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산업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의 확실한 정책 드라이브와 함께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까지 그야말로 모두가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점이다. 최근 발표한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지원 사업 또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최종 5개사가 선정됐다. 이 가운데 카카오는 고배를 마셨다. 남양주 AI 데이터센터 설립과 카나나 모델 오픈소스 공개, AI 에이전트 신규 서비스 개발 등을 숨가쁘게 추진하며 AI 역량을 키우고자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카카오의 AI 역량은 '나만의 AI'를 기치로 선보인 AI 메이트 '카나나'의 부진에서 엿볼 수 있다. 카나나는 지난해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카카오'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지난 5월부터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진행 중이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나나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공개 직후인 지난 5월 6만9631명에서 6월 2만4903명, 7월 1만6997명으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같은 기간 카나나 사용 시간 역시 지난 5월 1만1735시간에서 5427시간, 3518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카카오는 CBT를 통해 카나나 정식 서비스에 이용자의 반응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표본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카카오톡'과 같은 국민 애플리케이션을 지니고 있는 만큼 대중들의 기대감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것, 그것 또한 카카오가 지닌 숙제 중 하나다. 

실제로 사용해 본 경험에 비춰볼 때, 카나나를 쓰지 않는 이유는 사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선 카카오톡 친구를 카나나로 불러오기 어렵다. 카나나 초대장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는 것은 물론, 설령 초대를 한다고 해도 카카오톡과 연동이 안 돼서 단체 톡방에서 이야기 한 내용을 또 반복해야 한다. 카나나 에이전트의 답변이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면 이러한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답변마다 편차가 있어 점차 앱 사용 빈도가 줄어들게 된다.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카나나에 대한 반응을 보면 기자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AI 서비스를 두고 굳이 카나나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톡과 연동되지 않아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카나나의 우선 과제다. 카카오가 중점을 둔 '이용자 일상 속에 녹아드는 나만의 AI'가 되기 위해서는 카나나의 실질적인 사용성 고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과제는 아직 베일에 쌓인 'AI 에이전트'에도 적용된다.

오픈AI는 챗GPT 유료 사용자를 대상으로 AI 에이전트를 제공해 식당 예약, 일정 관리, 쇼핑 등을 돕는다. 이러한 챗GPT의 기능성을 카카오가 국내 문화를 잘 반영해 실용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카카오의 생태계는 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T 등 카카오 내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돼 이른바 '한국형 AI 에이전트'로서 역량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카카오 AI에이전트와 연동해 결제와 선물하기 등 편리함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AI 에이전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 AI 비전을 공개한 이후 카카오의 1년 간 성적표는 아쉬웠다. 하지만 든든한 파트너사인 오픈AI와 함께 국민 앱 카카오톡을 만들어낸 카카오의 역량을 십분 발휘한다면 여전히 기회는 남아있다.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AI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 카카오가 '국내 대표 빅테크'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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