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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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피커가 이제는 더이상 특이한 소형가전이 아닌 시대가 온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크기, 성능에 상관 없이 AI 스피커 하나쯤은 가지고 있더군. 우리 집에도 '카카오 미니'가 '라떼워킹맘'의 기상 시간과 음악 감상, 날씨 및 미세먼지 브리핑 등을 책임지고 있지.

그런데 딱 하나, 디자인이 조금 아쉬웠어. 우리집은 주방도 화이트지만 거실도 화이트거든. 카카오 미니는 검은색이라 전체적으로 우리집에 어울리지 않았거든. 사실 그래서 숨겨두고 쓰고 있어. 

고민하던 와중에 화이트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AI 스피커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더군. 구글에서 네스트 허브 2세대(네스트)가 디스플레이어를 탑재했는데, 전체적인 디자인이 화이트라 우리집 거실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에 한번 구매해 봤어.


소형 가전도 디자인이 무기다

소평 가전 제품일수록 디자인이 중요한 것 같아. 하기사, 최근에는 냉장고나 세탁기 등 대형 가전도 색상이나 디자인이 중요한 시대잖아. 삼성에서는 비스포크, LG에서는 오브제 등 색을 강조한 가전제품이 인기가 높은데 소형 가전 오죽하겠어.

/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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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AI 스피커같이 인테리어와의 조화가 중요한 소형 가전의 경우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것 같아. 네스트의 경우 전면에 드러나는 디스플레이가 흰색이고 화면 역시 주변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변경이 가능해. 사실 디자인만으로는 100점 만점에 99점 정도 주고 싶더라고.

'라떼워킹맘' 집은 전반적인 색이 화이트와 우드의 조화거든. 그래서 어떤 AI 스피커보다 집 디자인과의 조화가 정말 좋았어. 시계 화면 하나만 띄워 놓아도 분위기가 확 살았지. 인테리어가 중요한 사람이라면 일단은 강력 추천해.


AI 스피커에 디스플레이어, 과하지는 않다.

처음에는 AI 스피커에 디스플레이어를 굳이 달아야 하나 싶었어. 어차피 AI 스피커 자체가 듣는 정보를 위해 필요한 것이고, 화면이 필요한 경우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되잖아. 괜히 비용만 올리는 '과'한 콜라보라는 생각이 들었지.

판사님, 저는 변비가 아닙니다/사진=이소라 기자
판사님, 저는 변비가 아닙니다/사진=이소라 기자

그런데 일단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인 디자인 측면에서 디스플레이는 나쁘지 않은 선택같아. 또한 음성으로 듣는 설명에 비해 확실히 직관적이다보니 의외로 편리하더라고.

특히 나는 '라떼워킹맘'이잖아. 요리를 자주 한단 말이지. 손에 무언가를 잔뜩 묻히고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검색하거나 전화를 걸어야 할 때 생각보다 유용하게 쓸 수 있었어. 검색한 내용이 직접 화면에 뜨니 음성만으로는 명확하지 않았던 정보들이 더 잘 보이는 거야.


라떼워킹맘은 기계치? 생각지도 못한 오류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 모르겠는데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올려봐. 네스트가 가장 강조하는 기능이 바로 수면 센서 기능이잖아. 수면 패턴을 파악하고 수면의 질 향상을 돕는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던 기억이 나.

/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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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리 해도 수면 센서 연결이 안되는 거야. 계속 되는 오류로 화가 나기 시작했지.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오류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방법도 나오지 않았고. 그러다가 문득 계정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확인해봤어. 

처음 네스트와 '구글 홈' 앱을 연결할 때 무의식적으로 회사 구글 이메일 계정으로 연결 했어. 그런데 알고 보니 이런 개인정보와 관련된 기능을 이용할 경우에는 회사 이메일 계정이 아닌 개인 계정을 써야 하더라고. 하루가 지나서야 이걸 알게 됐어. 혹시라도 무의식중에 이런 실수 하는 사람은 없길 바라. 


그렇게 강조하던 수면 센서 기능은...글쎄?

시계를 차고 자지 않아도 수면 센서를 통해 수면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강조를 많이 했던 제품이기에, 사실 기대를 많이 했어. 개인적으로 갤럭시 핏의 수면 패턴 기능을 정말 잘 사용했던 기억이 있거든.

신기하긴 하더라. 나의 숨소리, 행동 센서만으로 내가 자고 있는지 깨어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더라고. 센서가 꽤 민감하다다는 생각이 들었어. 수면 센서 하나만큼은 제대로 만들었구나 느꼈지.

/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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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부적으로 수면 패턴을 파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어. 사실 갤럭시 핏의 경우 렘 수면, 깊은 수면 등 다양한 수면 패턴을 보여주는데 비해 네스트가 분석해주는 수면 패턴은 매우 단순했지. 물론 깊은 잠을 잤다는 정보 정도는 전달해 주긴 했지만 세심한 분석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아. 

게다가 릴렉스 음악을 틀어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릴렉스되지 않았어. 자연의 소리라고 하는데 오히려 소음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거든. 한국인의 감성에 맞지 않는 것인지, 내 감성에 맞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물론 시계처럼 직접 몸에 밀착돼 확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정도만 해도 훌륭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기능 때문에 이 제품을 구매하겠냐고 한다면 내 대답은 'NO'야.


'가성비'는 떨어지지만...감성과 디자인은 '합격'

'라떼워킹맘'은 예전 기사에서도 몇번이나 언급했듯이 '가성비'가 정말 중요하거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선호해. 그런 점에서 네스트 허브 2세대는 '가성비' 면에서 추천할만한 제품은 아니야.

단순히 검색 결과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수면 센서 기능이 있다는 것만으로 구매하기에는, 차라리 구글 네스트 미니가 '가성비'로는 더 훌륭하지. 수면 센서 기능이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기에는 조금 부족해서 더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

/사진=이소라 기자

하지만 '가성비'라는 가치 말고 디자인과 감성에 더 중점을 두는 사람이라면 좋을 것 같아. 일단 어떤 인테리어에도 어울리고 감성도 느낄 수 있는 제품이거든. 디지털 액자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하니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액자 대신 구매하는 것도 방법일 듯해.

그리고 깔아야 하는 앱도 많고, 설명이나 구성 자체가 친절하지는 않아. 많이 알아봐야 하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해. 늙은(?) '라떼워킹맘'은 좀 귀찮기도 했어. 얼리어답터나 부지런한 MZ세대들은 한번 도전해 봐!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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