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슨코리아
사진=넥슨코리아

 

K-게임의 아버지, 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지 1년여의 시간이 흐른 가운데 넥슨이 경영 체제 개편을 꾀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문 경영인 체제는 변화가 없다"는 게 넥슨 측의 공식입장이지만, 창업주의 부인 유정현 NXC(넥슨 지주사) 감사가 그룹 총수로 올라선 데 이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경영 구조 재편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NXC는 최근  유 감사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NXC는 넥슨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창업주가 별세한지 1년 1개월 만에 부인인 유 감사가 그룹 이사회 주요 의사결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 유 이사가 NXC 사내이사에 오른 건 13년 만이다. 유 이사는 김 창업주와 1994년 넥슨을 공동창업한 후 회사의 경영에 적극 참여해오다가 2010년부터 감사직만 맡아 왔다.

NXC 관계자는 "회사의 공동창업자로서 유정현 이사는 이번 인선을 통해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이사진들과 함께 회사의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넥슨 그룹 내 경영 환경 변화를 암시하는 일은 최근 줄지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넥슨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정헌 대표가 모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넥슨 일본법인의 등기이사로 선임된 상태. 이 대표는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를 비롯해 패트릭 쉐더룬드 엠바크스튜디오 대표, 우에무라 시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넥슨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됐다. 이 대표 입장에선 모회사 경영까지 맡게 됐으니, 입지가 더욱 커진 셈. 

이에 게임업계에선 '오너'인 유 이사를 중심으로 NXC와 각 계열사의 경영 구조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넥슨 측의 공식입장이지만, 총수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새로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사업을 주도하던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그룹 내에서 중책을 맡고, 글로벌 콘텐츠 사업을 이끌 새 인사의 영입 가능성이 점쳐진다"며 "유 이사가 직접 경영 대신,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매각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넥슨은 지난해 신작 게임의 흥행으로 사상 최대인 매출 3조3946억 원을 달성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입증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여전히 중국 로열티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세상을 떠난 김 창업주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탓이다. 앞서 넥슨은 지난해 총 5억 달러(약 6535억 원)를 투자해 영화감독 루소 형제의 영상 콘텐츠 제작사 AGBO 스튜디오 지분 49.21%를 확보하기도 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한동안 잠잠했던 넥슨발 M&A가 재개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있다"면서 "내년이 넥슨의 30주년인 만큼, 창업주의 뜻을 받을 수 있는 관련 빅딜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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