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1월이었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박과 '매'로 돌변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금리인상 으름장은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연준이 금리인상은 물론 양적긴축을 서두를 것이란 제스처를 보이자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직격탄을 맞았다. 1월 나스닥은 작년 11월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작년 연말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애플, 테슬라 등 대표 성장주들 주가가 긴축의 철퇴를 가장 앞서 맞고 비틀거렸다.


'실적'으로 '실력' 입증한 빅테크

한국이 설날 연휴를 보내는 동안, 나스닥은 긴축의 파고를 넘어 8% 가까이 급등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빅테크들의 호실적이 발판이 됐다. 이들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통해 스스로 가치를 입증했다.

지난달 26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17억3000만달러(약 62조3450억원), 순이익 187억7000만달러(약 22조6216억원)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21% 증가한 수치로, 모두 월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 사업인 '애저(Azure)'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46%의 고성장을 이어갔고, 윈도, 오피스, 엑스박스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적 발표 전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2조7972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게임과 메타버스 사업에서 큰 도약을 기대하게 했다.

이어 애플이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 기간 동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239억5000만달러(약 149조3845억원), 순이익은 25% 늘어난 346억3000만달러(약 41조7395억원)를 달성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월가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나스닥 대장주 애플의 선전은 시장 전체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애플 신제품 공개 영상에 출연한 팀쿡 애플 CEO / 사진 = 유튜브 캡쳐
애플 신제품 공개 영상에 출연한 팀쿡 애플 CEO / 사진 = 유튜브 캡쳐

애플은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하며 716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아이폰'의 견조한 성장을 바탕으로 애플TV 플러스, 애플뮤직 등 서비스 부문 매출도 24% 끌어올리며 수익성을 강화했다. 또 자체 칩셋 '애플 실리콘'을 탑재한 맥 부문과 애플워치, 에어팟 등 웨어러블 기기가 속한 기타 제품 매출도 각각 25%, 13% 성장했다. 특히 애플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공급망 문제가 1분기 개선될 것이라 언급하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긴축의 시대…실적에 울고 웃는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 2일 '어닝 서프라이즈'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알파벳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753억3000만달러(90조810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721억7000만달러를 훌쩍 웃돈 실적이다. 순이익은 206억달러(약 24조829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구글 /사진=디미닛 제공
구글 /사진=디미닛 제공

알파벳의 주력 사업인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광고 수익은 33% 증가한 612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신사업인 구글 클라우드는 작년 동기 대비 45% 성장한 55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손실도 20% 이상 줄였다. 특히 구글은 상장 이후 두번째로 20대 1 비율의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하며 다음날 곧바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른 빅테크들이 막강한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며 고평가 논란을 벗어나는 가운데, 메타(구 페이스북)는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3일 메타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336억7000만달러(약 40조5825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102억9000만달러(약 12조402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하며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메타 /사진=디미닛 제공
메타 /사진=디미닛 제공

메타는 애플의 아이폰 개인정보보호 정책 변경에 따라 온라인 광고 영업에 타격을 입었고, 일간 활성 사용자와 채류 시간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미덥지 못한 1분기 전망을 내놨다. 메타는 이런 어려움을 사전에 감지하고 '메타버스' 사업에 올인하겠다며 사명까지 바꿨으나, 실적이 뒷받침 되지 못한 성장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메타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20% 넘게 폭락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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