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in 뉴노멀 Life] ①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은 '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뉴노멀'이 시작된 가운데, 게임산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면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 가상세계에서 사람들 간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언택트(비대면) 시대 최고의 여가생활로 게임과 e스포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는 19일, 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지스타(G-STAR) 2020' 개막에 앞서 뉴노멀 시대 우리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을 게임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미리 만나봤습니다. <편집자 주>

/ 사진 = 엔씨소프트
/ 사진 = 엔씨소프트

"떨어져서 함께 게임을 하자"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는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시작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의 실천방법으로 게임을 적극 권장한 것이다.

지난해 '게임사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며 게임 업계의 공분을 샀던 WHO의 급작스런 태도 전환이 얄밉긴했으나, 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등 글로벌 게임사들은 적극적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행보에 동참했다. 이전까지 '독'이라던 게임이 인류가 코로나19에 대항하기 위한 '약'이 된 순간이었다.


코로나19로 지친 마음 치유... 게임이 '약' 됐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이들이 게임을 통한 소통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은 올해, 게임이 진짜 '약'이 된 상징적인 사례도 나왔다.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아킬리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인데버RX'라는 모바일 게임을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했다.

인데버XR은 게임이 유발하는 고도의 집중 상태를 응용해 아동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개선하는 효과를 인정받았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이를 통한 '몰입'이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미국 FDA로부터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 받은 '인데버RX'
미국 FDA로부터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 받은 '인데버RX'

특히 올해 게임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함을 치료해주는 '힐링'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평소 게임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층까지 끌어모으며 전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동물의 숲은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자유도를 살린 독특한 게임성과 다른 이용자와 가볍게 소통할 수 있는 힐링 요소로  '코로나 블루 치료제'로 불리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밖에 강제적인 '집콕' 생활 속에 운동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피트니스 게임'이나 다함께 게임을 보며 소통하는 '게임 스트리밍' 등도 이용자가 크게 늘며 주목을 받았다.


'메타버스' 공간으로 진화한 게임


올해 대선에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유세활동을 펼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캐릭터
올해 대선에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유세활동을 펼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캐릭터

'동물의 숲' 이후 게임은 단순한 유희 목적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실제 사회와 연동된 형태로 활동하고 소통하는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당시 동물의 숲 안에서 유세 활동을 펼치거나 방탄소년단(BTS)이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등 게임은 실제 현실과 가상 공간이 상호작용하는 '초월적'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 사진 = 청와대 유튜브
/ 사진 = 청와대 유튜브

코로나19 여파로 매년 5월5일 진행됐던 어린이날 청와대 초청 행사가 올해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랜선 초청 행사'로 이뤄졌듯이, 앞으로 공연, 전시 등의 오프라인 행사가 대거 게임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성장하는 게임산업, 대한민국 경제에도 '약' 된다


이처럼 게임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의 일상적인 놀이문화로, 새로운 소통의 창구로, 대표적인 성장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K-게임'은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이은 'K-콘텐츠'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며 코로나19로 위축된 대한민국 경제에도 '약'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게임산업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9.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종사자만 해도 8만5000명에 이른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64억달러, 약 7조400억원에 이르는 수출로 전체 무역수지 흑자 중 8.8%를 차지하는 '수출 효자 산업'이기도 하다.

/ 사진 = 넥슨
/ 사진 = 넥슨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PC, 모바일, 콘솔 게임 이용 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40% 이상으로 나타났다. 게임 이용을 위한 비용이 늘었다고 답한 비중도 모바일 게임 40.8%, PC게임 38.7%에 달했다.

이같은 게임 이용 확대는 국내 게임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넥슨, 엔씨소프트 등의 대형 게임사는 물론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웹젠 등 주요 게임사들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쓰고 있고, 게임산업의 높은 성장 가능성에 투자가 몰리며 게임업체가 대기업을 제치고 국내 시가총액 순위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게임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게임산업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규제 제도개선과 단계별 지원 강화, 게임의 긍정적 가치 확산과 e스포츠산업 육성 등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2024년까지 일자리 10만2000개, 매출액 19조9000억원, 수출액 11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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