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

부동산 계약을 했거나,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단어다. 부동산 계약 전에, 직접 해당 지역에 가서 탐방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임장을 가도 정확히 매물 분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나 지인 등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 많게는 수억원, 적게는 수백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부동산 계약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부쩍 늘어난 전세사기도 부동산 초보자의 불안감을 키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대화 돼 있는 시장.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여기 부동산 시장의 혁신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임장'에 진심인 사람들, '임진사'다.  한승훈 임장에진심인사람들 대표는 20년 넘게 게임기업에 몸담았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부동산 '임장'을 대신하는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왜 '임장'에 꽂힌걸까.

한승훈 임장에진심인사람들 대표 /사진=임장에진심인사람들 제공
한승훈 임장에진심인사람들 대표 /사진=임장에진심인사람들 제공

 


전문가와 임장 동행, 주소 입력하면 AI 분석리포트도 제공

"게임기업 네오위즈에서 지난 2005년 사옥추진TF 팀장을 맡았습니다. 그러면서 유형자산투자, 판교사옥건설, 홍천연수원부지 매입 등 실제 자산투자관리 직무를 맡았죠. 사옥을 매입하기 위해 서울, 분당, 판교권 구석 구석까지 돌아 다녔었고 실제 현장을 다녔습니다. 당시에도 부동산 거래시장은 물건을 소개하는 중개인 중심의 칸막이가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했어요. 특히 정보를 해석하는 기능, 물건 분석 시스템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것이 없이 열악한 상황은 마찬가지에요."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국가적 이슈가 되면서 그동안 현장에서 느끼고 담아뒀던 아이디어를 공익 목적으로 개발해보고자 임진사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지난 5월 창조경제혁신센터 IR피칭데이 공고를 보고 응모했는데, 8개 참가팀 중에서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돼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습니다."

/사진=임진사 홈페이지
/사진=임진사 홈페이지

 

그가 기획한 임진사는 연간 300만건(전월세 140만건)에 이르는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 수요자에게 정확한 물건 파악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핵심 서비스로 기획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수용자 중심의 물건 분석 리포트다. 부동산 주소를 입력하면 공공API 데이터와 인터넷 공간에서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즉시 결과값을 리포트 형식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해 준다.

'임장'을 도와주는 서비스도 또다른 킬러 서비스 중 하나다. 임진사 플랫폼에 등록된 전문 해석가(임진사)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판단해 모든 리스크를 점검해준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동안 접수된 전세사기피해 건수는 경기도 3897건, 서울 3272건, 인천 4049건이고, 피해 액수는 무려 2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언론에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의 주된 원인 제공자가 가장 가까이 존재해야 할 중개인·중개보조인이 43%라고 하니 참담하죠."

"이처럼 국가 사회적 재난 수준인 전세사기 피해의 근본적 원인은 물건 분석, 즉 데이터 해석과 현장 확인(임장)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임진사 플렛폼은 전세사기 피해 문제를 사후처방이 아닌 사전에 예방하기위한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누구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임장브랜드 되겠다"

임진사의 첫 타깃 고객은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시간이 부족하고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중산층이상의 맞벌이 고객이다. 임진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임진사'가 직접 임장을 진행한다. 분석 전문가가 임장을 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부동산 계약에 나설 수 있다. 

"임진사의 첫 수익(거점)시장은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입니다. 리스크를 줄이고 실제 물건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플랫폼 이용 수수료는 단순 필요경비 수준의 소액 비용으로 인식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별로 주요 고객은 다를수 있습니다. 임장동행서비스의 경우 원룸에 거주하는 1인 여성이 주요 고객이 되고, 사전점검 서비스는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은 4인 가족, 그리고 외국인전용 임장서비스, 특히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층의 주거 이동권 도움서비스는 있는 그대로 사회 약자층이 고객입니다."

한승훈 임장에진심인사람들 대표가 테크M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허준 기자
한승훈 임장에진심인사람들 대표가 테크M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허준 기자

한 대표는 임진사의 궁극적인 비전으로 '대한민국 일상의 삶에서 임장서비스의 브랜드화'를 제시했다. 전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임장브랜드가 꼭 필요해진 시점이라는 것이다. 삶의 필수요소인 '의식주' 중 유독 주거와 관련해서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임진사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임장브랜드가 만들어지면 현재 일요일에는 불가능한 휴일임장을 임진사 플렛폼을 통해 가능하고, 여성만을 위한 여성안심임장, 그리고 집을 보여주는 매도자 입장에서도 유니폼을 착용한 임진사가 중개인과 대동해 임장서비스가 이뤄질 때 안심하고 현관문을 개방할 수 있는 세상으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 상반기에 개발되는 AI 물건분석 리포트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국민 모두가 임진사 플렛폼에서 편하게 물건 분석 리포트를 받아보고, 임진사 플랫폼 생태계에서 이익이 발생했을 때 각 시장참여자(매수, 매도자, 중개인, 임진사)에게 이익 배당이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50이 넘은 나이에 나서는 새로운 도전. 분명 쉽지 않은 길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승훈 대표는 그동안 쌓아왔던 분석력과 판단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 혁신을 일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누구나 안심하고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는 세상. 어쩌면 '임진사'가 그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준 기자 j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