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출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열기가 식어버린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혁신한 애플이 선보이는 MR 헤드셋인 만큼, 메타버스 시장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 특히 롯데정보통신은 자사 메타버스 칼리버스서 비전 프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업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비전 프로 출시 D-10...메타버스도 꿈틀?

23일 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달 2일 비전 프로를 정식 출시한다. 이날부터 미국 내 모든 애플스토어 매장과 미국 애플스토어 온라인에서 비전 프로를 구매할 수 있다. 제품 가격은 256GB 저장 용량에 3499달러(약 461만원)부터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공간 컴퓨팅' 기기로 정의하며 가상 공간과 현실 공간을 끊김없이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애플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고글형 헤드셋 형태의 비전 프로는 iOS, iPadOS 등과 호환되는 '비전OS' 운영체제(OS)를 통해 구동되며, 3차원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눈과 손, 음성으로 제어되는 입력 시스템을 갖췄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이 혁신적이고 마법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우리가 연결하고, 만들고, 탐색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MR 헤드셋을 내놓자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습이다. 비전 프로가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식어버린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릴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다. 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에 비전 프로 적용을 추진 중이다. 칼리버스는 롯데정보통신과 자회사 칼리버스가 2년 넘게 공들여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서 현실 세계처럼 생활할 수 있는 초실감형 메타버스 개발에 매진해왔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비전 프로가 아직 출시 되진 않은 상황이라 추후 변동이 있을수도 있다"면서도 "출시 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명맥 이어가는 K메타버스...또 한번 관심 받을까

롯데정보통신이 비전 프로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IT 기업들의 메타버스에도 관심이 쏠린다. 

SK텔레콤은 지난 2021년 7월 선보인 '이프랜드'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프랜드는 네트워킹 등 '소셜 메타버스'를 지향, B2C(개인간)·B2B(기업간) 등 용도 구분없는 단일 플랫폼이다. 게다가 이프랜드는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전세계 49개국에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프랜드 글로벌 버전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지원하며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서 모두 사용가능하다.

SK텔레콤 모델들이 '이프랜드' 글로벌 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모델들이 '이프랜드' 글로벌 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KT는 공공·지자체, 기업, 대학·교육기관 등을 노리고 있다. KT는 지난 2022년 12월 KT DS와 공동개발한 맞춤형 메타버스 제공 솔루션 'KT 메타라운지'를 공개했다. 메타라운지는 비즈니스홀, 아카데미홀, 컨퍼런스홀 등 3개 건물과 야외공간으로 구성돼있다. KT가 개발한 공간과 기능에 커스타마이징 요소를 추가 제공해 전용 메타버스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점이 골자다. 또 메타버스 서비스 기획·제작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KT는 'KT 메타라운지'를 기업, 대학·교육기관, 공공·지자체 등 B2B·B2G 고객이 활용할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제공한다. /사진=KT 제공
KT는 'KT 메타라운지'를 기업, 대학·교육기관, 공공·지자체 등 B2B·B2G 고객이 활용할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제공한다. /사진=KT 제공

LG유플러스는 연령별로 맞춤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3월 LG유플러스가 선보인 '키즈토피아'는 3D 가상 체험공간에서 인공지능(AI) 캐릭터들과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어린이 특화 메타버스 서비스로, U+3.0 핵심 플랫폼이다. 특히 키즈토피아에 탑재된 생성형 AI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설정해 AI NPC를 생성하고 자연스러운 연속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는 가상 오피스 메타슬랩도 출시했다.

키즈토피아 / 사진=이성우 기자
키즈토피아 / 사진=이성우 기자

희비 엇갈린 '네카오'...메타버스는 원래 '게임'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들의 메타버스 사업은 희비가 엇갈렸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 8월 얼굴인식과 AR, 3차원(3D) 기술을 활용해 맞춤 제작한 아바타를 통해 일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메타버스 제페토를 출시했다. 제페토는 출시 이후 반년 만에 글로벌 가입자 수 1억명을 돌파하고 성장했다. 

제페토 트와이스 티저 장면 /사진=네이버제트
제페토 트와이스 티저 장면 /사진=네이버제트

이에 네이버는 제페토를 네이버Z로 독립 분사시켜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제페토는 인기 아이돌, 웹툰, 식품기업 등과 협업해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제페토는 현재 글로벌 누적 이용자 4억명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반면 '컬러버스'는 지난해 12월 회사 내부 재정상황의 문제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컬러버스는 카카오의 손자회사인 넵튠의 자회사다. 지난 2022년 8월 야침차게 출시했지만 펜데믹 이후 식어버린 시장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했다.

사진=컬러버스
사진=컬러버스

아울러 원조 메타버스 제작사라고 할 수 있는 게임사들도 메타버스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22년 선보인 '넥슨타운'을 서비스 중이다. 컴투스도 지난 2022년 8월 '컴투버스'를 출시하고 서비스 중이다. 그러나 넥슨타운과 컴투버스는 사실 이용자가 거의 없는 개점 휴업상태다. 또 최근에는 넷마블에프앤씨가 메타버스월드 사업을 정리했다.

넥슨은 모바일 버추얼 월드 커뮤니티 플랫폼 '넥슨타운(NEXON TOWN)'의 국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 사진=넥슨 제공
넥슨은 모바일 버추얼 월드 커뮤니티 플랫폼 '넥슨타운(NEXON TOWN)'의 국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 사진=넥슨 제공

다만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2년 10월 선보인 메타버스 프로젝트 '미니버스'를 샌드박스형 메타버스로 발전시켜 개발하고 있고, 크래프톤도 네이버Z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 오버데어를 설립하고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전 프로 출시로 K메타버스가 다시 한번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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