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
사진=카카오

카카오의 메타버스 전략이 7일 베일을 벗었다. 요약하자면 텍스트와 가상공간, 메타버스의 공간을 이원화해 각자의 방식으로 서비스 구현에 나선다는 것. 이를 통해 보다 소비자들이 쉽게 와닿을 수 있는 메타버스 흥행 사례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카카오는 이용자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보상 지급을 통해 웹 3.0 시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확 달라지는 카톡...은행 업무부터 게임까지 메타버스로 즐긴다 

이날 공개된 카카오 메타버스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내년에 등장할 오픈링크는 기존 지인 중심의 연결이 아닌 비지인으로 묶인 관심사 기반의 연결 서비스다. 이른바 텍스트 기반 메타버스다. 취미, 장소, 인물 등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이 모여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반으로 제공된다. 카카오 서비스는 물론 카카오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에도 오픈링크와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해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들이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카카오톡 프로필 개편도 진행된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 이용자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스스로를 다채롭게 표현하고, 나만의 펫을 키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방향으로 상태 메시지를 적어두는 것이 아니라 프로필에 방문한 친구들과 이모티콘, 응원메시지, 선물 등 다양한 소통 기능을 통해 교감할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멀티프로필을 업그레이드해 프로필을 통해 멀티페르소나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또다른 축은 바로 가상공간형 메타버스다. 이는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들이 주축이 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넵튠은 자체 메타버스 서비스 컬러버스를 띄운다. 카카오 친구 리스트에서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바로 3D 메타버스로의 진입이 가능하다. 카카오나 멜론의 앱 또는 웹 환경에서 3D로 구현된 컬러버스 월드로 접근이 가능하며 반대로 컬러버스에서 멜론이나 카카오로 자연스러운 복귀도 가능하다.

외부 방문 없이 심리스한 환경에서 즉석 은행 업무를 보고, 디바이스에 상관 없이 내가 보고 싶은 웹툰이나 웹소설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그 안에서 동일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고, 함께 어울리며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여기까지는 네이버 제페토나 로블록스와 유사한 형태다. 단, 카카오의 킬러서비스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등과의 융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물세계와 가상을 넘나드는 유일무이한 메타버스로 올라설 공산이 크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사진=카카오
남궁훈 카카오 대표/사진=카카오

 


플랫폼 갑질 NO! 카카오표 B2C2C 무르익는다  

이날 공개된 카카오 메타버스의 핵심은 단순 온오프라인 형태를 넘어 소비자가 직접 생태계의 주인이 된다는 점이다. 구글과 애플 등 미국 대형 인터넷 기업이 주도하던 모바일 앱생태계를 메타버스에 심고, 이들이 가져가던 수수료를 이용자들이 돌려받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이용자는 나의 분신인 아바타를 제작하고, 그 아바타로 컬러버스 유저들과 소통하며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영역 제한 없는 월드를 경험할 수 있다. 아이템, 아바타, 랜드와 같은 컬러버스 내 컨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 있고 판매할 수도 있다. 크리에이터가 만든 컨텐츠는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판매되고 그 컨텐츠를 구매한 유저는 컨텐츠를 사용하거나 재가공해 다시 판매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무한 창작을 가능케함으로써 컬러버스 내 활발한 경제 순환을 촉진시킨다.

구체적인 활용 사례는 내놓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카카오의 자체 가상자산 클레이와 보라 등이 대거 활용될 전망이다. 관심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커뮤니티 또한 자신들에게 맞는 공간을 만들어 공감대 중심의 창작 활동을 펼치고 이러한 창작 콘텐츠는 컬러버스의 경제 시스템과 어우러져, 커뮤니티 구성원은 단순 소비자가 아닌 컬러버스 내 경제의 핵심 구성원이 되어 메타버스 생태계의 '주체'가 된다. 이는 텍스트 기반의 오픈링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방장은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부분까지 관여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카카오 메타버스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남궁훈 대표는 구글-애플에 맞서 웹 3.0 전략을 일찍부터 구현해왔다. 그는 지난 2018년, 모바일게임마다 꼬리표처럼 붙었던 'For 카카오'를 떼고, 게임브랜드도 '카카오게임'으로 통일하는 결단을 내렸다. 쉽게 말해, 카카오 플랫폼에 기대어 채널링 서비스에 주력하던 카카오게임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채널링이란 카카오톡 '게임' 부문에 입점시켜 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 소개하고, 카카오톡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무엇보다 구글-애플을 필두로 플랫폼 장악력을 활용한 '갑질'이 아닌, 자체 제작과 파트너사의 공동성장을 위한 방식으로 경영체계를 바꾼 것이 핵심이다. 채널링 입점사가 아닌 게임사에도 카카오톡 광고서비스를 붙이도록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 최근에는 카카오게임즈 산하 자체개발력을 높이며 '오딘:발할라 라이징'의 흥행을 이끌어냈다. 

이때문에 관련업계에선 카카오톡 생태계에 기댄 무리한 확장 대신, 개별 영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남궁훈 스타일'이 카카오 사업 전반에 걸쳐 뿌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그는 이른바 'B2C2C'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안, 카카오에 이식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낸 바 있다. 

남궁 대표는 지난해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디지털화폐-가상자산 또한 게임을 통해 변화하고 있고, P2E(play to earn) 뿐 아니라 M2E(move to earn), T2E(train to earn) 등 게임 기술을 근간으로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게임을 통해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의 자본적 수혜자가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소비자에 머물렀던 일반 대중이 디지털 생산자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일부 인플루언서에 그치지 않고 일반 대중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디지털 콘텐츠는 대중이 접근 하기 쉬운 아르바이트, 투잡이 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게임 산업은 스스로 성장할 뿐 아니라, 디지털 산업 전체를 혁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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