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니콘 비상을 꿈꾸는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해외 무대로 보폭을 확장하고 있다. 기술이나 인재 수준, 글로벌 테크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 등을 고려했을 때 이들의 해외진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AI 본고장' 미국 시장 진출한 토종 LLM '솔라'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선보인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현지 공략에 나섰다. 미국 법인을 통해 글로벌 AI 시장 확장을 위한 전초기지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법인 설립과 함께 이 회사는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GTC 2024' 콘퍼런스에 참가해 솔라의 성능과 활용 사례를 글로벌 고객들 앞에 선보인다.
그동안 업스테이지는 다양한 국내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생성형 AI 개발 및 사업 노하우를 축적하고 해외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사전학습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는 머신러닝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오픈 LLM 리더보드'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에 업스테이지는 '솔라 LLM'과 '다큐먼트 AI' 등을 앞세워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기업들과 협력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북미를 중심으로 유럽, 일본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해외 거점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미국 현지 기업들이나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도 주목받는 AI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으며, 아직 발표할 정도의 단계는 아니지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챗봇·배차·스마트팜까지…AI 앞세워 해외진출
의료 AI 기업 루닛은 유럽 의료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AI를 통해 첨단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수요가 큰 유럽에서 글로벌 의료AI 분야 선도기업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최근 '포르투갈 암 퇴치 연맹' 중부센터와 AI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서유럽 국가들과의 공급 계약은 경쟁사 대비 우월한 기술력과 제품력을 재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티투마루는 지난해 6월 영국서 출시한 '사이트버니'로 해외 고객 유치에 뛰어들었다. 포티투마루가 처음으로 글로벌 고객 대상으로 출시한 서비스인 사이트버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공급되는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채널 플랫폼이다. 기존 시나리오 기반 홈페이지 챗봇에서 한 차원 진화한 서비스로, 생성형 AI 기반으로 질의응답 엔진을 통해 작동한다.
AI 기반 최적 배차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릿튠은 호주 시장을 공략 중이다. 플릿튠은 지난해부터 물류 TMS, 셔틀 운행에서 필요한 경로를 AI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생성해 제공하는 기업간거래(B2B)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호주에 법인을 두고 있는 지도 회사와 협업해 왔고, 올해는 호주 운수·물류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계속해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AI 스마트팜 솔루션을 운영하는 어밸브는 중동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는 UAE의 엠파이어 원 그룹과 사업 파트너 협약을 맺고 향후 스마트팜 개발·투자 상호 협력에 나선다. 특히 엠파이어 원 그룹은 중동 내 다양한 사업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의 중동진출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벨브의 'AIGRI 시스템'은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AI가 작물의 상태를 감지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오픈AI도 주목한 K-스타트업
지난 14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오픈AI 본사에서 'K스타트업&오픈AI 매칭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이를 통해 챗GPT 운영사 오픈AI와 협업할 국내 스타트업 10개사가 최종 선발됐다.
선발된 기업들은 사업화 자금 최대 2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오픈AI 서비스 이용을 위한 크레딧, 전문가 멘토링과 컨설팅 등도 제공 받는다. 그동안, 오픈 AI가 해외 기업과의 협업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K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에 날개를 달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처럼 K스타트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향후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올해 CES를 포함해 다양한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가진 기술혁신성을 증명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며 "한국 스타트업은 니치 마켓에서의 과제 지향적인 문제 해결에 있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오픈 AI 협력 프로그램에 특정 도메인에서 참신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스타트업이 선정된 이유도 그러한 측면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진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인재풀, 기술적인 우위성, 한국의 위상 등 글로벌 시장에 대한 준비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개선돼야 할 지점들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교수는 "아쉬운 지점은 진출에 비해 걸맞는 투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국가적으로 글로벌 프로그램이나 글로벌 벤처캐피탈(VC) 양성과 같은 정책들이 이뤄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태훈 기자 hun2@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