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사진=이성우 기자
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사진=이성우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리적 시장은 국내로 한정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독과점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DCON 2023: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디지털자산 콘퍼런스'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 특성 및 시장 획정'을 주체로 발표했다. 이날 이 교수는 "국내 기업이 국내만을 대상으로 할때 점유율이 높다고 해도 독과점이라고 성급하게 결론 내선 안 된다"며 "해당 기업이 해외기업과 얼마나 경쟁 환경에 노출돼 있느냐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국내 점유율만을 기반으로 규제 정책을 수립하면 국내 선도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산업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국내 점유율만 따질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 환경을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가상자산의 특성 및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지배력과 관련이 있다. 가상자산은 전세계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고, 특히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과 2위 이더리움은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나무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도 사실상 독과점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서 보면 점유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업비트의 거래 규모가 바이낸스의 8분의 1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립토컴페어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2022년 4분기 66.7%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심지어 코이널라이즈에 따르면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달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간 전세계 비트코인 현물 거래량의 98%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 교수는 업비트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거래 수수료 또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중에서 업비트가 가장 낮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점유율이 높다는 지위를 남용해 수수료를 높게 받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는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업비트의 높은 점유율은 저렴한 거래 수수료에 기인한 것이란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국내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고,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국내 거래소도 있는 만크 ㅁ장점에 기초한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