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캐리커쳐=디미닛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캐리커쳐=디미닛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기존의 관행을 벗고 새로운 문법으로 내놓은 신작 PC MMORPG '쓰론앤리버티(TL)'이 국내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것. 엔씨소프트가 발빠르게 체질개선을 성공하며, 이를 향한 재평가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8시 출시된 TL의 운영 서버는 총 21개로 10만명에 가까운 동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시 직후 1시간새 전 서버에 이용자가 가득 들어찼고, 무엇보다 테스트 버전에서 공개한대로 과도한 과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배틀패스형 과금을 채택했고, 콘솔 수준의 조작감과 타격을 갖춘 덕에 게임 스트리머들의 호평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게임 플레이도 엔씨소프트의 설명처럼 자동사냥과 자동이동 등이 모두 제거돼 수동 조작 게임으로 탈바꿈했다. 캐릭터를 움직이며 일반 공격을 가할 수 있어 지난 5월 테스트에 비해 역동적인 전투가 가능했다.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전문 개발사로 도약하기 위한 과금 체계 개편에도 시선이 쏠린다. 일부 일시적으로 능력을 높이는 소모품이 판매되나 구매 횟수 제한이 존재하고, 현재 BM 자체에 대해서는 페이투윈 없이 기존의 약속을 지켰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시장에선 재료 소멸로 받아들여지며, 일부 주가가 빠졌으나 주말새 이용자들이 콘텐츠 소비에 따른 락인 극대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보여 빠른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엔드컨텐츠가 아니라서 쉽사리 재미나 게임성에 대해 얘기하기 어려워, 일각에서 제기된 비판은 엔씨소프트에 대한 반감의 여론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TL이 국내에서 괜찮은 성과를 거둔다면, 결국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글로벌에서의 성공 기대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TL의 해외 출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유통사 아마존이 TL의 해외 유통을 맡은 상태다. 해외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오픈월드 콘텐츠도 탄탄하게 갖췄다는 평이다. 이미 엔씨소프트는 중국 텐센트에 이어 소니와도 손을 잡는 등 해외 유통사와의 사업 제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콘솔 제작사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엔씨소프트가 소니의 간판 게임 프랜차이즈 '호라이즌' IP를 활용한 신작을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한다. 소니와의 추가 협업도 뒤따를 것으로 보이며, 아직 초기 개발이긴 하나 리니지 IP가 아닌 외부 IP를 받아다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텐센트 모멘텀 역시 엔씨소프트 멀티플랫폼 전략의 핵심 분기점으로 꼽힌다. 최근 텐센트는 엔씨소프트 사옥을 직접 찾아 블레이드앤소울2 등을 비롯한 엔씨소프트 주요 게임의 현황 파악 및 중국 현지서비스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3년전 맺은 글로벌 파트너십의 주인공이 텐센트였다는 얘기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1년 9월 "모바일 IP 5종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며 공시했으나, 계약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특정하지 않았다. 당시 공시를 통해 엔씨소프트는 "계약 당사자와의 기밀유지 합의에 따라 계약 조건을 오는 2025년 9월까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가 텐센트에 이어 소니까지 손을 잡은 것은 멀티 플랫폼 전문 개발사 타이틀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열린 지스타 2023을 통해 내수형 게임이 아닌, 다채로운 장르의 멀티플랫폼 신작들을 다수 공개했다. 순차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리니지 IP 기반의 모바일 MMORPG 대신 슈팅 게임 등을 차기 먹거리로 소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시장에선 TL의 해외 수출 역시 다변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미-유럽의 경우, 굴지의 유통사 아마존이 TL 유통권을 차지했지만 경우에 따라 텐센트가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내부는 멀티플랫폼 제작사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고, 엔씨소프트는 일부 나마 남은 '린저씨'들을 통해 일정 수준의 캐시를 수취하면서, 멀티플랫폼 대작을 연이어 내보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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