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사상 최장 시간인 9시간 37분만에 지니어스 법안을 포함한 가상자산 3개 법안에 대한 규칙 투표를 통과시켰다.
16일(현지시간) CNBC와 ABC뉴스 등에 따르면, 이번 표결은 하원 역사상 최장인 9시간 넘게 이어졌으며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 일부가 막판에 입장을 선회하면서 최종적으로 찬성 217표, 반대 212표로 가결됐다.
이로써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 법안', 암호화폐 시장 구조 개편을 위한 '클래리티 법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금지법'의 입법 절차가 다시 속도를 내게 됐다.
표결 돌파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으로 마련됐다. 전날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공화당 의원 8명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실에서 이뤄진 막판 협상 후 입장을 바꿨다. 트럼프의 중재에 따라 논란이 된 CBDC 금지 조항은 국방수권법에 첨부하는 방식으로 처리됐다.
톰 에머 공화당 원내총무 의원은 "CBDC는 중국식 감시 체제와 같다"며 "관료들이 미국인의 금융 프라이버시를 거래 수단으로 삼지 못하도록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CBDC 금지 조항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입장을 수용한 셈이다.
이번 표결로 가장 먼저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 법안이다. 이 법안은 18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며, 통과될 경우 미국 역사상 최초의 본격적인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된다. 가상자 시장 구조 전반을 재편할 수 있는 글래리티 법안은 이르면 다음 주 초에 표결될 가능성이 높다.
암호화폐 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비트럼을 개발한 오프체인랩스의 CEO 스티븐 골드페더는 "법적 불확실성은 기관 참여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며 "이제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존속 가능한 제도권 내에서 다뤄질 수 있다는 신호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표결은 하원 역사상 가장 긴 절차적 표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원은 지난 16일 196대 223으로 본회의 표결을 부결시킨 바 있으며, 이후 트럼프가 직접 반대파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를 통해 '크립토 위크'로 불리는 미국 의회의 암호화폐 입법 드라이브가 다시금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