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사진=각사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사진=각사

만일 구글이 코인베이스를 인수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전 세계 디지털 산업과 금융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다. '웹2'와 '웹3'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런 '빅뱅'이 한국에서 먼저 일어난다. 국내 대표 IT 기업 네이버는 두나무 합병을 통해 웹3 패러다임 전환에 한 발 앞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 핵심 자산인 사용자생성콘텐츠(UGC)를 기반으로 웹2 시장을 선도해 온 네이버는 웹3 강자 두나무의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더해 글로벌 빅테크들의 자본과 기술력에 대항, 디지털 주권 수호에 나선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두나무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27일 네이버 1784 사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 비전과 사업 로드맵을 공개한다.

국내 인터넷 최대 기업 네이버와 가상자산 선두주자 두나무의 합병은 네이버가 웹3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간 네이버는 인터넷 포털을 시작으로 커머스, 콘텐츠, 클라우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왔지만, 플랫폼 확장성과 기업 수익성 차원에서 다음 단계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두나무와의 빅딜을 통해 디지털 자산 기술과 인프라를 흡수, 웹3 기반으로 서비스 전환을 시도하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그간 국내외 기술 기업들은 웹3를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고 다양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미국 빅테크 메타는 암호화폐 경험이 있는 진저 베이커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사업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브라'가 규제로 인해 한 차례 중단된 이후 다시 이어지는 도전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바이낸스 재팬 지분을 인수하며 결제 연동 등을 추진 중이다. 넥슨, SK플래닛 등 국내 IT 기업들도 자체 생태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이처럼 웹3 사업에 전세계 기업이 몰리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네이버는 UGC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생태계를 탈중화가 가능한 웹3 기반에 올려 글로벌 무대로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웹3의 경우 사용자가 곧 창작자가 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UGC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더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UGC를 확보해 생태계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커머스, 콘텐츠 등 주력 사업 강화를 위해 UGC 확장을 전략으로 내세운 만큼, 향후 웹3 기술 도입이 점쳐진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왼쪽)이 마지드 알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과 만났다 / 사진=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SPA)
이해진 네이버 의장(왼쪽)이 마지드 알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과 만났다 / 사진=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SPA)

특히 네이버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가상자산 분야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 이해진 의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건설·건축·프롭테크·부동산 전시회 '시티스케이프 글로벌 2025'에 참석해서 마지드 알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과 만나 디지털 화폐 분야 협력 강화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관련 법규를 마련하는 등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가상 자산 결제 시스템 도입에 활발한 중동 시장 공략에 직접 나선 것이다. 디지털 화폐 도입을 통해 그간 결제 시스템 미비 등으로 플랫폼 확장이 어려웠던 지역에도 더 활발히 진출할 길이 열리면서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웹3 확장은 이 의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 찍은 헬스케어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은 공식적인 국내 복귀무대로 서울대병원의 '디지털 바이오 혁신 포럼'에 참석할 만큼 헬스케어에 관심을 보여왔으며, 복심으로 꼽히는 최인혁 대표에게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맡기며 헬스케어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도록 했다. 이후 네이버는 글로벌 체성분 분석 시장 1위 기업인 인바디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클라우드EMR 서비스 기업 세나클을 인수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웹3 기술은 헬스케어 데이터와 사용자 참여 확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그동안 글로벌 무대에서 자본과 기술의 열세로 빅테크들과의 경쟁에서 고전하던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길을 여는 초석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한·미 무역협상 등을 계기로 규제 빗장을 풀고 한국 시장에서 영항력을 확대하려 하는 미 빅테크들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두나무 역시 자체 블록체인인 '기와체인'을 공개하면서 웹3 인프라 구축과 대중화에 나서 온 만큼, 이번 합병을 통해 네이버의 웹3 혁신이 보다 속도감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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