올해는 아이패드를 내놓은 지 10년째 되는 해"라며 "원격 수업이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소통이 필요한 현재 시점에서 아이패드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기기"라고 아이패드를 추켜세웠습니다.

애플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아이패드가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한 66억달러(약 7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일 뿐만 아니라 애플 전 제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세였습니다. 팀쿡 입장에서 아이패드가 예뻐보이지 않을 리 없습니다.

팀쿡의 사랑을 듬뿍 받은 차세대 아이패드 에어는 무려 'A14 바이오닉' 칩셋을 달고 나왔습니다. 아이패드 사상 최초로 아이폰을 제치고 가장 먼저 애플의 최신 칩셋을 탑재하는 영광을 차지한 것입니다.

5 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제조된 A14 바이오닉은 A13에 비해 CPU 성능이 무려 40%가 높아졌고, 그래픽 성능도 30% 향상됐습니다. 또 초당 최대 11조회의 연산을 수행하는 새로운 16코어 '뉴럴 엔진'을 탑재해 머신러닝 처리 성능도 대폭 높였습니다. 프로세서만 놓고 보면 '아이패드 프로' 보다 높은 스펙이란 얘깁니다.


프로 다운 실력! 프로 다운 가격?


신형 아이패드 에어는 성능도 디자인도 '아이패드 프로'를 닮은 모습입니다. 아이패드 프로와 같은 각진 알루미늄 소재의 디자인에 색상은 5가지로 선택지를 넓혔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와의 차이점은 디스플레이가 10.9형으로 약간 더 작다는 점(아이패드 프로는 11인치와 12.9형), 후면 카메라가 싱글이라는 점, 페이스ID 대신 상단 버튼에 터치ID 센서를 달았다는 점 정도입니다. 대신 애플펜슬 2세대, 터치패드가 달린 매직 키보드 등 아이패드 프로용 악세서리를 공유합니다.

아이패드 에어 / 사진 = 애플
아이패드 에어 / 사진 = 애플

아이패드 에어 가격은 와이파이 모델이 77만9000원부터, 셀룰러 모델이 94만9000원부터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100만원 이상인 아이패드 프로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가격이네요. 물론 여기엔 애플다운 '꼼수'가 숨어 있습니다.

아이패드 에어는 저장공간이 64GB와 256GB 모델로 구성됐는데, 사실 최근 모바일 기기에서 64GB로는 용량이 모자라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256GB 모델을 택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패드 에어 256GB 와이파이 모델은 97만900원, 셀룰러 모델은 114만9000원으로 64GB 모델에 비해 각각 20만원, 17만원이 더 비쌉니다. 참고로 아이패드 프로 11형 256GB 모델은 와이파이 115만9000원, 셀룰러 135만9000원입니다. 에어냐, 프로냐, 벌써부터 소비자들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 싶습니다.

아이패드 에어 가격 / 사진 = 애플 홈페이지 캡쳐
아이패드 에어 가격 / 사진 = 애플 홈페이지 캡쳐

 


'가성비'로 경쟁자들을 뿌리쳐라


태블릿PC는 코로나19로 때 아닌 호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태블릿PC 출하량은 총 3742만2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1%가 늘었습니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수업 등이 확산되면서 태블릿PC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에서 애플은 점유율 38% 차지한 절대 강자입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시장이 커지며 출하량 자체는 늘었지만,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삼성, 화웨이, 레노버 등 경쟁사들이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8세대 아이패드 / 사진 = 애플
8세대 아이패드 / 사진 = 애플

애플은 이런 도전자들을 뿌리치기 위해 보급형인 8세대 아이패드도 함께 내놨습니다. 8세대 아이패드는 'A12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해 전작 대비 CPU 성능이 40% 높아졌고, 그래픽 성능은 2배 늘었습니다.

아이패드 8세대는 와이파이 모델이 44만9000원, 셀룰러 모델이 61만9000원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저장용량 장난이 계속됩니다. 무려 32GB와 128GB 두 종류로 내놨기 때문입니다. 128GB 와이파이 모델은 57만9000원, 셀룰러 모델은 74만9000원입니다.


코로나 시대 건강 관리는 애플워치로


태블릿PC와 함께 스마트워치도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스마트워치 매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시장에서 애플은 점유율 51.4%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입니다.

글로벌 스마트워치 매출액 업체별 점유율 / 출처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스마트워치 트래커
글로벌 스마트워치 매출액 업체별 점유율 / 출처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스마트워치 트래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손목 위 주치의'로 불리는 스마트워치는 하반기에 더 큰 성장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의 원조인 애플워치가 가만히 있을 순 없겠죠.

이날 행사에서 팀쿡 CEO는 애플워치6의 헬스케어 기능을 적극적으로 어필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이번에 헬스케어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며 "애플워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파악해서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애플워치로 코로나도 진단?


애플워치6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기능입니다. 산소포화도는 적혈구에 의해 폐에서 신체 전반에 운반되는 산소의 농도로, 산소가 공급된 혈액이 얼마나 신체에 잘 순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애플워치6는 뒷면 크리스탈의 4개 포토다이오드와 함께 녹색, 적색 및 적외선 등 4개 LED 클러스터를 활용해 혈액의 반사광을 측정하고, 이를 혈중 산소 앱에 내장된 맞춤형 알고리듬으로 분석해 단 15초 만에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합니다.

애플워치6 / 사진 = 애플
애플워치6 / 사진 = 애플

애플은 미국 내 대학, 연구기관 등과 협업해 혈중 산소포화도와 심박수 등 애플워치로 측정 가능한 지표를 통해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애플워치6는 당연히 기본 성능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애플워치6는 아이폰11에 탑재된 'A13 바이오닉'을 기반으로 한 'S6' 시스템 인 패키지(SiP)를 탑재해 앱 실행 속도를 20% 높였고, 18시간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와 1시간 반 이내에 충전할 수 있는 고속충전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철저한 건강 관리를 위해서라면 24시간 차고 있어야 할텐데, 배터리 성능 강화와 충전 속도 단축이 향후 애플워치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애플워치6의 가격은 GPS 모델이 53만9000원부터, 셀룰러 모델이 65만9000원부터 시작합니다. 


운동도 함께 해요


건강 관리 기능을 앞세운 애플워치6와 함께 애플은 코로나19로 인한 '홈트' 열기에 편승한 구독 서비스 '피트니스 플러스(+)'도 함께 내놨습니다. 이 서비스는 애플워치 측정 수치를 결합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TV 화면에서 보면서 세계적인 트레이너들과 유명 아티스트의 음악과 함께 운동을 따라할 수 있는 서비스 입니다.

애플 피트니스+ / 사진 = 애플
애플 피트니스+ / 사진 = 애플

가격은 월간 9.99달러, 연간 79.99달러입니다. 헬스장 등록하는 비용보단 저렴해 보입니다. 애플 피트니스+가 애플TV+와 애플 뮤직, 애플 아케이드에 이은 애플 생태계의 또 하나의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네요.

이날 애플은 덤으로 이런 구독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할인된 요금으로 제공하는 '애플 원(One)' 요금제도 선보였습니다. 애플 원 요금제는 개인 월 14.95달러, 가족 19.95달러, 프리미엄 29.95달러로 책정됐습니다. 구독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한 번 담그면 발을 빼기 어려운 애플 생태계의 '늪'이 더 깊어져 가는 모습입니다.


점유율 확대는 '애플워치 SE'로


이날 행사에서 애플워치6 이상으로 눈길이 가는 모델은 바로 '애플워치 SE' 입니다. 올해 보급형 '아이폰 SE' 2세대 모델을 출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애플이 애플워치에도 같은 전략을 도입했습니다.

그동안 보급형 애플워치는 2017년 출시된 '애플워치3'가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제 자리를 애플워치 SE에게 넘겨줄 시간입니다. SE는 3에 비해 디스플레이 크기가 30% 더 크고, S5 칩셋으로 최대 2배 빠른 성능을 제공합니다. 가격은 GPS 모델이 35만9000원부터, 셀룰러 모델이 41만9000원부터 시작합니다. 애플워치6보단 20만원 가까이 저렴한 가격입니다.

애플워치 SE / 사진 = 애플
애플워치 SE / 사진 = 애플

여기에 애플답게 '원 모어 띵'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바로 워치OS7 등장과 함께 도입된 '가족 설정'입니다. 지금까지 애플워치를 사용하려면 아이폰과 페어링이 필수였는데, 가족 설정을 활용하면 가족 중 한 명의 아이폰을 연동해 다른 구성원은 아이폰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를 어린이나 노인을 위한 서비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로 긴급 구조 요청을 할 수 있고, 상시 연락과 위치 확인도 가능해 '키즈워치''효도워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족 설정은 표면적으로 코로나19 시대의 가족이란 안전망을 강화하는 역할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1인 1아이폰'이 어려운 개도국에 애플워치를 확산하고자 하는 숨은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역시 장사는 애플이네요.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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