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ALL-E
/사진=DALL-E

아이폰 판매 둔화로 고전하던 애플이 다시 재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아이폰 판매에 발목을 잡던 중국 시장에서 가격 할인으로 점유율을 방어하는 동시에, 올 가을 'AI 아이폰' 공개를 통해 교체 수요를 자극한다는 전략입니다.


중국 시장 수성 안간힘...6월 WWDC에 쏠린 눈

27일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공급망 점검 결과 아이폰 판매가 안정화되는 징후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브스는 투자자들에게 "지난주 웨드부시 테크팀의 대만 조사에 따르면 애플 공급망의 4월 실적이 역사적 선형성보다 2%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며 "4월의 우수한 실적은 5월과 6월 중국 연휴를 앞두고 재고가 쌓인 영향일 수 있지만, 6월 중국 핸드셋 생산량 전망치가 소폭 상승했으며, 3분기 생산량에 대한 기대감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이달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일부 아이폰 모델에 대해 최대 2300위안(약 43만원)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앞서 애플은 지난 2월에도 1150위안(약 22만원)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 보다 할인폭을 2배로 늘린 것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2월 할인 행사 영향으로 3월 스마트폰 판매량은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애플은 가격 인하를 통해 중국 시장 점유율 방어에 매진하는 동시에 오는 9월 선보일 '아이폰 16' 업그레이드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가에선 '최악은 지났다'는 분위기와 더불어 다음달 열릴 세계 개발자 대회(WWDC)에서 애플이 인공지능(AI)과 관련한 다양한 기능을 선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AI 아이폰'이 온다

아이브스는 "다가오는 개발자 콘퍼런스는 10년 만에 열리는 애플의 가장 중요한 행사"라며 애플이 이번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공식으로 발표하고 독점 기능을 갖춘 챗봇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챗봇은 애플의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자체 하이엔드 AI 칩 등이 기반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또 개발자들이 애플의 AI 기술 스택을 기반으로 소비자용 앱을 개발해 AI 앱스토어의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애플 소식에 정통한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 역시 "애플이 다음달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일반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에 초점을 맞춰 AI에 대한 색다른 접근 방식을 공개할 것"이라며 "사용자의 실용적인 측면에 호소하고 보다 뛰어난 기능 중 일부는 다른 회사에 맡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이폰 15 프로 /사진=애플 제공
아이폰 15 프로 /사진=애플 제공

거먼은 현재 애플이 사파리, 사진, 메모와 같은 핵심 앱에 통합할 AI 도구 세트인 '프로젝트 그레이매터(Project Greymatter)'를 준비하고 있으며, 향상된 푸시 알림 등 운영체제(OS) 기반의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AI로 사진을 수정하고, 사파리 웹 검색을 개선하고,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에 대한 답장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등 몇 가지 새로운 기능이 개발되고 있으며, 개인 비서 '시리(Siri)'도 생성형 AI 기반의 LLM을 기반으로 더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을 제공할 전망입니다.

거먼 기자는 애플이 선보일 인상적인 AI 기능으로 'AI 이모티콘'을 꼽았습니다. AI 이모티콘은 사용자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내용을 기반으로 즉석에서 맞춤형 이모티콘을 만들어주는 기능입니다. 또 사용자가 놓친 알림과 문자 메시지는 물론, 웹 페이지, 뉴스 기사, 문서, 메모 및 기타 여러 형태의 미디어에 대한 요약을 제공하는 것도 이번 AI 프로젝트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입니다. AI와는 관계 없지만 이번 업데이트에서 아이폰 홈 화면의 앱 아이콘 색상을 변경하고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는 변경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 AI 리스크는

애플의 AI 시스템은 집약적인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기능은 대부분 장치 내에서 실행되고, 더 많은 성능이 필요한 경우 클라우드로 옮겨 처리되는 방식으로 구동될 전망입니다. 클라우드에서 처리되는 경우, 데이터센터에 위치한 'M2 울트라' 칩으로 구동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AI 기능을 제공하는 데 있어 애플이 역점을 두고 있는 지점은 개인 정보 보호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이 경쟁사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온디바이스 상에서 AI 기능을 처리하고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년을 보냈고, 이제 클라우드 기반 AI에서도 민감한 정보를 데이터센터에 전송함에도 불구하고 보안이 철저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애플이 오픈AI나 구글과 같은 우수한 자체 LLM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힙니다. 구글은 계속해서 '픽셀' 스마트폰에 다양한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고, 삼성도 올해 선보인 '갤럭시 S24' 시리즈에서 구글 '제미나이'와 자사 '가우스 AI'를 접목한 '갤럭시 AI'를 선보이며 AI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애플은 LLM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 우위를 노리고 있지만, 최근 이 회사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힙니다. 오픈AI는 최근 안전팀 역할을 하던 '수퍼얼라인먼트'팀이 해체되고 이 팀을 이끌던 핵심 멤버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퇴사하며 AI 안전을 책임질 '가드레일'이 무너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닝다. 최근 선보인 'GPT-4o' 음성모드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와 지나치게 흡사해 논란이 된 것도 이런 영향이란 지적입니다.


그래도 역시 애플?

애플의 불안한 AI 행보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점은 아이폰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입니다. 애플이 AI 기능을 출시하는 순간 전 세계 수억 대의 애플 기기가 이 기능을 지원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애플이 하루 아침에 가장 큰 AI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입니다.

아이브스는 "수많은 AI 기능이 도입되는 아이폰 16을 통해 아이폰 업그레이드 수요의 '슈퍼 사이클'이 예상된다"며 "아이폰 16이 발표되면 총 2억7000만대의 아이폰이 새로워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관건은 애플이 정해진 시간 안에 충분한 완성를 갖춘 AI 기능을 선보일 수 있을가에 맞춰지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등장한 데 반해 실망만 남긴 '시리' 사례가 떠오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마크 거먼은 "애플은 AI 기능을 적어도 9월 공식 출시 전 개발자 베타 버전을 내놓으며 미리보기로 마케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기술이 아직 완전히 완성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고 전했습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