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 내년 상반기 한국시장 상륙 예고
마블-스타워즈-픽사 등 인기 IP 수두룩 하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한국 콘텐츠 투자 없인 어렵다

# 韓 이용자들, 자국 콘텐츠 충성도 높아

# 넷플릭스도 처음엔 고전... '옥자' 개봉으로 반전

# 디즈니가 한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까?



동영상 OTT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는 동영상 OTT 이용시간을 대폭 늘리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최대 수혜자가 '넷플릭스'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토종 동영상 OTT 사업자들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웨이브를 필두로 시즌, 티빙, 카카오TV, 왓챠 등 다양한 동영상 OTT 사업자들이 주목받고 있죠.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인데, 내년에는 글로벌 동영상 OTT 사업자인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한국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장 동영상 OTT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쏟아집니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사진=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도 처음엔 고전했습니다... 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처음 진입할때를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초반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하우스오브카드'와 같은 대형 미드를 앞세워 시장에 진입했지만, 한국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넷플릭스도 요란한 빈 수레였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반전을 만들어냈습니다. 한국 시장에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부터 이미 봉준호 감독의 '옥자'의 제작비 전액, 570억원을 투자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옥자를 시작으로 한국 콘텐츠에 연이어 투자합니다. '범인은바로너'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부터 '좋아하면울리는'과 같은 드라마까지, 매년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킹덤'까지, 지금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실 넷플릭스에게 한국 시장 이용자 수는 별 의미가 없을지 모릅니다. 글로벌 가입자 수만 2억명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이용자 수는 약 330만명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숫자만 놓고보면, 한국 시장에 주력할 이유가 없죠.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넷플릭스로 입증됐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한국을 위한 콘텐츠에 거액을 턱턱 내놓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한국 콘텐츠가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아시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로 스트리밍 되는 한국 콘텐츠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국가 넷플릭스 순위 상위권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로벌 순위로 살펴봐도 톱100(플릭스패트롤 기준)에 한국 콘텐츠가 꽤 많이 올라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사랑의불시착' /사진=스튜디오드래곤 제공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사랑의불시착' /사진=스튜디오드래곤 제공

올해 기준으로 사랑의불시착, 이태원클라쓰, 사이코지만괜찮아, 청춘기록, 슬기로운의사생활 등의 드라마가 아시아권 국가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습니다. 어쩌면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넷플릭스가 먼저 알아본 것을 아닐까요?

그리고 이 전략은 한국에서의 성과로도 이어집니다.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옥자가 개봉한 2017년부터였습니다. 2017년 여름, 옥자가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하면서 한국 이용자들 유입이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한국 제작사와의 협력도 빠르게 확대했습니다. tvN, jtbc 등과 협업해 볼만한 한국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처럼... 디즈니도 한국 콘텐츠 없인 힘들지도


바로 지금(2020년 12월13일 오전 9시), 넷플릭스의 한국 톱10 콘텐츠 순위는 경이로문소문-스타트업-별에서온그대-백일의낭군님-콜-아는형님-퀸스갬빗-도시어부2-도깨비-연애의참견 순입니다. 

2020년 12월13일 오전 9시 기준 넷플릭스 순위 톱10 /사진=넷플릭스
2020년 12월13일 오전 9시 기준 넷플릭스 순위 톱10 /사진=넷플릭스

그래서 저는 지금의 '디즈니 플러스'가 그대로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면 '필패'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벤저스를 앞세운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겨울왕국과 알라딘 같은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등 독점적인 작품들의 후속작이나 스핀오프 작품들을 온라인으로 개봉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 수요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 시장에 안착하려면, 한국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의 넷플릭스 순위표가 그 방증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직까지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중인 다른 국가에서 그 국가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휴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미 한국 동영상 OTT 사업자들도 플랫폼 사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디즈니 플러스와 제휴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까지 통신사 등과 디즈니 플러스의 제휴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도 어쩌면, 이같은 이유일수도 있습니다. 수익배분 등에서 디즈니 플러스가 만족할만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만약 디즈니 플러스가 넷플릭스처럼 자체 콘텐츠 제작도 선택한다면, 어떤 내용의 콘텐츠가 만들어질까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오리지널 콘텐츠가 글로벌에서 흥행한다면, 혹시 마블 시리즈와의 콜라보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한국의 시각이 담긴 마블 콘텐츠라니... 상상만해도 즐겁네요. 내년 상반기, 디즈니 플러스 출시가 기다려집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