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인디 뮤지션으로 살아남기#
1화. 온라인으로 옮겨간 무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무대공연이 사라지고 있다. 유명 뮤지션, 유명 공연들도 대면공연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좌석을 줄여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무대를 삼켜버린 코로나19는 특히 인디 뮤지션들에게 더 가혹했다. 홍대에서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라이브 공연장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전부터 운영난을 겪다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그렇게 인디 뮤지션들은 설곳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디 뮤지션들은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대가 없어진다고, 공연을 할 수 없다고 손 놓고 있을수는 없다. SNS 활동과 온라인 라이브 공연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야말로 '고군분투'다.


코로나19 시대, 인디 밴드 '꼬리물기'의 라이브 공연은 어떨까

테크M은 코로나19 시대, 인디 뮤지션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달 28일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진행한 인디 밴드 '꼬리물기'의 하루를 따라가봤다. 꼬리물기는 지난 2016년 결성된 인디 밴드다.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인디 밴드 답게 한국인 김기민(기타·보컬)과 주상하(베이스), 영국인 토미(기타·보컬), 미국인 조쉬(드럼)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뮤지션들이 모였다.

라이브 공연이 있는 날, 밤새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홍대거리는 주말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주말이면 버스킹 공연으로 시끌벅적 하던 홍대거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거리에는 노래 소리 대신 비둘기 울음소리만 울려퍼졌다.

밴드 꼬리물기가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밴드 꼬리물기가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우중충한 날씨로 인해 울적하기까지 한 홍대거리를 걸어 홍대입구역 7번 출구 근처 건물 지하에 자리한 라이브 공연장 '고인물(히피토끼)'에 도착했다. 꼬리물기는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위한 리허설 준비에 한창이다. 고막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일렉트로닉 기타 연주를 시작으로 리허설이 시작됐다. 본 공연이 아님에도 꼬리물기는 열정적으로 임했다.

그들의 열정적인 연주와 몸짓은 소중한 무대에 대한 애정으로 보이기도, 코로나19에 대한 분노로 보이기도 했다.

꼬리물기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인 지난 2019년 활발히 활동하며 주목 받았다. 2019년 2월 첫 일본투어 공연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뒤, 같은해 6월 또 한번 일본투어 공연을 진행했다. 같은해 8월 한국에선 대형 락페스티벌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이에 더해 같은해 10월, 다음해 2월에도 일본에서 공연했다.

매주 2회 이상 공연을 하며 날아오르던 꼬리물기의 발목을 잡은 것은 코로나19였다. 밴드 멤버인 김기민은 "2020년에는 우리 밴드가 공연을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모두들 방역을 위해 노력하는데 꼬리물기만 공연을 강행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라이브 공연장 고인물 / 사진=이성우 기자
라이브 공연장 고인물 / 사진=이성우 기자

사운드에 집중...온라인 토크쇼로 '소규모' 장점 살려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릴수만은 없었다. 무대가 그리웠고, 열광하는 관객이 보고 싶었다. 이에 꼬리물기는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기획했다. 비대면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꼬리물기와 고인물의 운영자 제임스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고의 공연을 위해 음향부터 동선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특히 송출되는 영상을 녹화해서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 사운드가 어떻게 들리는지 파악하고, 실제 공연장과 비슷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다.

밴드 꼬리물기 멤버들이 송출 사운드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밴드 꼬리물기 멤버들이 송출 사운드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꼬리물기와 함께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기획한 제임스는 영상보다 공연 사운드에 비중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송출 사운드, 현장 사운드, 모니터 사운드가 모두 다르다"며 "최대한 라이브 공연장과 비슷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현장 사운드와 송출 사운드 간 차이를 줄이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리허설이 끝나고 본 공연이 시작됐다. 이번 공연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됐다. 꼬리물기는 무대를 휘저으며 리허설 때보다 더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줬다. 그들의 표정, 몸짓, 연주에서 무대 공연에 대한 애정과 즐거움이 현장에 있던 기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물론 온라인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장 사운드와 송출 사운드를 맞추기 위한 노력 덕분이다. 물론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사운드는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중인 꼬리물기의 공연 / 사진=이성우 기자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중인 꼬리물기의 공연 / 사진=이성우 기자

더불어 꼬리물기는 팬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단순히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토크쇼를 공연 중간에 넣어 팬들과 소통했다. 팬들에게 미리 질문을 받아 대답하고, 실시간 댓글을 읽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공연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는 소규모 라이브 공연장의 분위기를 온라인에서도 살리기 위한 것이다.

꼬리물기의 마지막 곡이 끝나고 그들은 상기된 얼굴로 무대를 내려왔다. 비록 관객 하나 없는 비대면 공연이었지만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보였다. 온라인 라이브 공연 도중 촬영 동선이 꼬였고, 토크쇼 멘트가 매끄럽지 못했고, 조명, 카메라 등 장비가 부족했지만 그들의 연주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음악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지원 절실해

공연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꼬리물기는 음악의 다양성을 위해 인디 뮤지션과 라이브 공연장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이브 공연장 '쌀롱 노마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주상하는 "라이브 공연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어려웠다"며 "쌓아둔 돈이 있지 않은 이상 코로나19 상황에서 공연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라이브 공연장이 없어지면 인디 뮤지션들이 설 공간이 없어지고, 음악의 다양성이 없어진다"고 덧붙이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기민은 "이번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단발성으로 끝내기는 아쉽다"며 "올해 앨범 녹음을 준비하면서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렇게 그들은 첫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마쳤다. 인터뷰를 마치며 꼬리물기는 홍대가 한국 독립음악 역사에 중요한 공간이라며 '홍대 포에버'를 외쳤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