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에이닷을 셋톱박스에 탑재하며 고도화된 TV경험 제공에 나선다. AI를 통한 초개인화 영역 구축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을 하며 더 나은 AI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브로드밴드는 2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에이닷 서비스와 NPU(신경망처리장치)칩을 탑재한 AI 셋톱박스 'AI 4 비전'을 선보였다. 

이날 김성수 SK브로드밴드 커스터머 사업부장은 "최근에 많은 IPTV 사업자들이 AI를 TV에 접목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 고객들이 느끼는 만족도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게 사실인 것 같다"며 "SK브로드밴드도 말을 잘하는 AI IPTV, 콘텐츠를 잘하는 AI IPTV 연속 선상에서 고민을 많이 해왔고 오늘 드디어 그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콘텐츠 그 이상의 가치, 'AI B tv'로

SK브로드밴드는 IPTV에 AI를 접목하게 된 이유는 IPTV가 지닌 콘텐츠 뿐만 아니라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의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IPTV 채널에 VOD 등 콘텐츠 제공과 계정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이용 등 계속적인 확장의 과정이 이뤄진 결과 콘텐츠가 없어서 아니라 나에게 맞는 콘텐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러한 차원에서 지난해 말 AI와 콘텐츠를 결합한 7가지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약 9개월 기간 동안 고객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쉽고 명확한 검색 ▲셋톱박스와 리모컨의 발전 ▲맞춤형 AI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있었고 SK브로드밴드는 이를 강화한 'AI B tv'를 출시하게 된 것이다. 

쉽고 명확한 검색을 위해 SK브로드밴드는 SKT의 AI에이전트인 에이닷을 탑재했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 CO는 "검색을 위해 말하는 것도 한번이 아니라 대화가 됐으면 좋을 것 같고 콘텐츠에 대한 정보력도 꽤 수준이 높아져서 고객이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는 단계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전문가랑 친구와 대화하듯이 음성 검색이라고 하는 것을 고도화해보자라는 차원에서 에이닷이라는 에이전트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소개한 AI를 탑재한 셋톱박스 'AI 4 비전'과 'AI 스마트 리모컨'도 기존 디바이스에 대한 아쉬움을 충족시켰다. 기존의 셋톱박스는 숨겨놓고 쓰거나 리모컨은 기본기에만 충실했다면 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SK브로드밴드는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AI서비스 고도화에도 성공했다.

김혁 CO는 "기존에 하고 있던 쇼핑이나 골프는 더 강화하고 있고 새로운 것들도 더 추가하면서 고객이 즐기는 콘텐츠와 AI를 결합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IPTV와 '에이닷'의 만남

SK브로드밴드는 AI B tv에 탑재된 에이닷 서비스 시연에 나섰다. 콘텐츠를 에이닷이 대화형식으로 추천해주면서 TV를 보며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검색하는 불편함을 줄인 것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음성 인식 검색 서비스인 '누구'를 제공하고 있었다. 에이닷은 누구보다 더 고도화된 맞춤형 추천이 가능하고 대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고객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가령 "해리포터 영화 추천해줘"라고 하면 누구는 '해리포터 불의 잔', '해리포터 불사조 기사단' 등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를 검색해준다. 하지만 에이닷에 똑같은 질문을 할 경우 '거울 나라의 앨리스', '말레피센트' 등 해리포터와 비슷한 느낌의 다양한 판타지 영화를 추천해준다. 

이는 에이닷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탑재하고 있어 가능하다. 오영택 미디어테크 개발 담당 매니저는 "누구의 경우 NLU(자연어 이해) 서비스로 키워드를 중심으로 검색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편이다"며 "반면 에이닷은 등록되지 않은 패턴이 들어와도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슷한 키워드를 맥락적으로 이해해 양질의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에이닷은 '멀티턴' 기능도 탑재하고 있어 AI B tv를 통한 고객 경험 향상을 돕는다. 멀티턴이란 한 번의 검색에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추가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검색을 해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찾아갈 수 있는 기능이다. 만약 "정소민이 나온 드라마 검색해줘"라고 요청하면 에이닷이 출연작을 검색해 보여준다. 여기에 또 "최신순으로 보여줘"라고 추가 요청을 하면 가장 최신작부터 차례대로 정리해준다. 

시청평 또한 질문할 경우 평점과 긍정 또는 부정적인 반응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알려준다. 평가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해서 이상범 미디어테크 담당은 "SK브로드밴드가 갖고 있는 메타데이터 기반으로 넣었고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그라운딩 기술을 이용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소민이 입은 원피스 뭐야?"

SK브로드밴드는 AI를 탑재한 디바이스로 AI 4 비전과 AI 스마트 리모컨을 선보였다. AI 4 비전의 특징은 대화형 셋톱박스라는 것이다.

조성현 미디어커머스팀 매니저는 "대화가 잘 되려면 고객이 이야기하는 거를 잘 알아들어야하는데 그동안에는 리모컨을 들고 얘기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AI 4 비전은 파-필드(far-field) 보이스라는 기능이 탑재되면서 고객이 리모컨 없이 말해도 아주 잘 알아듣는다"고 말했다. AI 4 비전의 경우 스마트3 등 주력 셋톱에는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며 추가적으로 탑재될 수 있도록 셋톱박스 모델 별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AI 4 비전은 NPU를 탑재해 화면의 업스케일링과 안정적인 음량, 모션 인식까지 가능해졌다. 단순한 TV 시청을 넘어 액티비티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AI 4 비전의 모션인식은 ▲홈트레이닝 ▲게임 등을 지원한다. 오영범 매니저는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사용하면 사용자의 운동하는 동작을 인식하고 맞춤 운동 프로그램까지 제공해 혼자 운동해도 잘 할 수 있다"며 "모션 게임 서비스의 경우 동작 리듬 게임등을 최대 2인용까지 지원해 게임도 즐기고 운동도 하는 일석이조의 서비스"라고 밝혔다.

끝으로 AI 스마트 리모컨을 선보였다. AI스마트 리모컨은 시청 전과 중, 후 등 모든 여정을 사용자와 함께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TV를 보면서 예쁜 옷을 보거나 가고싶은 장소를 보면 스마트폰에서 검색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의 '모바일 B tv' 앱을 통해 검색할 수 있다. "정소민이 지금 장면에서 입고 있는 원피스는 어느 브랜드거야"라고 물어보면 앱에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홈쇼핑 방송을 볼때도 그 상품에 대한 링크를 직접 받아 한번 클릭으로 들어가면 상품의 정보와 구매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초개인화 영역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며 셋톱박스 바깥에서 벌어지는 것들까지 제시해 고객 만족도 향상을 이끌어 낼 방침이다.  김혁 CO장은 "SK브로드밴드가 시청 전과 중, 후 경험은 AI스럽게 꾸며 가고 있지만 셋톱 바깥에서 벌어지는 것들은 모르고 아주 눈치 빠르고 정확하게 제시하기가 어렵다"며 "그래서 에이닷으로 연계한 것들을 최대한 살려서 TV 바깥에서 고객들이 무엇에 관심 있고 어떤 것을 찾아보고 어떤 OTT를 보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모아 활성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