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구동해 내연기관 불필요
내연기관만 없으면 정말 친환경일까
텅빈 엔진룸, 다양한 디자인의 자동차 제작

요즘 IT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전기차다. 일찌감치 전기차에 진출한 테슬라 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삼성, LG,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애플까지 모두 전기차 시장을 주요 타깃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기차가 등장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지금처럼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차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제는 '전기차'를 한번 제대로 들여다 볼 시점이 아닐까. 차를 잘 모르는 '차린이'가 독자들과 함께 전기차 세상 속으로 한발 들어가 본다. <편집자 주>


삼성, LG,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전기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LG는 5G,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플랫폼이 되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전기차 사업에 몰두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지속 성장 중이다.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20만대로 집계됐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4만6000여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2만9000여대가 팔린 2019년보다 약 58% 증가한 수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21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400만대에 육박할거라고 전망했다. 지금 IT업계에 '전기차'는 가장 뜨거운 이슈다.

전기차 이미지 /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전기차 이미지 /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차린이'는 문득 궁금해진다. 전기 자동차와 화석연료 자동차는 뭐가 다를까? 가장 큰 차이는 내연기관(엔진)의 유무다. 내연기관이 없는 전기차는 산업, 환경, 디자인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가져왔다.


부품 산업 지각변동 


전기차는 자동차의 심장이라 불리는 내연기관이 없다. 대신 고전압 배터리로 전기에너지를 전기 모터에 직접 공급해 구동한다.

그래서 전기차는 화석연료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 거쳐야 했던 ▲화석연료 연소 ▲피스톤 상하운동 에너지 생성 ▲상하운동 에너지 크랭크 축 전달  ▲피스톤 상하운동 에너지가 자동차 바퀴 회전 운동으로 전환이라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없다.

전기차 구조 이미지 / 사진=테슬라
전기차 구조 이미지 / 사진=테슬라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 산업도 변화를 맞게 됐다. 내연기관차에서 3만개 수준이었던 부품이 전기차 전환에 따라 1만9000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6900여개에 달하는 엔진 부품은 전기차 시대가 오면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배터리와 전장(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자기기)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가 중심인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규모는 2021년 64조원에서 2025년에는 142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또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글로벌 전장 시장 규모도 2021년 1540억달러에서 2030년 211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친환경 자동차,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내연기관이 없어 일어나는 또 다른 변화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는 주행중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자동차라고 불린다. 그러나 '유정에서 바퀴(well to wheel)까지' 관점으로 본다면, 전기차도 완전한 친환경차는 아니다.

'유정에서 바퀴까지'는 원료 채굴부터 운송 등 바퀴에 에너지가 전달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양을 계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발전소에서 무엇을 원료로 전기를 만드냐에 따라 전기차를 탈 때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이 달라진다. 일각에서는 전기차가 오히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유럽 교통 전문 NGO인 '교통과환경' 자료 / 사진=그린피스
유럽 교통 전문 NGO인 '교통과환경' 자료 / 사진=그린피스

하지만 유럽 교통 전문 NGO인 '교통과환경'은 지난해 4월 유럽연합(EU) 내 전기차는 어떤 전력을 사용해도 내연기관차보다 약 3배 적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0g이지만 디젤차는 이보다 2.6배, 휘발유차는 2.8배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만약 전기차에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사용된다면 탄소 배출량을 더 감소시켜 완전한 의미의 친환경차가 될 수 있다.


텅빈 엔진룸, 새로운 디자인


마지막으로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큰 공간을 차지하던 엔진과 연료탱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엔진이 없으니 엔진을 식힐 필요가 없어졌다. 그릴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이를 통해 공기저항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됐다.  보통 전기차 공기저항이 10% 감소하면, 주행거리가 5% 늘어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폐쇄형 그릴 디자인은 전기차 디자인의 기본이 됐다.

 테슬라 모델S(왼쪽)와 현대자통차 전기 콘셉트카 / 사진=테슬라 모터스, 현대차동차 제공
 테슬라 모델S(왼쪽)와 현대자통차 전기 콘셉트카 / 사진=테슬라 모터스, 현대차동차 제공

엔진룸 빈 공간을 이용한 디자인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소음이 작아 보행자가 길을 지날 때 위험하다고 판단해 엔진룸에 스피커를 설치했다. 테슬라는 텅빈 엔진룸을 트렁크로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기차의 등장은 단순한 동력원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연기관이 없어지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 부품업계 트렌드, 자동차 디자인 등 모든 것이 변한다. 전기차가 앞으로 또 무엇을 바꿀지 주목해야 한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