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호연'을 통해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유저들에게 익숙한 지식재산권(IP)을 게임에 활용하는 한편 유저 친화적인 비즈니스 모델(BM)을 적용했다. 다양한 신작들을 연이어 출시하며 실적 개선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다양한 신작 출시 속도...포트폴리오 다각화 '주목'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수집형 MMORPG '호연'을 통해 또 한 번 변화를 시도했다. 신작들의 연이은 부진 속에 확인된 조직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고 흥행에 유리한 각종 요소를 개발 단계에 적용하는 것. 이날 출시되는 신작 '호연'은 그런 기조 속에 탄생했다.
엔씨소프트의 변화 흐름은 '호연' 개발총괄 고기환 캡틴의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고 캡틴은 지난 20일 판교 사옥에서 진행된 '호연' 미디어 시연회에서 "출시 시점이 (정해져) 있어 시간 제약과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신작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장기간 개발하는 대작 위주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 게임을 상황에 맞게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단기적인 흥행보다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개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엔씨가 변화를 단행하는 배경에는 잇따른 신작의 흥행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씨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MMORPG '쓰론앤리버티(TL)'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부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지난 3월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로 취임한 박병무 신임 대표가 방향키를 잡고 경영 효율화와 개발 기조 변화 등을 단행하고 있다.
인기 IP 활용·BM 모델 개선 등...부침 속 도전 지속
'호연'은 엔씨의 급격한 변화 속에 시장 트렌드를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인기 IP를 접목한 게임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핵심 IP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호연'은 엔씨소프트 대표 IP '블레이드앤소울'의 3년 전 무대를 배경으로 했다. 원작의 서사가 신작과 연계되는 구조다.
지나친 과금을 유도하는 수익모델로 게임이용자 권한 보호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BM에도 잇따른 변주를 주고 있다. '호연'은 수집형 장르 특성을 활용한 캐릭터 뽑기를 주된 수익모델로 설정했지만 뽑기 횟수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특정 아이템 등을 확정 획득하도록 하는 천장 시스템을 80회로 낮췄다. 업계에서는 가챠형 모델의 통상적인 확정 획득 횟수를 100회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더해 뽑기 횟수에 따른 마일리지 형태의 추가 보상도 마련했다. 원하는 등급의 캐릭터를 얻을 수 없더라도 추가 보상을 통해 획득하는 캐릭터 조각 등을 수집하면 추후 캐릭터를 영입할 수 있도록 획득 루트를 다양화한 것이다. 엔씨소프트 측은 "외부 테스트 피드백 등을 반영해 유저 친화적으로 시스템을 맞춰가려 했다"며 "이 정도 BM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의 변화 시도는 각종 부침 속에서 계속된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엔씨소프트는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을 겪으며 연내 '블레이드앤소울2'를 중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또 동남아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리니지2M'의 서비스 지역 확장 계획도 추진한다. 이밖에도 외부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통해 IP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거듭된 도전에 낙관론 고개...'TL' 글로벌 온기 기대도
엔씨소프트의 잇따른 시도에 시장도 주목하는 모양새다. 10월 글로벌 출시를 앞둔 'TL'에 대한 기대감도 읽힌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7일 리포트를 통해 "과거 대비 증가된 신작 출시의 속도 및 양과 다양한 IP, 다양한 장르, 다양한 플랫폼 게임 출시는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라며 목표주가를 26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또 "(TL 글로벌은) OBT 첫날 스팀 동접자수가 6만1000명, 8월 26일 기준 스팀 팔로워수 8만2500명, 해외 트위치에서 1만6000명의 스트리머가 'TL' 게임플레이를 방송하며 누적 시청자수가 380만명을 기록(했다)"며 "국내에서 외면받았던 것과 달리 해외에서는 높은 관심과 기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엔씨소프트가 지속적인 시도가 반등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