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본사를 품은 샌프란시스코 애플스토어 방문
판매보다 애플 이용자 위한 서비스 공간 느낌 강해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고압적, 불통 이미지
애플스토어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던 이유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 사진=이성우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 사진=이성우 기자

오는 4월 가로수길과 여의도에 이어 명동에도 3번째 공식 애플스토어가 드러선다. 이제 한국인에게 애플스토어는 낯선 곳이 아니다. 하지만 몇년전만 해도 미국에 가면 꼭 한번 들러야 하는 곳이 애플스토어였다. 게다가 애플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를 품은 샌프란시스코의 애플스토어라면? 잡스가 신형 아이폰을 발표할때마다 애정했던 예르바부에나 예술센터 근처의 애플스토어라면 어떤가.  

샌프란시스코 출장길에 나선 기자가 굳이 한국에도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애플스토어를 찾은 이유다. 그렇게 찾아간 애플스토어는 한국과는 분명 달랐다. 판매 공간으로 꽉찬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방문객을 위한 카메라 활용법 강연과 애플 아케이드 체험, 그리고 수많은 휴식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애플스토어에서 강연과 휴식 누린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에 방문했다. 이 애플스토어는 예르바부에나 예술센터와 걸어서 10분 거리다. 10여년전, 어쩌면 가장 먼저 신형 아이폰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은 아닐까? 2층짜리 건물 하나를 애플이 단독으로 사용했는데, 오전 시간부터 방문객으로 북적거렸다. 1층에는 한국의 애플스토어처럼 아이폰, 맥북, 에어팟 등 다양한 애플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애플스토어 직원이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애플스토어 직원이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니, 한국 애플스토어와는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2층에는 커다란 스크린과 의자들이 배치돼 있었다. 그곳에선 아이폰 카메라 활용법 강연이 진행중됐다. 아이폰의 기능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애플스토어 직원이 카메라의 구체적인 기능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이날 소개한 기능은 슬로모션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강연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실 한국의 애플스토어는 애플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장소라는 느낌이 강하다. 시연을 해볼수는 있지만 쉴 수 있는 공간이나 강연장은 거의 없다. 하지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애플스토어는 애플 이용자들이 언제나 와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2층 공간에서 자신의 맥북을 켜놓고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강연이 열리고 있는 공간 반대편엔, 애플 아케이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애플 아케이드는 월 6500원에 모바일 게임 200개 이상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이처럼 2층은 1층과 달리 방문객들을 위한 강연·체험·휴식 공간으로 이뤄져 있었다. 일종의 문화 공간인 셈. 앉을 곳 하나 없는 한국 애플 스토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좋아하는 제품은 똑같네...찬밥 신세 아이폰SE·에어태그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둘러보니,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맥북과 애플워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맥북과 애플워치를 둘러보고 애플스토어 직원들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반면 출시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아이폰SE3는 찬밥 신세였다. 아이폰SE3를 구경하는 방문객은 없다시피 했다. 업계 평론가들은 아이폰SE3의 배터리 성능이 거의 개선되지 않은 점을 비판한 바 있다. 

에어태그가 전시돼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에어태그가 전시돼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에어태그 역시 무관심을 면치 못했다. 에어태그는 블루투스 기기로 소지품에 부착해 놓으면 해당 물품을 분실했을 때 아이폰 등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추적장치다. 에어태그는 출시 당시부터 에어태그의 추적 기능은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에선 실제로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에어태그가 위치한 전시대는 기자가 머무는 약 1시간 동안 아무도 찾지 않았다. 

기자는 샌프란시스코 애플스토어 직원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어떤 제품이 가장 잘 나가는지를 물었으나 회사 정책상 인터뷰가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다. 애플스토어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 인터뷰가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 제품을 물어보는 것도 안된다니...기자 신분을 밝히지 말았어야 했나 보다. 

좋아하는 애플 제품은 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비슷했지만, 방문객 즐기고 배우고 쉴 수 있는 공간은 미국 애플스토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애플스토어를 찾는 이유도 한국과 미국이 다른 것 같았다. 한국 애플스토어에서도 앉아서 친구와 수다 떨 수 있는 그날은 올까?

한국에서는 여전히 애플은 고압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애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혁신일수도 있지만 불통일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애플스토어에서 만난 애플과 한국에서 만난 애플은 왜 이리 다를까. 나름 '애플빠'인 기자가 미국 애플스토어를 나오면서 느낀 감정은 참 복잡하고 미묘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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