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람다256 대표(왼쪽)와 차명훈 코인원 대표 /사진=람다256, 코인원 제공
박재현 람다256 대표(왼쪽)와 차명훈 코인원 대표 /사진=람다256, 코인원 제공

트래블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두고 국내 대표 블록체인 기업으로 꼽히는 기업들의 수장이 설전을 벌여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차명훈 코인원 대표와 박재현 람다256 대표다. 차명훈 대표는 트래블룰 솔루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박재현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트래블룰 솔루션의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  

차 대표와 박 대표는 모두 개발자 출신 대표로 국내서 손꼽히는 기술 전문가라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설전은 지난 8일 빗썸·코인원·코빗의 트래블룰 합작법인 코드(CODE)가 트래블룰 솔루션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소위 4대 거래소 가운데 업비트만 따로 트래블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을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기술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두 시스템을 비교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이 쏟아지자, 간담회에서 발표를 맡은 차명훈 대표는 코드의 트래블룰 솔루션이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져 이용자 편의성이 람다256의 트래블룰 솔루션과 다르다고 언급했다.


"정치판 된 IT판, 블록체인 기반 트래블룰 안정성·성능 떨어져"

간담회 관련 보도가 나간 후 박재현 람다256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차명훈 대표의 말에 반박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정치판같은 IT판이 된 것 같네요"라며 차 대표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코드의 트래블룰 솔루션과 그렇지 않은 람다256의 솔루션이 유저 편의성 측면에서 많이 다르다고 언급한 기사를 공유했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가 지난 9월 1일 온라인으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1에서 루니버스 2.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두나무 제공
박재현 람다256 대표가 지난 9월 1일 온라인으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21에서 루니버스 2.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두나무 제공

그는 "3년전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를 개발할 때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모델 또한 고민했었다"며 "그런데 이 모델은  확장성과 성능이 부족한 현재 수준의 블록체인을 OLTP처럼 쓰는 방식이라 이후 성능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블록체인상의 데이터를 암호화 하더라고 중간 복호화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현재 거래소간 직접 암호화 통신에 의한 엔클레이브(Enclave) 방식 공유 모델로 거듭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블록체인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 수단이 아니다"라며 "필요한 곳에 적절히 써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람다256의 한계...블록체인 성능은 진화중"

이에 대해 차 대표도 하루만에 반박을 내놨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의 당위성은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상호간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비트코인의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신뢰와 성능이라는 두가지 사이에서 분명 트레이드 오프가 있지만, 노드 수가 한정돼있다면 블록체인을 통해 성능의 저하없이 신뢰를 확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 / 사진=코인원 
차명훈 코인원 대표 / 사진=코인원 

또 차 대표는 "최근 블록체인의 성능 개선은 끊임 없이 일어나고 있다"며 "블록체인은 성능 문제로 쓸수 없다고 단정짓는 것 자체가 블록체인 회사로서 자가 당착이 아닐까 싶다"며 박 대표를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대부분의 블록체인은 모든 정보가 모든 노드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담기 힘든게 사실이고, 암호화를 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도 "그게 바로 그 회사 블록체인의 한계"라고 꼬집었다.

이어 차 대표는 "R3 코다(Corda)는 금융기관을 위해 설계된 블록체인"이라며 "개인정보는 꼭 필요한 당사자들간의 원장에만 기록되기 때문에 다른 노드들은 관련없는 개인정보의 티끌도 받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해당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것.

또 그는 "블록체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에 매우매우 동감"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보다 블록체인에 적합한 비지니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트레블룰 솔루션은 블록체인과 꼭 어울리는 영역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차 대표는 "제 목표는 정치도 매출도 아닌 국내 규제에 잘 대응하는 것 뿐"이라며 "만약 우리한테 기술적인 부족함이 있다면 같이 논의해서 보완하고 더 좋은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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