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반도체 생산용 노광장비 제조기업 ASML이 해외에 투자하려던 결정을 철회하고 자국 내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해외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한 네덜란드 정부의 대규모 지원책에 자국 투자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SML은 네덜란드 남부 아인트호벤 지역 당국과 사업 확장과 관련한 의향서(LOI)에 서명했습니다. 의향서는 아인트호벤시 북쪽 공항 부근에 위치한 상대적인 저개발 지역에 ASML이 2만명의 신규 직원 수용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ASML 대변인 모니크 몰스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최종 결정에 앞서 몇가지 중요한 사항을 해결해야 한다"며 "전력망, 도로, 주택 같은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ASML이 해외로 사업을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네덜란드 정부의 긴급 지원책으로 인해 이뤄졌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ASML의 해외 사업 확장 소식이 알려지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5억유로(약 3조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ASML은 네덜란드 반(反)이민 정책을 두고 정부와 갈등하면서 해외 이전을 고려해왔습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ASML 사업 해외 이전 계획에 대해 밝힌 바 있습니다. 현지 직원 2만3000여명 중 외국인 비율이 40%를 차지하는 ASML은 네덜란드 의회가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하는 안을 통과시키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슈퍼 을'로 불립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상해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린다고 발표했습니다.
ASML은 "네덜란드 내 핵심 사업은 본사가 위치한 벨트호벤의 기존 사업장과 가능한 가까운 곳으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정부의 최근 투자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네덜란드 정부의 지원책이 정부와 ASML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자료=미디어뱀부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