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무신사
그래프=무신사

 

수년째 이어온 구조조정 탓에 이커머스 도약기를 지나쳐버린 롯데쇼핑이 이젠 2030세대(MZ 세대)의 '온라인 백화점' 무신사에게도 밀리는 처지가 됐다. 수십년간 쌓아온 유통의 빅데이터를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써먹지 못한 탓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무신사의 장외 기업가치는 3조5000억원대로 치솟았다. 장외 주식 거래사이트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거래되는 무신사의 발행주식 수 대입 기업가치는 약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초 무신사는 세콰이어캐피탈과 IMM 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지난 2019년 11월에 이어 1년 3개월 만에 후속 투자 유치를 한 것으로, 무신사는 당시 투자로 약 2조5000억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런데 불과 1년만에 이제는 롯데쇼핑까지 제치며 3조원데 몸집을 보유하게된 것. 

이는 무신사가 '온라인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하며 빠르게 이용자 데이터를 불린 덕이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토어, 29CM, 스타일쉐어 등 무신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핵심 사업이다. 지난해 거래액 총합은 무려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400만명에 달하며 회원 수는 2020년보다 30%가량 증가하며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새로운 유통채널로 무신사를 택하는 모습이다. 

올해 무신사는 타깃과 카테고리를 확장하기 위해 키즈와 3545 여성 패션 서비스를 신규로 오픈할 계획이다. 지난해 큰 폭으로 성장한 명품, 골프, 스포츠, 뷰티 카테고리는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29CM와 스타일쉐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점사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플랫폼별 타깃의 취향과 스타일에 맞는 입점 브랜드 영입을 확대해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전통의 유통 강자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은 이제 2조원대까지 밀리며 오프라인 백화점의 절대강자 지위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롯데ON과 롯데백화점 등 주요 계열사 모바일 MAU를 더해도 무신사에 미치지 못한다. 이커머스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진행된 중고나라 투자 역시,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모습이다. 오프라인 다점포 전략으로 수십년을 이어온 탓에 유기적인 방향 선회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

 

사실 롯데백화점은 1979년 서울 소공동에 본점을 열며 사업을 키워오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신규 출점을 이어가며 다점포 네트워크 구축 및 사업 다각화를 이뤄냈다. 현재 롯데는 신세계(11개)·현대(16개) 등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3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오프라인 점포수로 밀어붙이는 것만으론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무엇보다 백화점 3사 중에서도 롯데쇼핑의 부진이 더욱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최근 5년간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부문 매출액을 합산 비교한 결과, 롯데백화점의 매출 점유율 하락이 유난히 두드러진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7년 39.6% 점유율로 신세계(24.6%)·현대(24.1%)와 격차를 크게 벌리며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했지만, 날이 갈수록 그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비대면 시대가 본격화하고, 이커머스가 가파르게 성장함에 따라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코로나19 이후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차별화된 자체 매장을 늘리고 명품에 특화된 기획 매장을 선보이는 등 온라인과 다른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살려나가지 못하면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의 핵심 성장동력은 '경험' 및 '명품' 중심의 포지셔닝이라고 판단한다"며 "소비자는 경험을 구매하고자 하며,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백화점은 차별화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 체류시간을 증가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여기에 명품 중심 상품 기획(MD)이 더해질 때 매출 기여까지 연결되며, 이 구조를 성공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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