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 콘퍼런스' 현장에서 테크M과 인터뷰 중인 이재현 자이트가이스트캐피탈 대표 /사진=남도영 기자
지난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 콘퍼런스' 현장에서 테크M과 인터뷰 중인 이재현 자이트가이스트캐피탈 대표 /사진=남도영 기자

"한국 자본시장에선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기업이라도, 해외에선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특히 지식재산권(IP)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기업들에게 인재와 자본, 특허 전략이 더해진다면 큰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현 자이트가이스트캐피탈 대표는 지난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 콘퍼런스'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벤처 생태계 '3.0'은 한국의 원천기술로 글로벌로 진출해 성공하는 기업이 나오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와 노던라이트 벤처캐피탈을 거쳐 지난해 딥테크 기업들에 중점 투자하는 자이트가이스트캐피탈을 설립한 젊은 벤처투자가 이재현 대표는 현재 뉴욕 본사를 중심으로 현지 및 아시아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소재, 헬스케어, 첨단 제조 등의 우수한 원천기술을 가진 한국과 일본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스타트업은 기술에 비해 작은 내수 시장 규모로 인해 성장의 한계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100이라면, 미국은 몇 천, 몇 만인 경우도 많다. 이런 기업이 한국에서 1500~2000억원 밸류를 받는다면, 미국에선 5000억~1조원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자금만 투자하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런 기업들이 전문성을 키우고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단순히 거래처를 소개시켜주는 차원을 넘어 해외 무대에서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 콘퍼런스' 현장에서 테크M과 인터뷰 중인 이재현 자이트가이스트캐피탈 대표 /사진=남도영 기자
지난 9일 대만 가오슝국립대학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기술혁신학회 콘퍼런스' 현장에서 테크M과 인터뷰 중인 이재현 자이트가이스트캐피탈 대표 /사진=남도영 기자

그가 스타트업 성장 지원에서 가장 강조한 건 '인재 풀'이다. 한국에서 창업한 기업도 자국 인재로만 회사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인재 풀이 훨씬 큰 미국 등 선진 시장의 최고급 인재를 영입해 글로벌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소재 분야 기업을 키운다면 BASF, 듀폰 출신의 최고 인재를 영입하고, 이들에게 권한을 줘 기업을 운영하되 창업자가 관리 할 수 있는 형태로 키워야 한다는 것.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도 수많은 이민자 창업 회사가 존재한다"며 "이들이 만든 기업은 미국 법인이지만 결국엔 출신국과 연결돼 큰 낙수효과를 만든다"고 말했다. 또 "500억원 밸류의 한국 회사보다 5조원 밸류의 미국 회사를 만드는 게 대한민국에 더 긍정적"이라며 "이런 가능성을 지닌 잠재력 있는 기술기업이 한국에 많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글로벌 인재 영입을 위해선 합리적 보상을 위한 제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의사결정권자가 지배구조를 지배해야 하는 구조에선 고용주와 노동자의 이분법이 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구조로 가고 있고, 이를 통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사업의 '임팩트'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현할 수 있는 기후테크 같은 분야를 유망하게 보고 있는 이유다. 이 대표는 "서구권 인재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쪽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가오슝(대만)=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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