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이 미러리스 시장 공략을 위해 '좋았던 시절'을 소환했다. 이 회사가 최근 선보인 풀프레임 미러리스 신제품 'Z f'는 필름 카메라 시대 영광의 상징인 'FM2'의 디자인에 최신 기술을 접목해 '레트로+기능성' 양면을 갖추고 '뉴트로' 트렌드에 올라탔다.
필름카메라 닮은 니콘 'Z f'에 쏠린 눈
12일 서울 합정 '무대륙'에 마련된 Z f 팝업스토어에는 오픈 전부터 방문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Z f 사전판매가 일찌감치 품절로 마감된 까닭에 현장판매분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이 벌어진 것. 니콘의 뉴트로 카메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았다.
카메라 시장의 대세가 DSLR에서 미러리스로 넘어가면서 크기와 무게는 줄이고 성능은 높인 제품들이 쏟아져나왔다. 카메라 성능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가운데 소비자들은 단순히 잘 찍히는 것 이상의 '감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미러리스 시장에서 신흥 강자 소니와 전통 강호 캐논에 밀려 고전하던 니콘은 자신들이 보유한 필름카메라 시대 헤리티지를 발판 삼아 지난 2021년 'Z fc'를 선보였다. 필름 카메라 시대 명기로 손꼽히는 'FM2'의 모티브를 이어받은 Z fc는 향수를 일으키는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다만 크롭 센서를 탑재한 보급기 사양으로 성능면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Z fc로 레트로 트렌드의 가능성을 엿본 니콘은 이번엔 맘 먹고 성능까지 높인 비장의 무기 'Z f'를 선보였다.
정해환 니콘이미징코리아 대표는 "카메라 시장이 동영상, 레트로 트렌드를 통해 변화하고 있고, 이는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Zf는 뉴트로 열풍에 맞춘 기대 신작으로, 필름카메라 모티브 디자인에 최상위 기종인 'Z9'과 같은 프로세서를 탑재해 성능까지 잡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Z f의 판매 대수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미러리스 시장 안에서 니콘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찬스로 보고 있다"며 "이런 기회를 포착해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 니콘이 더 존재감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능'에 '감성'을 담아 MZ세대에 어필
이날 팝업스토어 오픈 전에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언론사 정담회를 열고 기자들에게 Z f와 새로운 렌즈 라인업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해환 니콘이미징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일본 본사 니콘코퍼레이션의 렌즈 총괄 매니저 이시가미 히로유키, Z 마운트 설계 매니저 오바마 아키히코, Z f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이가와 히로키, 기술총책임자 및 본사집행위원 무라카미 나노유키 등이 직접 참석해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무라카미 책임은 "한국은 세계에서 주목하는 IT시장이며, 특히 영상 시장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며 "Zf는 니콘의 역사를 담은 헤리티지 디자인에 최신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뉴트로 감성을 기대하는 한국의 젊은층에게 잘 전달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니콘은 Z f의 주요 타겟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로 잡았다. 카메라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고, 차별화된 작품을 남길 수 있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가와 매니저는 Z f를 소개하며 "카메라는 성능이 중요하지만 소지품으로서의 디자인도 중요해졌다"며 "어느쪽도 양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목소리에 부응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개발하고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클래식한 외관에 속은 최신 기술로 채워
Z f는 셔터스피드와 ISO를 조절할 수 있는 황동 다이얼, 액정으로 표현된 심도계 등 필름 카메라 시대의 유물들을 조작부에 그대로 답습했다. 심지어 전면의 니콘 로고조차 과거의 폰트를 채택해 레트로한 감성을 물씬 풍긴다. 이와 함께 6가지 색상으로 외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다양한 기호를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
표현적인 측면에서는 '모노크롬'을 내세웠다. 상단 레버를 통해 곧바로 접근할 수 있는 모노크롬 모드는 '플랫 모노크롬'과 '딥톤 모노크롬' 추가로 다양한 흑백 사진을 연출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혔다.
레트로한 외관과 달리 속은 최신 기술로 채웠다. 니콘의 플래그십 기종인 'Z9'과 동일한 'EXPEED 7' 화상 처리 엔진을 탑재했고, 6K로 읽은 데이터를 오버샘플링한 4K UHD 영상을 최대 125분까지 녹화할 수 있다. 또 세계 최초로 포커스 포인트 손떨림 방지 기능을 탑재해 주변부 이미지까지 흔들림 없이 잡아준다.
고객 피드백 통한 지속적인 개선 약속
Z f 공개 이후 니콘 커뮤니티는 오랜만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만 레트로한 디자인에 어울리는 렌즈군이 부족하다거나,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과 같은 감성적인 필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니콘 측은 이번 팝업스토어를 비롯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고객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무라카미 총괄은 "Z9/8도 여러 펌웨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능을 향상시켜왔고, Z f도 펌웨어를 거쳐 기능을 업그레이드 해나갈 것"이라며 "현 시점에 구체적인 개선점을 말하긴 어렵지만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요구에 부응하도록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매니저는 "지금까지는 니코르 렌즈의 광학 성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으나, 고객 목소리를 들어보면 성능이 전부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른바 렌즈의 '맛'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렌즈의 해상력 만을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해상력 이와에 렌즈의 찍는 맛이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Z마운트 렌즈가 너무 고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규 유저에 대한 에로 사항도 충분히 알고 있고,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군을 하니씩 출시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서드파티 렌즈에 대해서도 코시나, 탐론, 시그마 등 3사와 라이선스를 공유하고 있으며, 향후 더 넓혀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니콘은 이번 Z f 출시를 계기로 기존 DSLR을 사용하던 니콘 팬층 뿐만 아니라 젊은 신규 사용자 영입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정해환 대표는 "최근 추세로 볼 때 전체적인 카메라 시장에 대한 관심이 예전 작품 사진 위주에서 동영상이 강화되며 MZ세대 유입이 20~30% 늘었다"며 "미러리스를 중심으로 젊은 신규 유저가 늘고 있는 만큼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레트로 트렌드에 발맞춘 Z f를 통해 국내에서 니콘의 입지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