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년 만에 회장 직함을 달며 '뉴삼성' 행보를 본격화한다.
27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전했다. 이재용 회장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으며,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결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이사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평소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중시해 온 만큼 이사회 동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재용 회장은 별도의 행사 또는 취임사 발표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사내게시판에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글을 올려 회장 취임에 대한 소회와 각오를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지난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이 회장은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소회했다.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다"며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위기감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그간 강조해 온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역설했다. 그는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뉴삼성' 구현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필요성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공급망 이슈 등 거시 환경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주도권을 지키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선 회장 주도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국내 5대 그룹 중 총수가 회장이 아닌 곳은 삼성이 유일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 온 이 회장은 그간 사법리스크 등을 겪으며 회장 취임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적 위기감이 높아지자 회장 취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5일 복권 이후 그룹 주요 계열사 국내외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현장 경영에 매진해왔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를 두루 돌며 직원들과 스킨십을 활발히 늘리는 모습을 두고 회장 취임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뉴삼성'을 실현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반도체 수요 감소와 스마트폰 시장 침체, TV 시장 성장 둔화 등 주력 사업이 줄줄이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 회장은 기술 혁신 역량을 극대화하고, 보다 유연한 조직 운영을 통한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이 회장이 강도 높은 쇄신과 조직개편, 그룹 컨트롤타워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계열사 경영 상황을 총괄하고 핵심 사업 간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오너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생산력 증대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대형 인수합병(M&A) 등의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사내게시판 글에서 이 회장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며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합니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책임경영 강화를 주문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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