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대표, "올해 대형 M&A 가시적 성과 창출"
전영현 DS부문장, "HBM 실기 송구…HBM4, 실망시키지 않겠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수익성 초점…매출 성장세, 2~3년 필요"
노태문 MX사업부장, "AI로 애플·中 스마트폰과 차별화"

19일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와 '주주와의 대화'를 개최했다/사진=윤상호 기자
19일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와 '주주와의 대화'를 개최했다/사진=윤상호 기자

삼성전자 경영진이 주주에게 머리를 숙였다. 주가 부진 때문이다.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10월16일 5만원대(종가 기준)로 떨어진 후 '5만전자'에 갇혔다. 심지어 작년 11월에는 '4만전자(11월14일 종가 기준)'까지 다녀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문제라고 자인했다. 올해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로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 주주의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19일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와 '주주와의 대화'를 개최했다. 삼성전자 경영진과 900여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한 대표는 "2025년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지만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라며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 ▲메드텍 ▲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라고 제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사진=윤상호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사진=윤상호 기자

주주의 관심은 주가 반등 시점에 쏠렸다. 특히 반도체 부진을 질타했다. 삼성전자의 완제품과 반도체를 이끄는 한종희 대표와 전영현 디바이스설루션(DS)부분장이 사과했다.

한 대표는 "지난해 변화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등 제품은 압도적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주가에 안 좋은 영향이 있었다"라며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실적과 기술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반드시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해 주가 반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해명했다.

전 부문장은 "다시 한번 반도체 부진으로 주주들께 심려를 끼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AI 반도체 초기 대응이 늦었다"라고 부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반도체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반도체 설계(시스템LSI) 3개 축으로 이뤄졌다. 메모리는 AI 반도체 핵심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게 뺐겼다. 파운드리는 1위 TSMC와 격차가 확대했다. 시스템LSI는 '갤럭시 S25 시리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에 실패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진=윤상호 기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진=윤상호 기자

전 부문장은 "작년 4세대 HBM(HBM3)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6세대 HBM(HBM4)를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차질 없게 진행 중"이라며 "5세대 HBM(HBM3E) 12단은 빠르면 2분기부터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파운드리는 수주 산업이라 올해 수주를 하면 매출은 2~3년 뒤에 나온다"라며 "올해는 공정 개발뿐 아니라 수율을 개선해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되고 주가 제고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은 "시스템온칩(SoC)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요소 기술이 중요하고 선단 공정과 아우러져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연합해서 추진 중"이라며 "▲모뎀 ▲센서 ▲파워 등 모든 요소 기술 제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단품이 아닌 온디바이스(기기 내장) AI 설루션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분석했다.

완제품도 위기다. TV와 스마트폰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지 못하다. TV는 중국 스마트폰은 애플과 중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사진=윤상호 기자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사진=윤상호 기자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은 "프리미엄 제품과 동시에 중저가 제품군도 강화해 올해도 1위를 지속하겠다"라며 "업계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격차를 확대해 글로벌 TV 시장을 이끌어가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은 ""AI 경쟁력은 갤럭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라며 "올해는 '어썸 AI'등 중저가폰 '갤럭시 A 시리즈'까지 모바일 AI 시대를 확대하는 등 모바일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확신했다.

수년째 운만 띄운 인수합병(M&A)에 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M&A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M&A 이후 대형 M&A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린 기간과 일치한다. 올해 이 회장이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재판 2심에서도 '무죄'를 받으면서 M&A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한 대표는 "지속적인 M&A를 추진했지만 대형 M&A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로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올해 유의미한 대형 M&A를 추진해 성과를 가시화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특히 반도체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승인 문제도 있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사진=윤상호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사진=윤상호 기자

삼성전자는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이 때문에 각종 국내외 현안에 관한 삼성전자의 전략은 국내 경제 및 정치 방향타로 읽힌다. 이번 자리에서도 삼성전자의 상황 인식에 관한 다양한 질의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무 예외'가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부문장은 "핵심 개발자가 연장 근무 또는 집중 연구를 하고 싶어도 주 52시간 규제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실정"이라며 "반도체 경쟁은 국내 경쟁이 아니고 국가간 패권 경쟁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개발 인력 집중 근무 등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여성 인재 승진 확대 등은 지지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유일하게 공개채용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한 대표는 "국내 기업은 수시채용으로 전환 추세지만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자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관행적 차별을 철폐하고 능력 위주 채용을 지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삼성전자는 다양성과 형평성 그리고 양성평등 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라며 "작년 기준 여성 임원 비율은 7.3%로 10년 전에 비해서는 2배 증가했지만 아직 현저히 낮아 여성 임원 후보군 리더십 선제적 교육 등 여성 경영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2025년 DX부문 사업전략/사진=윤상호 기자
삼성전자 2025년 DX부문 사업전략/사진=윤상호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관해선 공급망 관리(SCM) 중요성을 환기했다. 미국 투자를 늘릴지는 확답을 피했다.

한 대표는 "삼성전자는 멕시코와 중국 이외에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다수의 생산 거점을 두고 있으며 생산과 판매 거점 간 물류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라며 "글로벌 제조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관세 장벽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겠으며 미국 투자 등은 회사에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규제 등 생산 거점으로서 중국 역할에 대한 우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중국 시장을 고려하면 기업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완제품 생산은 중국 밖으로 대부분 옮겼지만 반도체는 다르다. 중국 시안 생산시설(팹)에서 가장 많은 낸드플래시를 뽑아내고 있다.

전 부문장은 "시안 팹은 낸드의 주요 생산 거점이자 글로벌 낸드 시장의 안정적 공급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팹"이라며 "지정학적 이슈로 시안 팹 운영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미국 중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차질 없이 운영하고 공급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19일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와 '주주와의 대화'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행사장에서 주주 대상 신성장 산업 전시회를 병행했다/사진=윤상호 기자
19일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와 '주주와의 대화'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행사장에서 주주 대상 신성장 산업 전시회를 병행했다/사진=윤상호 기자

한편 이날 주총과 주주와의 대화는 약 3시간여에 걸쳐 진행했다. 주총 안건은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4인(김준성/허은녕/유명희/이혁재) 선임 ▲사내이사 3인(전영현/노태문/송재혁)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2인(신제윤/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을 상정했다. 일부 안건에 국민연금 등이 반대했지만 모두 원안대로 통과했다.

아울러 주주 대상 신성장 산업 전시도 마련했다.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AI 제품 기반 'AI 홈' ▲갤럭시 S25 시리즈를 활용한 '갤럭시 AI' ▲투명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하만의 AI 기반 전장 설루션과 오디오 기기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AI 홈 컴패니언 로봇 '볼리' 등을 소개했다.

윤상호 기자 crow@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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