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리플·크라켄 등 '은행 문 두드리는' 가상자산 기업
지니어스법, 은행·OCC 인가 비은행 기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영국판 토스 '레볼루트', 글로벌디지털뱅크로 도약...핀테크 확장 가속

사진=서클
사진=서클

가상자산 및 핀테크 기업들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은행 인가를 추진하며 전통 금융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뱅킹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단순히 산업간 융합을 넘어 금융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는 평가다. 전통금융과 가상자산, 핀테크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는 가운데, 미국발 규제 환경 변화는 크립토·핀테크 업계의 본격적인 '은행화'를 가속화 할 전망이다.

23일 주요 현지 외신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을 비롯해 리플(엑스알피), 크라켄 등 블록체인 업체와 로빈후드·레볼루트·클라르나 등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 라이선스 취득과 신용카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가상자산 업계 전반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은 최근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내셔널 트러스트 뱅크' 인가를 신청했다. 제레미 알레어 서클 CEO는 "이번 신청은 USDC 인프라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이자,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라며 "달러의 확장성을 높이고 글로벌 기관들이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 인프라 위에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클은 22일(현지시간) 차세대 인터넷 금융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 CEO로 재직한 아담 셀립스키를 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내셔널 트러스트 뱅크는 연방 규제 아래 자산 보관과 결제 처리 기능은 수행할 수 있지만, 예금 수취나 대출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다. 리플랩스, 가상자산 수탁사 비트고 등 다른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도 뒤이어 해당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앵커리지 디지털은 현재까지 OCC로부터 전국 은행 인가를 취득한 유일한 크립토 기업이다. 크라켄은 이달 말 자체 은행 카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르준 세티 크라켄 공동 CEO는 "우리는 모기지를 제공하는 전통 은행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파트너와 협업해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레볼루트 홈페이지
/ 사진=레볼루트 홈페이지

이러한 흐름은  미국 의회를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인 '지니어스 법'과도 맞물린다. 이 법에 따르면, 은행과 OCC 인가를 받은 비은행 기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다.

이 같은 기류에 맞춰 핀테크 업계도 움직이고 있다. 미국 로빈후드는 지난해 거래 수익의 절반 이상을 가상자산 거래에서 벌어들였고, 세금·상속 등 전방위 금융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스웨덴 기반의 선구매후결제(BNPL) 기업 클라르나는 소비자 대출 상품에 가상자산을 결합할 계획이다.

2015년에 설립된 영국 대표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는 최근 미국,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과 함께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 협상에 들어가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가 유치되면 레볼루트의 기업가치는 최대 650억달러(약 89조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레볼루트는 미국 은행 인가를 포함해 글로벌 금융 인프라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미국, 프랑스, 아시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각국의 은행 라이선스 취득과 마케팅,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회사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발행 역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볼루트는 지난해 전세계 이용자 수는 5250만명에 달했고, 매출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31억파운드, 세전 이익은 2배 이상 늘어난 11억파운드를 기록하며 핀테크 업계의 반등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성윤 김앤장 변호사는 "레볼루트는 2024년 영국 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하면서 금융과 가상자산 간 경계를 넘은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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