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재가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사진=TV 아카데미 유튜브 갈무리
배우 이정재가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사진=TV 아카데미 유튜브 갈무리

'오징어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가졌다고 평가 받는 '에미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앞서 에미상 크리에이티브 아츠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오징어 게임이 주요 부문 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기록하며 총 6관왕에 오른 것. 

특히 유색 인종이 상을 타면 이슈가 될 정도로 보수적인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이 2관왕을 차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본고장 미국에서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이 더욱 활성화될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우주연상에 감독상까지...6관왕 '오징어게임'

13일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을 연기한 배우 이정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날 이정재는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만,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 '베터 콜 사울'의 밥 오든커크, '세브란스: 단절'의 아담 스콧, '석세션'의 제레미스트롱 등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을 벌인 끝에 수상의 영애를 안았다.  

오징어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을 제작한 황동혁 감독도 벤 스틸러(세브란스: 단절), 마크 미로드(석세션), 캐시 얀(석세션), 로렌 스카파리아(석세션), 캐린 쿠사마(옐로우재킷), 제이슨 베이트먼(오자크)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오징어게임이 에미상 주요 부문 2관왕에 오른 것. 

이날 시상식에서 황동혁 감독은 "TV 아카데미에 감사드리고, 이 영광을 저를 믿고 지지해준 넷플릭스에도 돌리고 싶다"며 "이 모든 것은 오늘 밤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주신 여러분이 문을 열고 저희를 이 자리에 초대해주신 덕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징어게임은 에미상 크리에이티브 아츠 시상식에서 여우게스트·시각효과·스턴트·프로덕션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이로써 오징어게임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고장 미국에서 열리는 에미상에서 6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백인들의 잔치 에미상 뚫어낸 K콘텐츠 '오징어게임'

특히 백인들의 잔치라는 오명이 붙을 만큼 보수적인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이 6관왕을 달성한 점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73년간 아시아인 배우에게 남우주연상을 준 적이 없는 에미상의 마음을 돌렸기 때문. 앞서 에미상은 불과 7년전인 2015년 처음으로 흑인 여배우에게 여우주연상을 수여한 바 있다. 대중의 지지를 받은 K콘텐츠 오징어게임이 보수적인 시상식의 고집을 꺾은 모습이다.

오징어게임은 지난해 9월 론칭 이후 국내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는 물론, ▲미국 ▲홍콩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모로코 ▲오만 ▲필리핀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아랍 에미리트 ▲베트남 등의 70여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왼쪽부터) 에릭 가세티 LA 시장, 김지연 사이렌 픽처스 대표, 황동혁 감독, 이정재 배우, 존 리 LA 시의원. /사진=LA 시의회 제공
(왼쪽부터) 에릭 가세티 LA 시장, 김지연 사이렌 픽처스 대표, 황동혁 감독, 이정재 배우, 존 리 LA 시의원. /사진=LA 시의회 제공

더불어 미국 LA 시의회가 지난 9일(현지시간) 한국 창작자들과 함께 매년 9월17일을 '오징어게임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의 날은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흥행작인 '오징어게임'이 한국 문화와 전통을 널리 알린 것과 함께, 한국 작품이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것.

오징어게임의 이번 에미상 6관왕으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 당시에도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진 바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해 오징어게임 흥행 이후 '마이 네임', '지옥' 등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고, 동영상 서비스(OTT)를 운영하는 애플과 디즈니도 K콘텐츠 발굴에 나섰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한국 문화나 콘텐츠 제작 역량, 콘텐츠 품질 등이 전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주류 시장의 한국 콘텐츠 수용성 높아졌기 때문에 좋은 기회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매력적인 요소라는 것 확인했기 때문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우리나라 창작자 빨아들일 동력도 생겼다"며 "이런 현상들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글로벌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